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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Mar 24. 2022

파타야 살인사건 주범 국제마피아파 조폭 검거 풀스토리

경찰영사와 베트남 공안의 공조수사로 인터폴 적색수배자를 검거하다.

- 천 영사님. 김ㅇㅇ이 베트남 중부 지역의 한 한국식당에 은신하고 있다는 첩보입니다.

- 그래요??


- 네, 관련 내용 sns로 보내드릴게요.

(띵똥)

- '앗! 이번엔 진짜구나!!'


- Anh Phong ới! Quay lại!! Quai lại!!! (미스터 퐁! 차 돌려요!! 차 돌려요!!!)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 김 씨(33세).


그는 2015년 11월 21일 태국 파타야에서 프로그램을 빨리 개발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자신이 고용한 불법 도박 사이트 개발자 임 씨(24세)를 공범 윤 씨(34세)와 함께 잔인하게 살해하고 유기했다.

임 씨의 시신은 비가 심하게 내리던 날 파타야에서 30분 떨어진 리조트 주차장의 차량에서 발견되었는데, 장기간에 걸쳐 전신을 둔기로 맞아 뇌부종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윤 씨는 범행 직후 태국 경찰에 자수하여 구속 수감되었으나, 김 씨는 베트남 호찌민으로 도주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그 후 행방이 묘연했는데, 2017년 7월 SBS 방송에서 공개수배된 후에는 중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보였으나, 호찌민 한국인 밀집 거주지역인 푸미흥(Phú Mỹ Hưng)에 나타났다는 제보가 경찰청에 여러 건 접수되었다.


경찰청은 김 씨 소재에 대한 제보를 면밀히 분석했다.

그중 한 호텔 카지노에 출입한다는 유력한 제보에 따라 수사팀을 호찌민 현지로 급파하여 공안과 카지노를 수색하기도 하였으나 발견할 수 없었다.


경찰영사인 나 또한 형사의 DNA를 가지고 공안과 공조수사를 진행했었다. 

교민들 네트워크와 경찰청을 통해 다수의 첩보를 입수했고, 이러한 첩보를 수시로 인터폴 적색수배자 전담 부서인 공안부 범죄추적국(C52국)과 공유했다.


그러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 식당에 왕래한 사실을 확인한 것 외에 특별한 성과는 없었다.

그해 7월 말에는 김 씨의 휴대폰 번호를 파악하여 자수 권유 전화를 하기도 했었다.

김 씨는 시간을 달라며 자수를 거부했었고...


그렇게 추적에 지지부진하던 2018년 3월 12일 오후 1시 30분경 외근 나가던 차 안.


경찰청 외사국 베트남 담당이 전화를 걸어왔다.


- 천 영사님! 김 씨 관련 첩보입니다!

- 김 씨가 베트남 중부 지역의 한 한국식당에 은신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관련 자료는 sns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첩보 보고서와 사진이 전송되어 왔다.


'! 이번엔 진짜구나!!'

베트남에서 충분히 은신할 수 있는 장소를 지목하고 있었고, 김 씨를 근접 촬영한 사진은 더욱 심증을 굳히게 했다.


- Anh Phong ới! Quay lại!! Quai lại!!! (미스터 퐁! 차 돌려요!! 차 돌려요!!!)


곧장 C52국에 연락했다. 

평소 인터폴 적색수배자 관련 공식회의와 사석에서 친분을 쌓아 온 공안들이라 김 씨 검거 문제로 들른다고 하니 협조 레터 등 공식 방문 절차 없이 바로 오라고 한다.

베트남 공안들 또한 우리 형사들처럼 술로 친해지는 문화가 있다.
술자리에서 정년 임박한 꾸에(Que) 팀장님은 큰 형님이라 부르고, 한국 담당 대외국 실무자는 동생이라 부를 정도로 친분을 유지해 온 것이 주효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간단한 인사 후 본론으로 들어갔다.


- 상황이 긴급하고, 신빙성 있는 제보다.

- (사진을 보여주며) 현재 김 씨의 모습은 이렇다.

- 신원 확인을 거부할 경우, 확인은 양팔에 있는 특이한 문신으로 하면 된다.


접근 방법과 그 외 검거 시 유의사항 등도 설명했다.

