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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다은 Oct 24. 2021

2. 부캐릭터(멀티 페르소나) 전성시대

한 우물만 파기엔, 재미난 게 너무나 많은 세상! 내가 원하는 나

부캐릭터(멀티 페르소나) 전성시대

한 우물만 파기엔, 재미난 게 너무나 많은 세상! 내가 원하는 나



"선생님, 이번 피아노 음악 방송 촬영에서 개성있는 컨셉을 가져가면 좋겠어요."  

"백데르트요? ... 정말요? 저 잘 살릴 수 있을까요?"

"국민 MC 유재석 1사람이 카놀라유처럼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것처럼요. 재미있을 거에요."


중세 음악가같은 화려한 복장과 모자를 앞에 두고 생각이 많아졌다. 처음엔 낯설고 어색했지만, 그 이후론 어느새 2nd, 3rd 다음 부캐릭터 구현에 여념이 없다.

플레이런 TV 다같이 도레미 (2021. 12월 방영예정)


그러고보면 그동안의 시간에서도 새로운 N잡 도전으로 요즘 대세인 부캐릭터까지 덤으로 얻게 되었다. 무려 백데르트 (백다은+모차르트)처럼, 교사가 된 후 새로운 이름들을 하나둘 얻게 되었다. 작가, MC, 강연가, 다큐멘터리 출연 등의 활동은 모두 교육과 연결되었고, 이 경험들은 다시 수업 속에 녹아들었다.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창의적이고 풍성한 매시간 수업에 어느 때보다 추억이 많은 학창 시절이었다’는 학생들의 말과,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 백다은 선생님 반이 되고 싶다’는 학부모님의 말씀을 듣는 건 기쁨이고 행복이다.


특수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나 연예인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이렇게 N잡을 통해 부캐릭터를 갖는 일은 이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익숙한 일이 되었다. 평범한 줄만 알았던 고등학생이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육아하는 엄마가 일상 브이로그 영상을 재미있게 제작해 대중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가하면, 방송 PD가 재테크 유튜버로 전향해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영향력을 갖는 세상이다. 집에서 살림만 하던 주부도 아이 돌잔치를 계기로 손재주를 살려 헝겊인형과 패브릭 작가가 된 경우 등 N잡러로 변신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지 않은가.



좋은 교사가 되려면 최소 12가지 이상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각 교과의 실력은 물론이고 각종 교수-학습 기법, 동기유발을 위한 발문법, 교구 제작, 판서 기술, 업무 처리 능력 등을 갖추어야 하니 말이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국영수부터 미술, 음악 등 예체능까지 전 과목을 다루다 보니 이러한 능력들이 안으로는 풍성한 수업과 학급운영, 생활 지도를 돕고, 밖으로 발산될 경우 또다른 직업인으로 활동해도 손색없을 만한 능력들로 발휘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요즘은 교사 중에도 웹툰 작가, 학부모교육 전문가, 심리 상담가, 컴퓨터 전문가, 랩퍼, 동화 작가 등 교육을 기반으로 다양한 개성과 실력을 보여 주는 많은 선생님이 있다.


필자 또한 퇴근 후나 주말, 방학 시간을 활용해 EBS 방송국의 공채 강사로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목의 온라인 수업으로 전국의 초등학생들과 만났다. 최근에는 한 방송국에서 어린이 음악 프로그램 MC를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평소 교실에서 반 아이들과 함께하던 것처럼 클래식부터 동요, 째즈를 넘나들어 연주하며 리듬, 멜로디, 화음 등의 음악요소에 대해 알려주는 음악 수업을 생동감있게 담아냈다.


