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마라톤, 가까이서 보면 장애물 달리기
DAY 10
계획을 지킨다는 건 멀리서 보면 마라톤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사방에 허들이 깔린 장애물 달리기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얄궂게도, 이제는 달리는 데 익숙해져서 속도를 내려할 때 꼭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허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오늘의 허들도 역시나 그랬다.
엄마는 집 앞에 있는 슈퍼마켓은 종류는 많지만 비싸서 싫고 5분 거리의 슈퍼마켓은 저렴하지만 사려는 물건이 없기 때문에, 왕복 40분을 자랑하는 종류도 많고 저렴한 마트로 굳이 장을 보러 가길 원했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장을 보고 돌아오면 아침 요가는 어려울 듯했다.
아침 요가가 하기 싫어서 몸이 베베 꼬일 때는 핑계도 없다가 이제 좀 해볼 만하니 변수가 생기는 게 약이 올랐다.
지금까지 나의 숱한 계획들은
매번 이 허들에 걸려 넘어지곤 했다.
허들에 걸려 넘어진 이유는
줄곧 내 의지력이 부족하거나,
융통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넘겨짚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뛰기에 버거울 정도로 허들이 높아진 게 아닐까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 허들에 넘어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에 더 아프게 넘어지는 건 아닐까.
어느 순간 허들의 높이가 버거워지면
숨을 가다듬고 다시 허들을 낮춰 줄 필요가 있다.
높은 허들을 멋지게 넘는 것보다는
어디까지나 완주하는 게 나의 목표니까.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바구니를 내팽개치고
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험난한 마트 장보기는 예상보다 훨씬 강행군이었기에
요가는커녕 손가락 들 힘도 없었고,
시간은 이미 오후를 향해 달리고 있어
아침 요가 또한 물 건너간 셈이었다.
나는 '매일매일 아침 요가'라는 허들을
다시 '대충 하더라도 매일 꾸준히'로 낮췄다.
가장 뻐근한 다리를 풀기 위해 간단한 스트레칭을 시작했고, 그 요가는 평소보다 훨씬 시원했다.
가뿐해진 다리를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침 요가든 아니든 아무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