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특히 남자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층간 소음문제를 안 겪어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층간소음문제로 상당히 골머리를 앓았다.
한창 크는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데 몇 번을 주의를 줘도 아이들은 이내 다시 뛰어놀기 시작했다. 화장실 앞, 침대 앞 등 매트가 깔리지 않는 틈새 공간에서 아이들이 뛰면 곧 현관문 벨이 울렸다.
"저... 윗집인데요. 좀 조용히 좀 해주세요."
"저, 윗집인데 저 내일 일찍 출근하려면 지금 자야 되거든요"
처음에는 남편과 나 둘 중에 한 사람만 대응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상황을 모르는 아이들은 왈가닥으로 뛰어다녔다. 그래서 우리는 그 이웃이 층간소음이 벨을 누르면 아이를 안고 문 앞에 섰다.
아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도 있고, 다소 예민한 윗집 아가씨에게 시위성(?)인 심정도 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별 일 없이 밥만 먹고 있었는데 시끄럽다며 찾아온 적도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우리는 소음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고심 끝에 이사를 했다.
그 당시 이웃이 현관문 앞에서 벨을 누르고 기다리면 우리는 주범(?)인 어린 둘째 남자아이를 안고 죄송하다고 인사했다. 그러면 그 이웃은 천친난만한 아이 얼굴을 보고
"조금만 조용히 해주세요" 하고 이내 돌아섰다.
소음으로 힘이 들지만 또 아이들에게 뛰면서 놀지 말라고 하기도 어려운... 우리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원래 애들은 시끄럽게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 아빠들은 2백만 원이 넘는 매트 시공을 하거나, 50~80만 원 상당의 매트를 구입해 8-9시간에 걸친 셀프 시공을 해서 바닥에 매트를 한다. 솔직히 가격도 부담스럽고, 과정도 번거롭다. 그래서 나는 출산지원원정책으로 지자체가 매트시공업체와 연계와 신혼부부들을 후원해 줬으면 좋겠다. 아마도 신청하는 부부들이 꽤 될 것이라고 추측한다.
집 안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도 소리지만 어느 아파트는 놀이터에서 노는 소리까지 민폐가 된 일이 있었다. 나는 이 소식과 사람들의 반응을 담당 프로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MC: 다음 소식 뭡니까?
천: 아이들 노는 소리가 시끄럽다 놀이터 이용 금지시킨 30억 아파트
MC: 놀이터 이용을 금지시켜요? 어딘데요?
천: 강남의 방배 그랑자이입니다.
이곳에서 어린이집과 어린이놀이터 시설 사용을 두고 주민 간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시끄럽다는 이유로 어린이들의 놀이터 사용을 금지해 달라 하고, 다른 쪽에선 이 같은 금지 조치가 잘못됐다며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넣고 맞서고 있다고 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2022년 2일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 입주민 A 씨는 지난 9월 입주민대표회의에서 어린이집 아이들의 놀이터 출입을 금지해 달라는 안건을 제시했습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이유였는데요.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은 서초 구립으로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습니다. 입주민과 주변 지역 거주민들의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시설이고요. 정원은 0세부터 만 5세까지 60명이다.
해당 안건은 입주민대표회의를 거쳐 아이들의 놀이터 이용이 제한됐습니다. 그러나 다른 입주민 B 씨는 이 조치가 잘못됐다고 생각해 같은 달 28일 구청에 해당 조치를 풀 방법을 알려달라고 민원을 제기하면서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MC: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참 좋던데... 요즘 또 애들 보기도 힘들잖아요.
천: 그러게요.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안 그런 분들도 있나 봅니다.
몇몇 입주민들은 어린이집 아이들을 상대로 '이 아파트가 얼마짜린데 조용히 다녀라',
'학원 차량이 단지 내에 다니면 공기가 오염이 된다'는 등의 항의를 지속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방배동 인근 공인중개소 대표는 "주민들끼리 다툼이 있었는데 지금은 놀이터에서 애들 노는 소리도 들리고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는 했습니다.
MC: 이 아파트 얼마짜린데....(허탈하게 웃음) 댓글반응은 어떻습니까?
천: "다른 곳도 아니고 안전하게 놀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놀이터에서도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상식선을 크게 벗어난 것"
"제대로 살 수 없으면 집값이 수십억 원씩 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냐"
반면
"늦은 시간까지 놀이터에서 익룡 소리 나면 힘들 긴 합니다. 그래도 폐쇄까지는 좀..."
이런 댓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 놀이터를 반대하지 않는 대다수 입주민들은 이 같은 논란이 억울하다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단지 내 놀이터를 외부 어린이들까지 같이 이용하게 되면서 주민 불만이 생긴 것은 맞지만, 실제 놀이터를 폐쇄하는 일은 없었다"며 "앞으로도 규약에 따라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MC: 그렇군요. 잘 들었습니다.
현재 강남 방배 그랑자이는 단지 내 어린이집 아이들뿐 아니라 주변의 외부 어린이집 아이들까지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논란이 벌어지고 몇 개월 후 입주민 찬반투표를 거쳐 마침내 놀이터 운영, 외부 아이들에게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기사에 따르면 자녀가 외부어린이집에 다니는 한 입주민은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차별 없이 안전하게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털어놨다고.
나 역시도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하원시킨 후 집으로 돌아오다가 아이들이 놀이터를 발견하고 놀다 가자고 하면 내가 살지 않는 아파트의 놀이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