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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나 Nov 06. 2020

마리챠아사나 C

이게 된다고?

두 다리를 곧게 펴서 앉는다.

오른쪽 무릎을 세워 발꿈치를 엉덩이에 바짝 당겨 앉는다.

왼쪽 어깨 바깥쪽을 오른쪽 무릎 바깥쪽에 댄다.

(사실 여기부터도 완벽히 되지 않는데 그다음이 더 골 때린다).

왼쪽 팔을 뻗어서 오른쪽 무릎을 감싼 뒤 손을 왼쪽 등 뒤로 보내려 노력한다.

(여기까지 되는데도 몇 달이 걸린다.)

이제 오른쪽 어깨를 활짝 뒤로 젖히며 오른쪽 팔을 등 뒤로 넘겨 왼쪽 손목을 잡는다.

(잡히지도 않지만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힌다.)

어떤 사람은 긴 팔 덕분일까, 어깨가 덜 말려서 그런가.

요가 배운 지 몇 달 되지 않고도 잘만 하는데 난 아무리 용을 써도 안 된다.

속상해도 소용없고 샘을 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쯤 되면 그냥 내 몸은 ‘이 아사나와 안 맞나 보다’ 하고 포기하고 싶어 진다.  



 3년 만에 다시 찾은 요가원 수업 날 선생님은 혼자서 용을 쓰며 마리챠아사나 C를 시도하는 내 옆으로 다가왔다.

“팔을 뒤로 보낼 생각부터 미리 하지 마세요.”

“몸통을 비틀어서 내장까지 모두 트위스트 되도록 기다려줘요”

“팔을 높이 들지 말고 편안하게 쭉 펴서 어깨를 뒤로 젖히며 견갑골 사이를 조이세요”

그녀의 설명에 맞춰 내 호흡을 따라 자세를 만들어본다.

결코 만나지 못할 두 손이 가까이 닿을락 말락.

‘어머나! 이게 무슨 일이야. 이게 된다고? 5년 동안 안 되던 건데...’

이번에는 왼쪽 무릎을 세워 반대쪽을 시도해본다.

그녀가 알려준 순서대로 차분히.

이번엔 그녀의 도움 없이 나 스스로 몸 하나하나를 느끼며 내장까지 비틀어서 기다린다. 팔을 의도적으로 돌리지 말고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하나씩 동작을 이어가 보니 두 손이 잡힌다. 왼쪽 어깨는 오른쪽 어깨보다 조금 더 뒤로 젖히는 것이 수월했다.

나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의 순간이다. 내가 몰랐던 아사나의 감각이 열리는 순간이다.

이 아사나에 쓰이는 근육들의 느낌을, 호흡을, 감각을 기억해야 한다. 머리와 몸에 분명히 각인될수록 다음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가 늘 하던 방법으로 안 될 때는 다른 방법이 길이 될 수 있음도 함께 배워간다. 요가 매트 위에서 배운 것들을 내 삶으로 갖고 가며 다시 돌아온 이 요가원과 인연이 궁금해진다.   




“진정한 교육이란, 밖에서부터 안으로 무언가를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잠재된 무한한 지혜가 자연스럽게 표면에 떠오르도록 조금 도와주는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요가난다, 영혼의 자서전 중에서-




“만일 무엇이 절대 필요한 사람이 자기가 필요했던 무엇을 발견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우연이 그것을 그에게 준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주는 것이다. 그 자신의 소망과 필연성이 그곳으로 자기를 인도해 가는 것이다”

                               -데미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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