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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망 Dec 20. 2023

당신의 소확행은 무엇인가요?

Happy things | 제이래빗

코끝에 찬 바람이 매서운 겨울 이맘때쯤 되면 듣게 되는 노래는 대개 신나는 캐롤일 것이다. 사실 서양권 나라들은 크리스마스 2-3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초읽기에 들어간다. 그래도 12월까지 기다렸으면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캐롤이 좋아서 듣는 건지 으레 듣다 보니 습관이 되어서 올해도 찾아들어야지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이들의 노래를 일 년 중 아무 때나 시시때때로 듣는다. 한 철만 듣기엔 아쉽달까.




원래 가요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대중가요는 잘 모른다. 남편이 즐겨보던 슈가맨이나 신나는 토요일 같은 가요예능도 하등 재미를 못 느꼈다. 알아야 재밌고 그런 거지. 대학생 때 알바를 하면서 같이 일하던 친구가 듣는 노래목록들이 좋길래 제목들 좀 알려달랬더니 플러팅이라도 하는 양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이 노래를 몰라서 제목을 알려달라고 한다고?라는 태도였다.



대중가요가 거의 아이돌음악, 댄스음악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너무 박자만 쪼개거나 영어만 난무하는 게 겉멋만 든 느낌이다. 그렇다고 차분한 발라드만 듣기엔 또 너무 사랑타령이다. 자극적인 가사보다 생각할 거리나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딱 떨어지는 칼군무보다 제 흥에 취해 신난 그루브가 좋고 번쩍이는 화장에 일말의 흔들림 없는 머리보다 조금 부스스해 보여도 자연스러운 복장이 좋다.


이렇게 저렇게 따지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은 어딘가 조금 대중적이지 않은 갈래이다. 대중매체에 잘 나오지 않는 인디밴드들. 화려하거나 유명하지 않은 채로 자신이 하고 싶은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작더라도 자신의 무대에 충실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 노래들이야말로 그 가수가 하고 싶은 말들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십몇년전 유튜브에서 우연히 제이래빗의 영상을 봤다. 두 명이서 노는 듯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데 그렇게 편하고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다. 몇 번이고 다시 찍으며 가장 나은 음악을 고르는 듯 서로 괜찮은지 묻고 편하게 웃음도 터트리는데 보는 사람도 따라서 빙긋 웃게 만들었다.



토끼띠 동갑내기 친구인 두 명의 J(정다운, 정혜선)가 마음 맞춰 시작하게 된 제이래빗은 팀명처럼 토끼들이 통통 튀는 듯한 음악을 한다. 편안하고 친근하고 따뜻하다. 둘 다 긍정적이고 명랑한 탓에 노래도 밝고 희망적이다. 누가 들어도 좋을 무해한 음악이다. 이런 까닭에 알음알음 드라마 OST로 인지도를 넓혀가다가 핑크퐁과 콜라보도 하고 귀여운 캐릭터의 게임(쿠키런:오븐브레이크) OST도 불렀다. 예능 배경음악으로도 종종 사용되어 언젠가 한번 들어봤을 법한 음악이다.


제이래빗은 커버곡을 부르는 영상을 많이 올렸는데 이 음악들을 다시금 앨범으로 발매하게 된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수험생들을 위해 불렀던 달리기(곡. 윤상)는 중고생뿐 아니라 여러 공시생들도 거쳐가며 위로받았다고 하니 여러모로 힐링보이스인 듯하다.


특히 이들의 커버곡은 let it snow부터 Sleigh Ride, Winter wonderland, White Christmas, Oh holy night 등 겨울에 더욱 특화되었고 캐롤앨범이 많아 겨울이 되면 더 생각이 난다. 건강상의 문제로 활동중단을 선언하기도 하고 여러 부침이 있었지만 2주 전 또 <크리스마스> 앨범을 발매했다니 이런 기쁠 데가. (앨범 이름이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에 듣는 <크리스마스> 앨범이라니. 올 겨울은 이 앨범을 만끽해야겠다.




"좋아. 좋아?"

배실배실 새어나오는 웃음이 간지럽다. 유려한 피아노 연주와 함께 어우러지는 상쾌한 목소리. 피아노를 연주하는 중간중간 손가락을 튕겨 박자를 맞추는 실력도 보통이 아니다.

어쩌면 이렇게 귀여운 가사들인지. 행복한 일들을 상상해 하나하나 나열하며 연기하듯 표정을 지어보이고 박자 맞춰 고개를 까딱이는 모습이 개구지다. 제이래빗의 즐거움과 행복이 영상을 보는 내내 고소하게 풍겨나온다.

나의 작은 행복이 당신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라며.


둥근 해가 뜨면 제일 먼저
기분 좋은 상상을 하지
하나 둘 셋! 자리에 일어나
하마처럼 입을 쫙 하품을 한번 하고
두 눈을 크게 뜨고
번쩍 기지개를 한번 쭉 켜고
즐거운 상상을 맘껏 즐겨 잊지 말고
Happy Happy Things!

상쾌한 바람이 부는 아침에
한껏 여유 부릴 때
유난히 안색이 좋아 뭘 입어도
다 잘 어울리고 다 예뻐 보일 때

좋아하는 노랠 들으며 걸어갈 때
시간 맞춰 버스를 탈 때
유난히 사람이 많은 출근길
딱 내 앞에서 자리 났을 때

예상대로 일이 술술 풀려갈 때
이제부터 뭐든 내 멋대로 맘 먹을 때
아주 맛있는걸 먹었을 때
세상에나! 힘도 안 줬는데 쾌변

오! 보너스 휴가 떠날 때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
모두 상상만 해도 정말 기분 좋아
잊지 말고 Happy Happy Things!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을 때
괜히 기분이 좋아서 혼자 막 춤 출 때
아주 머리가 잘 돌아갈 때
말도 안돼! 공부 안 했는데 백점

오! 누군가 보고 싶을 때
그대가 내 맘 알아줄 때
모두 상상만 해도 정말 기분 좋아
잊지 말고 Happy Happy Things!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모두 상상만 해도 정말 기분 좋아
잊지 말고 Happy Happy Things!


제이래빗-Happy things

제이래빗-Winter wonder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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