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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Sep 13. 2022

수사는 발로 한다!! - 광명 채무자 사위 살인 사건

살인 및 2건의 살인미수범은 전직 서초경찰서 경찰관이었다.

- 어머니 연락처 모른다고요! 당신이 채권자예요? 이혼했으면 전 부인이 채권자지! 우리 집에서 당장 나가세요!!

- 뭐라고? 에이 씨X


(휙~ 휙~, 슉, 슈~욱...)


살인범은 그렇게 채무자의 딸과 사위에게 무차별 칼부림을 자행했다.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던 2007년 8월.


몇 걸음만 걸어도 숨이 턱턱 막히고, 사타구니에 땀이 차 걷기도 힘든 그날에 우리 방배경찰서 강력팀 형사 5명과 함께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의정부 시내 숙박업소를 가가호호 탐문하고 있었다.


2007년 7월 10일 광명시 철산동에서 무자의 딸과 사위에게 칼을 휘둘러 사위는 살해하고, 딸에게는 중상을 입힌 살인범추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살인범은 그 길로 방배동으로 건너와 또 다른 채무자를 손도끼로 내리찍고 칼로 찔러 살해하려다 실패하기도 했으니, 3명에 대한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질 뻔한 대형 강력사건이었다.

광명경찰서에는 수사본부가 차려졌고, 'KBS 특명 공개수배' 프로그램에도 소개되었다.


그 살인범은 2001년 서울 서초경찰서 보안과에서 퇴직한 전직 경찰관 임 모 씨(63세)였다!

임 씨 사진 - KBS 특명 공개수배 화면 캡처



퇴직한 임 씨는 사채업을 하는 아내가 그동안 자신의 형제들로부터 돈을 빌려서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 후, 4억 5,000만 원 상당을 회수하지 못하여 가정불화는 물론 형제들과 관계가 틀어지는 등 가정이 파탄에 이르렀다.


폐결핵이 악화되어 폐암이 발병하는 등 건강도 좋지 않았는데, 채무자들이 돈도 갚지 않고 자신의 연락을 피하여 독기가 바짝 올랐다.


3억 원의 채무를 지고 있던 방배동에 사는 A씨(46세)가 어느 날  전화를 걸어와 욕설을 하면서 돈을 갚지 않겠다고 하자, 채무자들을 찾아가 돈을 안 갚으면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2007년 7월 10일 오후.

광명시 철산동에 사는 채무자 박 모 씨의 주민등록지이자 사위인 B씨(38세)의 집에 찾아가 박 씨의 딸(36세)에게 박 씨의 연락처를 물었다.

퇴직 전 불법으로 경찰 전산망 조회하여 모든 채무자들의 주민등록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딸은 어머니 연락처 모른다, 당신이 채권자냐, 이혼했으면 전 부인이 채권자지,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치며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임 씨는 이에 격분하여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던 B씨 뒤에서 준비해 온 칼로 무차별 칼부림을 시작했다.


- 뭐라고? 에이 씨X

(휙~ 휙, 슉, 슈~욱...)

- 으악~

pixabay image


B씨의 비명소리를 듣고 안방에서 뛰쳐나온 박 씨의 딸에게 칼을 두 번 휘둘렀다.


칼에 찔린 딸이 집 밖으로 달아나자 쫓아가 살해하려 했으나, B씨가 임 씨의 바지를 붙잡고 늘어지자 재차 B씨를 수회 찔러 B씨는 결국 사망했다.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임 씨는 그 길로 방배동으로 가 욕설을 했던 채무자 A씨를 살해하기로 했다.

A씨의 집에 찾아가 거실에서 몰래 기다리던 중 귀가한 A씨가 자신을 보고 밖으로 도망치자, 쫓아가 손도끼로 수차례 내리찍고 칼로 수회 찔렀다. A씨는 다행히 재빨리 도망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살인에 실패한 임 씨는 그대로 도주했다.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들의 진술로 범인을 특정했다.


임 씨 소재 추적에 들어간 수사팀은 특수 수사기법으로 아들과 은밀히 접촉하고 있음을 포착했고, 청량리에 머무르다 며칠 전 의정부역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했다.


그 외 다른 단서는 없었기 때문에 숙박업소, 찜질방, 사우나같이 은신할 만한 곳을 일일이 탐문하는 발로 하는 수사를 시작했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스틸 컷
당시에는 cc-tv가 많지 않아 동선 추적이 어려웠다. 임 씨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것에 대비하여 형사 2명 또한 역 개찰구 인근에 계속 잠복을 하고 있었다.


밤 10시쯤 수백 여 숙박업소 탐문에 지친 팀원들은 이 시간에 피의자가 이동할 리는 없으 철수하고 새벽에 다시 나오자고 했다.


- 형사, 하루 이틀 하십니까?

- 지금 이 시간에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감으로 알지 않습니까?


라는 말도 나왔다.

지하철로 이동하는 피의자를 검거하고자 며칠 동안 지하철 첫차부터 막차 시간까지 계속 탐문을 해 왔었다.