그러고보면 비록 어린 시절의 장래희망을 이루진 못했지만, 새로운 도전으로 또다른 나만의 길을 만들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초등학생 시절 장래희망 란에는 2가지를 늘상 적었는데, 하나는 초등학교 선생님, 다른 하나는 해외순회공연을 다니는 클래식 피아니스트였다. 또한 대학생 시절에는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인 뽀미 언니가 되고 싶어 지상파 아나운서 시험까지 보았지만 높은 경쟁률에 밀려 끝내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당시 어렴풋하게나마 ‘나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살려 내 분야에서 다시 도전하리라’ 다짐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아이와 부모의 미래직업 관찰예능 프로그램 MC 진행을 맡은 일에 이어, 늘 꿈꿔왔던 ‘음악과 어린이 방송의 접목’도 현실이 되었다.


부캐릭터는 다른 말로, 멀티 페르소나 (multi-persona, 다중적 자아)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원래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사용했던 가면을 뜻하는 페르소나persona에 다수를 뜻하는 multi멀티가 합쳐진 말이다. 다양한 삶의 상황에 맞게 여러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하다. 몇 년 전만 해도 멀티 페르소나, N잡러라는 말은 어려운 말이었겠지만, 지금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하며 피부로 와닿는 개념이 되었다. 이는 아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는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65%의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미래 전망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세상 살아가는 법을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워야 한다니. 마치 파도타기 같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세상에서 파도에 휩쓸리지 않음은 물론, 꼿꼿하게 중심을 잡으면서도 유연하게 모습을 바꾸어가며 즐겨야 한다. 넘실대는 파도 앞에서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처음부터 유연한 서퍼처럼 능숙할 수는 없더라도, 어떻게 해야 계속해서 도전하며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 거센 파도를 힘차게 넘어설 수 있을까? 그러려면 어릴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 세상이 원하는 일의 접점을 만들어가며, 미래라는 캔버스에 그려내는 힘을 키워야 한다.

 

자신의 결정에 따라 인생의 첫 단추를 끼워 본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당장 기대한 만큼 결실을 맺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분명한 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있어 자신감을 준다”는 것.



그 작은 성공의 경험들은 또다시 디딤돌이 되어 머지않은 미래에 아이의 N잡으로도 연결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물을  줄로만 알앗던 역사  위대한 인물들도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가져온 다양한 관심사를 일로 연결하는  주저하지 않았다. 요즘 세상에 태어났다면, 그들 역시

멀티 페르소나의 소유자라고 인정받았지 않을까. 인생은 길고,  우물만 파기에는 세상에 재미난 일은 너무도 많다.


알베르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 1875~1965)

 ‘아프리카의 성자’로 원시림의 수많은 생명을 구한 의사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있다. 생애 시기에 따라 신학자, 철학가, 파이프오르간 연주가, 강연가, 교육자 등 4개 이상의 직업을 지기도 했다. 대학에서는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졸업 후에는 파리와 베를린에서 칸트의 종교 철학에 관한 연구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후에 철학 교수가 되었다. 또한 어릴 때부터 음악에 소질을 보였던 그는 파리 유학 시절 파이프오르간 연주가로 활약하였고, 그때 파이프오르간 구조에 대한 논문과 바흐에 대한 저서를 집필하기도 하였다.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1934~)

패션계의 대부 아르마니는 원래 이탈리아 명문 의대 출신였다.  군 복무 중 경제적인 이유로 밀라노의 백화점에서 상품을 진열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고, 지인의 소개로 만난 디자이너와의 인연이 그 계기였다. 패션 분야에서 일하면서도 교황청 복음서의 표지를 디자인하는가 하면, 홈 인테리어, 휴대전화, TV, 가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분야를 넘나드는 도전과 열정을 이어갔다.


