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Sweet Smile

by 박신호

요 며칠 몸이 찌뿌둥하다. 목과 어깨를 비롯한 전신이 뻐근한데 등짝이 유독 심했다. 등에 문제가 생긴 것은 대학 휴학생 때였다. 군 입대를 앞두고서 체력을 키우고자 헬스장에 등록했다. 먼저 입대한 친구들의 권유 때문이었다. 매일 근력 기구를 이용한 근육 키우기에 돌입했는데 과유불급이 문제였다. 급한 성질 탓에 준비 운동을 소홀히 했다가 등 근육을 다쳤고만 것이다.

그날 이후 통증은 등에 달라붙어서 떨어질 줄 몰랐다. 더운 날보다 추운 날이면 등으로부터 묵직함과 얼얼함이 느껴졌다. 근육에 가시가 박혀있는 듯한 아픔이랄까. 다행하게도 생활에는 별지장은 없어서 상체를 뒤로 젖히는 동작만으로 통증을 떨쳐내곤 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결리는 듯한 아픔의 빈도와 강도가 잦아졌다. 세월에 풍화되고 있는 내 몸의 상태를 슬퍼할 뿐. 달리 뾰족한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관절이 성성할 때 근력을 키우라는 동네 의사의 말을 듣고서 작년 겨울 집 근처 헬스장에 등록했다. 대학시절 이래 사십 년 만에 헬스클럽을 다시 다니게 된 것이다. 오 일가량 가벼운 달리기와 근력 강화 운동을 한 시간 정도 하였는데,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왔다. 봄에는 이석증, 여름에는 어깨 통증, 가을에는 족저근막염이 몸에 들락달락 했다. 그때마다 운동은 멈출 수밖에. 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라는 자조섞인 푸념과 영양제 좀 챙겨 먹으라는 아내의 훈시만이 늘어났다.

어제 아침 기상 때도 뻐근한 불쾌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순간 ‘스트레칭’이란 단어가 생각났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기지개부터 켜는 것이 건강에 최고라는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래 한번 해 볼까’라는 마음으로 두어 차례 기지개를 켰고 목과 몸통을 좌우로 돌렸으며 팔과 다리를 가볍게 풀었다. 근육이 풀리는 듯 건강한 기분이 들었는데 기분 탓이었을까. 스트레칭 따위가 무슨 운동이 되라는 생각을 바꿔야 했다.

평소 운전할 때면 음악을 즐긴다. 오늘도 차 안에서 on 버튼을 누르자 귀에 익은 경쾌한 팝 음악이 들려왔다. 고등학교 시절 체육 시간에 자주 들었던 에어로빅 음악, 카펜터스의 <Sweet Sweet Smile>이다. 밝고 환하게 웃자는 노랫말만큼이나 유쾌한 리듬이 몸을 감고 돈다. 노래가 두 번째 소절에 들어갈 무렵 그때의 에어로빅 동작이 생각이 났다. 무려 사십오 년 전의 움직임이라니. 그것은 뇌가 아닌 몸의 세포가 재생시키는 기억의 회로였다.


<Sweet Sweet Smile>에 맞춰 에어로빅을 했던 1982년.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개신교에서 운영하는 미션 스쿨이었고 같은 종교 계통의 여고가 좀 더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루는 체육 시간에 건장한 인도인을 연상케 하는 체육 선생님께서 여성들의 에어로빅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선생님은 어색하더라도 교육부 지침이니 어쩔 수 없다며 지난주에 연수를 다녀왔다고 우리에게 하소연 겸 설득을 했다. 그날 이후 체육 시간이면 운동장에서 에어로빅을 추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러한 남학생들의 몸부림을 보려는 이웃 여고생들 환호가 담 너머 들리기도 했다.

그때 운동장에서 울려 퍼지던 에어로빅 노래는 <Sweet Sweet Smile>, <jambalaya>였다. 둘 다 혼성 듀오 카펜터스의 음악이었다. 체육 선생님이 구령대 앞에 녹음기를 두고서 “준비, 기준~” 소리치면 체육부장이 오른팔을 올리며 “기준!”이라 외쳤고 우린 함성과 함께 에어로빅 대형으로 흩어졌다. 이어서 <Sweet Sweet Smile>, 오빠 리처드 카펜터스의 연주와 여동생 카렌 카팬터스의 목소리가 통통대는 리듬을 타고서 하늘로 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카렌의 목소리에 맞춰서 손뼉 치면서 앞으로 두 발짝 폴짝 뛰었고, 다시 박수 소리에 따라 뒤로 물러났으며, 무릎을 올려서 팔꿈치에 닿는 동작과 두 발을 좌우 번갈아 올리면서 힘차게 두 손바닥을 부딪쳤다. 간혹 여선생님들이 이 모습을 구경하는 경우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체육 선생님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곤 했다. 아무튼 그 시절의 동작이 운전 중에 다시 생각났으니 신통한 일이었다. 찌뿌둥하고 뻐근한 내 몸이 스트레칭을 원한 것은 아니었을까.


육신의 변화가 실감되는 이순의 나이다. 그런 만큼 몸동작도 격하지 않고 조신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에 정정할 필요가 생겼으니 법현이란 승려의 책을 읽은 후였다. 그는 동진시대 서역을 거쳐 인도를 다녀온 최초의 중국인이다. 서기 399년에 뜻을 같이한 11명과 장안성에서 출발했고 13년 후에는 제일 나이가 많았던 법현만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경이로운 것은 법현이 천축을 향해 떠났을 때 나이가 무려 64세였다는 사실이다. 요즘 같으면 일흔이 넘은 나이라 하겠다.

옮긴이는 법현의 도전을 소개하면서 “젊은 그대여, 지금이라도 떠나라.”라고 말한다. 앞으로 병치레가 침범하더라도 노구를 끌고서 서역으로 떠났던 법현의 패기를 본받아야겠다. 카펜터스의 <Sweet Sweet Smile>을 사십팔 년 만에 듣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닐지 모르겠다. 그러니 몸이 덜 깨어난 아침에 일어나면 가벼운 몸동작을 해보련다. 밝게 미소 지으며 “Sweet Sweet Smile”하게.


- You're always in my heart / From early in the mornin' til it's dark / I gotta see your sweet , sweet smile every day / When I wake up in the mornin' / And I see you there / always whisper a little prayer / I gotta see your sweet , sweet smile every day

- 넌 항상 내 마음에 있어 / 이른 아침부터 밤이 될 때까지 /난 매일 너의 달콤하고 달달한 미소를 봐야 해 / 내가 아침에 깨어나 그 순간 널 보며 / 난 항상 짧은 소원을 속삭이지 / 난 매일 네 달콤하고 달달한 미소를 봐야만 한다고

- 카펜터스, <Sweet Sweet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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