나 또한 그러고 싶었으나, 왠지 막차 시간까지는 탐문을 해 봐야겠다는 고집이 생겼고, 팀원들은 마지못해 내 뒤를 따라서 동참을 하기 시작했다.


팀원들은 지쳤는지, 곤조(?) 부리는 것인지 여관 입구까지 따라왔다가는... 나만 혼자 가서 사진을 보여주고 나오면 다시 합류해서 다른 여관에 가곤 하기를 몇 차례...


드디어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여인숙 골목 초입의 허름한 여인숙이었는데, 그런데 그게 다였다.

의정부 역 근처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그곳을 나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바로 앞 여인숙에 또 들렀다.

아직도 이런 숙박업소가 있나 싶을 정도로 낡은 여인숙이었다.


문을 열고 마당을 가로질러 카운터에 앉아 계신 주인아주머니께 신분을 밝히고 사진을 보여 주었다.


- 혹시 이런 사람 여기 묵고 있지 않나요?

- 글쎄요. 없는 것 같은데요.


- 그럼 혹시 장기 투숙하는 사람은 없을까요?

- 며칠 전 온 아저씨가 있긴 있는데... 일주일 치 숙박비를 선불로 내고는 그 후에 봐서 더 묵든지 한다고 했어요.


- 그래요??


감이 왔다!

기를 쓰고 그 사람을 보고 싶었다! 


고맙게도 그 방까지 같이 가주겠다고 한다.


그 손님의 방문 앞.

TV 소리는 들리는데 복도에 신발이 없었다. 일부러 감춘 것이 분명했다.

여인숙 자료 화면


어떻게 저 방문을 열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겁도 없이(?) 아주머니가 쾅쾅 노크를 해 대기 시작했다.


- 아저씨! 임검 나왔대요!

'임검'이란 경찰이 불시에 숙박업소, 영화관 등에 찾아가서 불심자를 찾거나 불법행위 여부를 확인하던 일을 일컫는다.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 용어이나, 지금도 나이 드신 분들은 종종 사용한다.


아차 싶어 아주머니를 말리려 한 순간...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뭐라구요?

- 아, 경찰에서 임검 나왔다구요!!

- 아니, 뭐라구요??


하면서 문이 벌컥 열렸다.


임 씨였다!

칼로 피해자들을 수차례 찌르고, 손도끼까지 휘둘렀던 그 임 씨였다!


팬티 차림이었던 그의 양 손목을 바로 움켜 잡았다.

그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기지를 발휘했다.


- 선배님! 다 끝났습니다. 가만히 계세요.

- 에이 씨×, 아줌마가 신고했어?


- 선배님, 아닙니다. 저희가 다 알고 왔습니다. 가만히 계세요.

- 알았으니까, 내 들어가서 옷 좀 입고 나올게. 뭐야 이게 창피하게.


- 아닙니다. 가만히 계세요.


옷 입으러 들어가는 척하며 살인할 때 썼던 흉기를 가지고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겁도 나면서 한편으론 빨리 팀원들을 소집해야겠다는 생각에 그의 양 손목을 한 손으로 싸잡고 전화를 걸었다.

바로 그 앞 여인숙으로 빨리 오라고.


몇 초 후 후다닥 달려온 팀원들은 살인 수배자인 만큼 바로 수갑을 채우려 했다. 그러나 바로 수갑을 채워서는 심적 동요가 일어날 듯싶었다. 살인범이라 할지라도 30년 넘게 경찰에 몸담았던 그가 심적 대비도 못한 상태에서 수갑을 찬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말이다.


다시 한번 냉정을 되찾았다.


- 우리의 선배님이십니다. 일단 옷이라도 입게 해 드리고 그다음에 하죠.


옷을 주섬주섬 입는 에게 흉기의 소재에 대하여 물어보니 도피하면서 다 버렸다고 한다. 긴급히 방 내부를 수색했으나 역시 흉기는 없었다.


수갑을 채워 경찰서로 연행해 오는 차 안에서 물었다.

수많은 지역 중에 왜 하필 의정부로 왔냐고, 의정부에 연고라도 있냐고.


그의 답은 이랬다.


- 서울 경찰이 범인을 잘 잡으니까, 서울을 벗어나면 못 잡을 거라 생각했지.


그렇다. 

는 서울에서 각종 사건이 발생하면 검거가 잘 되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서울 경찰이 범인을 잘 는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8월 2일 TV 프로그램에서 공개수배하였으나, 우리 수사팀은 시민들의 제보를 받기도 전인 다음 날 검거하였다.


더 이상 돌발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현직에 있을 때 했던 일, 왜 살해할 수밖에 없었는지 등 하소연을 들어주며 경찰서에 도착했다.

기초적인 조사를 마치고... 수사본부가 차려져 있던 광명경찰서로 신병을 인계했다.


이로써 발로 수사했던 한여름의 연쇄살인범 전직 경찰관 추적기는 막을 내렸다.



임 씨는 그 후 구속 수감되었고, 11월 15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 당시 자식들에게는 충격을 고려하여 15년 형을 선고받았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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