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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Mar 30. 2022

사형수 이야기 - 호찌민 한인의 베트남 여인 살인사건

그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하여 사형이 확정되었다.

- 한 번 하자~

- 돈 내!


- 돈 없어~

-  전 여친한테 들었어, 너 돈도 없다며?


- 뭐??

-  전 여친은 이미 돈 많은 다른 남자 사귀고 있어~


에잇!!!!

그녀의 따귀를 때리고, 목을 졸랐다...


그렇게 노 씨는 베트남 여인을 살해했다.



호찌민은 살인, 강도 같은 강력범죄는 없으나, 오토바이 날치기, 소매치기와 같은 생계형 절도는 빈번하여 소지품 관리만 잘하면 정말 안전한 도시이다.

그런 안전한 이곳에서 이례적으로 한국인 남성이 베트남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2018년 1월 2일.

아침 일찍 체포 소식을 통보받고 호찌민시 공안청 형사 조사실(PC45) 갔다.

조사 받는 노 씨, 오른쪽은 입회해 있는 검찰원(검사)


의자에 앉아 초췌한 모습으로 족쇄를 차고 있던 노 씨.


경찰영사라고 소개하자마자 공안한테 폭행을 당했고, 동의 없이 옷을 다 벗기는 등 인권침해를 당했고, 계속 진술을 강요당해자해도 했다고 한다.

조사실에는 베트남 국선 변호인도 참여해 있었고, 특이하게 검찰원(검사)도 있었다. 경찰이 조사를 주도하고, 검찰원은 옆에서 지켜보는 수준이었다.


일단 A씨를 안심시켜야 했다.


- 저 한국에서 형사 하다가 파견 나온 경찰영사입니다.

- 이제부터 제가 도와드릴테니까 안심하시고요.

- 혹시 한국에서 실형 전과 있으세요?


라고 묻자 있다고 한다.

실형 전과가 있으면 경찰 체포-유치장 입감-구치소 호송-검찰의 기소-교도소 이감 등 형사 절차를 알기 때문에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폭행이나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해도 저지른 범죄가 상쇄되는 것은 아니니까, 제가 대신 항의를 해 드리고, 앞으로는 절대 인권침해가 없게 해 달라고 요청할 겁니다 하고는 담당 공안에게 이야기를 했다.


"어제 체포 과정에서 우리 한국 사람이 폭행을 당했고, 동의 없이 옷을 벗겼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설명을 요청합니다."


그러자 폭행은 없었고, 다만 피해 여성이 반항했다는 증거 수집 차원에서 옷을 벗기고 사타구니에 난 할퀸 자국과 멍 등의 사진을 찍었다며 사진을 내게 보여준다.

노 씨도 이해를 했는지 다소 태도가 누그러 졌다.


그리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이 유리한지 몰라서 말을 안했는데, 계속 공안이 진술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조사받는 노 씨 (Saigon News, 2018. 1. 2.)


묵비권 행사는 노 씨의 권리이지만, 공안은 계속 집요하게 진술 받으려 할텐데, 그 부분을 감수할 수 있으면 묵비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는 공안에게 족쇄를 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공안은 노 씨가 자해를 하는 등 난동을 피워 채웠었는데, 영사의 요청에 따라 풀어주겠다며 족쇄를 풀어 주었다.


이러한 나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을까?

노 씨는 사실대로 말을 하겠다고 한다.



친구와 가라오케에 갔다가 접대부 베트남 여성을 데리고 2차로 바에 놀러온 노 씨.

친구에게도 파트너를 붙여 주려 그 여성에게 친구를 한 명 더 불러 달라고 했더니 전에 가라오케에서 만났던 접대부 H가 나왔다.


몇 시간 후, 술에 다들 취하여 여성들은 모두 집에 갔고, 노 씨는 H에게 어디냐고 문자를 보냈다.


"come and sleep"이라는 답장이 왔다.


노 씨는 집에 와서 자고 가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평소 알고 있었던 H의 집을 찾아 갔다.

영어가 서로 서툴렀던 탓에 노 씨는 "와서 자고 가라"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하나, H는 "와서 잔다"는 취지로 문자를 보낸 듯하다.


H를 만나 성관계를 하려 하자 먼저 돈을 내라고 했다.


- 돈 없어~

- 네 전 여친한테 들었어, 너 돈도 없다며?


- 뭐??

- 네 전 여친은 이미 돈 많은 다른 남자 사귀고 있어~


이에 격분한 노 씨는 H의 따귀를 때리기 시작했다.

호락호락하지 않던 H는 소리를 지르며 대들었고, 노 씨는 이를 제지하기 위해 입을 막고 목을 졸랐다.


H는 노 씨의 여기저기를 할퀴며 반항을 했지만...

그렇게 몇분이 지났을까.

H는 더 이상 저항 없이 축 늘어졌고...


노 씨는 H가 기절한 줄 알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 H가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노 씨는 두려움에 다른 호텔로 옮겨 하룻밤을 보냈다.

공안이 추적 중인 것을 모른 채 유유히 저녁 식사를 하러 호텔을 나선 노 씨.

택시를 타고 도망하였으나, 오토바이를 타고 추격한 공안에 결국 체포되었다.

살인사건 현장 (Saigon News, 2018. 1. 2. )


사건의 전말을 다 들었을 무렵... 목석 같던 노 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때서야 현실이 실감 나는지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대답한다.


"후회스럽고, 죄송합니다. 흑흑... 흑흑... 돈으로 해결이 안 되겠지만, 할 수 있다면 가족들에게 배상해 드리고 싶습니다. 흑흑... 흑흑..."


잠시 정적...

옆에서 통역사를 통해 이야기를 듣고 있던 공안도 1차 조사는 여기서 마치겠다고 한다.


일단 구속 되겠지만, 수형자 이송조약에 따라 한국에서 잔여형기를 살 수 있는 길도 있고, 어차피 시간은 흘러가니까 힘 내라고 다독거리고 조사실을 나섰다.



베트남은 개인정보나 인권 보호 수준이 높지 않아서 얼굴과 이름이 모두 기사에서 공개가 된다.

이 사건 또한 그대로 다 기사화되었다.

호찌민시 인민법원에서 사형 선고 직후 호송되는 노 씨, 왼쪽 공안 뒤 양복 입은 사람이 필자 (Nguoi Lao Dong , 2018. 11. 28.)


구속되었던 노 씨는 2018년 11월 23일 호찌민시 인민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노 씨는 항소를 포기하여 1심에서 사형이 확정되었다.) 



베트남은 관행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사형 집행은 하지 않는다.

따라서 종신형을 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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