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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다 Nov 01. 2020

29. 근육통과 작심삼일의 대처법

운동을 하는 것보단 운동을 시작하는 게 훨씬 어렵다.


































Day 29


우리 집은 날씨가 슬슬 추워지면,

보일러로 따뜻해진 방에 가습기를 겸하는 축축한 빨래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깔린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 잠에서 깼을 때 축축한 빨래들이 밟히면 그저 기분이 찜찜할 뿐이지만,

운동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그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면 솟구치던 의욕은 두 동강이 나버린다.

생각해보면 정말 별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의욕이 하늘을 찌르던 지난 이틀과 오늘은 무슨 차이가 있을지 가만히 생각해봤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나는 작심삼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말 웃기게도, 부정적인 감정에서 잠깐 빠져나와 이 감정이 왜 생겼을지 조금 먼 거리에서 바라보고,

이 감정에 스스로 진단명을 내리면 거대하게만 보이던 감정들이 대부분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나에게 어떤 처방을 내리면 좋을지 갈피를 잡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이렇게 어지러운 방에서 '의욕적인 운동'은 하기 싫다는 내 기분에게

조금 정리된 방에서 '의욕적이지 않은 운동'을 할 것을 처방했다.


빼곡한 빨래들을 대충 밀어내고 자리를 확보하자,

'의욕적이지 않은 운동'을 하는 것쯤은 정말 별 것 아닌 것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평소에 어렵지 않게 따라한 짧은 스트레칭을

근육통이 있는 상태로 따라 하려니

온몸이 덜덜 떨려서 동작 하나하나마다 진땀을 뺐다.

이것만 끝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매트를 접으리라 이를 갈았지만,

끝날 무렵엔 묘하게 시원하고 가벼워진 팔다리가 지금이 운동을 하기 정말 좋은 상태라며 유혹했다.


어차피 운동 한 개를 하나, 두 개를 하나 샤워는 해야 한다는 가성비 좋은 생각까지 더해져 얼떨결에 다음 운동으로 넘어갔다.

운동은 일단 시작만 하면

어떻게든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나와도

식지 않는 몸의 열기 때문에 심장이 쿵쿵거리고, 정신이 번쩍 드는 상태가 한동안 유지된다.

오늘은 유독 내일로 미루고 싶었던 일들이 눈에 들어왔고,

지금이라면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시작만 하면 우선 어떻게든 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밀린 일을 끝내고 침대에 누웠음에도

평소보다 일찍 잠들 수 있을 듯했다.


하루를 후회 없이 보낸 밤은

어느 때보다 미련 없이 잠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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