실시간으로 경찰청과 연락하며 인센티브도 덧붙였다.


- 베트남 공안부 차관이 조만간 한국 경찰청을 방문한다. 검거하면 수사팀에 큰 포상을 건의하겠다.

- 수사팀이 김 씨 신병을 직접 한국에 인계한 후, 경찰청 방문 등 치안시스템을 견학할 수 있게 조치할 것이다.

- 그러니 신속히 검거를 해달라.


이러한 나의 설득에 진정성을 느꼈는지 그 행정 절차 느리기로 소문난 베트남에서 금세 상부의 출장 승인을 고, 호찌민에서 320km 떨어진 B 지역으출동하여 7시간 여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은신처 인근에서 탐문 수사와 잠복을 통해 김 씨의 소재를 확인했다.

다음 날 오후 1시.

첩보에 적시된 한국식당을 급습하여 김 씨를 체포했다.



김 씨는 담배를 못 피우게 한다는 이유로 1회용 가스라이터를 바닥에 집어던져 터뜨리는 등 조폭다운 면모를 보이며 완강히 체포를 거부했다.


- 에이 씨×! 담배를 왜 못 피우게 하냐고!!

(펑)


제압이 되지 않자 당황한 담당 쯩(Trương) 대위는 나에게 연락을 하여 체포 사실을 알리며 도움을 요청했다.


전화를 바꾸어 김 씨에게 지난번 통화한 천 영사임을 밝히며 설득을 시작했다.


- 김○○ 씨! 현재 살인 혐의 적색수배자로 체포된 상황입니다.

- 어차피 이렇게 검거된 이상 빨리 한국으로 가서 조사받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 공안 수사에 협조하면 최대한 신속히 한국으로 송환되도록 제가 조치하겠습니다.


반항 일색이던 김 씨는 그때부터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고, 수사팀은 얌전해진 김 씨를 차에 태워 호찌민 C52국 사무실로 안전하게 호송했다.


이로써 한국 경찰청의 첩보로 시작하여 경찰영사와 베트남 공안의 환상 케미로 24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살인 혐의 인터폴 적색수배자를 검거한 이례적인 스토리가 완성되었다.



다음 날.

C52국 조사실로 찾아가 김 씨와 영사면담을 했다.

C52국 조사실에서 김 씨와 면담 중인 필자


간단한 인사 후, 재차 조사 협조 의사를 확인하자 최대한 협조한다고 한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해서는 편안한 자세와 담배 한 대가 필수적이라 할 것인데...

김 씨는 한 손에 수갑을 차고 의자에 묶여 있었다.

쯩 대위에게 조사에 응하기로 했으니 수갑도 풀어 주고 담배도 좀 피우게 해 달라고 하니 흔쾌히 해주었다.


담배 한 대 피운 후에 영사면담의 주 목적인 인권침해 여부를 확인하고, 추후 수사 절차 등을 설명했다.

그리고 경찰과 조폭... 우리들만의 은어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 어디 식구인지? (무슨 파 조직폭력배인지?)

- 빵 갔다 온 적 있는지? (구속된 적 있는지?)

- 어디서 달렸는지? (어느 경찰서에서 검거되었는지?)

- 4조로 달린 건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 범죄단체조직죄로 검거된 건지?)... 등등


김 씨에 따르면, 방송에서는 많은 부분이 왜곡되고 과장된 것이라고 했다.

자신도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하기는 했으나, 주범은 윤 씨라고 범행을 부인했다.

도주 과정에서 중국 국경 인근까지 갔다가 되돌아와 중국으로 도피한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고, 대화한 녹음자료를 파일로 저장도 해 놓았다고 했다.


그러한 증거가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니 잘 보관하라고 조언해 주고, 향후 강제송환 절차에 대해 부연하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구치소에 송환 대기 차 구금되어 있던 김 씨는 검거 3주 후인 4월 6일 한국으로 강제 송환되었다.

떤선녓 국제공항에서 피의자의 수갑을 살펴보는 필자 - 한국일보 기사(2018. 4. 6.)



그 후, 2021년 2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

김 씨는 주범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였으나, 재판부는 김 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의 주범으로 보고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의경 제대 후 경찰의 꿈을 꾸었다던 임 씨...

머나먼 타국에서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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