[N잡 시대 미래문해력 진로 디자인 2]  

가족의 다양한 부캐릭터 시기별로 입체적으로 떠올리기 대화

CHALLENGE 부캐릭터(멀티 페르소나), 내가 원하는 나 


막연하게 장래희망(건축가, 변호사, 아나운서, 과학자, 소방관 등)만 말하는 대신, 시기별로 어떤 모습일지 구체적으로 떠올려보자. 이는 아이로 하여금 지금 해야 할 과업을 스스로 생각하게끔 하고, 상상력을 키우는 데에도 큰 효과가 있다. 요즘 유행하는 부캐릭터를 우리 가족에도 대입하여 모두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보는 것도 좋다. 현재 아이가 초등학생이라면, 아이가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일  어떤 모습일지 함께 상상해보고 이야기하는 식이다. 또는 반대로, 서로를 속속들이  아는 가족이기에, 가족의 현재 직업 커리어에서 어떤 장점이나 특징을 살려 변화를 만들어가며 도전해볼  있을지 떠올려보고 조언해보는 것도 좋다.



학교에 제출하는 장래희망 조사에 ‘판사’라고 적었잖아.
그 꿈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해야한다고 많이 들었어요.

“맞아. 그 뿐 아니라, 또 어떤 걸 하면 ㅇㅇ이에게 도움이 될까?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마음을 헤아려주어야 하는 일이다보니, 생각해야 할 게 많아.”


“얼마 전 학교에서 읽은 ‘장발장’에서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이나 옥살이를 하는 건 너무하다고 엄마께 말씀드렸었잖아요. 오늘 독후감상문 대회에서 쓴 것처럼, 제가 판사였다면 ~ 했을 거에요.”

“우리 아들 언제 이렇게 컸대? 엄마 아들이라 고마워. 책을 열심히 읽는 것 뿐 아니라 글도 잘 쓰니 이런 생각을 해보는 건 또 어떨까?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네 모습에 미래 판사님이면서 주말에는 작가로 책을 쓰는 모습이 순간 떠올랐어. 네 생각은 어때?”

“작가요? 어.. 생각 안 해본 건 아닌데요. 엄마 말씀 들으니, 갑자기 떠오르는 일이 있어요. 국어수업 시간에 심청전의 청나라 상인들이 공양미 300석에 심청을 제물로 산 일에 대해 친구들이랑 유죄인지, 무죄인지 토론했던 거요. 이야기 속 인물들 판결하는 글쓰는 거, 지금 당장도 독서기록장에 써볼 수 있어요. 진짜 판사님처럼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꼭 나중이 아니라,
지금 어린이 작가가 될 수도 있잖아요.”


“아주 훌륭한 자세야! 엄마도 왕년에 고등학교 밴드부 보컬 출신의 공대생이었던 거 알지? 가수는 아니지만, 지금도 회사 송년회 때 노래 부르잖아. 무엇이든 다양하게 도전해 보렴. 그게 너만의 멋진 개성을 만들어 줄테니까. 스트레스도 쫙 풀린다고!”



플레이런TV [Play&Learn TV] - YouTube




백다은

초등학교 교사, EBS 공채 강사 (국어, 수학, 사회, 영어),

플레이런 TV 다같이 도레미 MC,  재능방송 미래직업 관찰예능 우리아이 JOB 생각 MC (with 가수 별)

KBS〈명견만리〉, EBS 생방송〈부모〉, YTN〈수다학〉, EBS〈다큐 프라임〉 ‘글로벌 인재 전쟁’, tvN〈창조클럽 199〉방송에서 강연, 수업 시연,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전국 학교, 도서관, 기업체, 교육부 주최 토크 콘서트 등에서 미래 교육의 나아갈 방향과 아이들의 진로와 교육법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초등 1급 정교사 자격 연수와 초중등 진로교사 연수를 맡고 있다.


쓴 책 : 『내 꿈은 달라』 『꿈씨앗 파노라마』 『백다은의 교육상상』 『두근두근 N잡 대모험』 『미래교육 바이블 (가제)』


입시 지옥으로부터 해방만을 꿈꾸다 마침내 맞이한 스무 살의 봄, ‘이름 앞에 다양한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학만 가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다’는 어른들 말씀만 믿었지만, 교육 대학교의 특성상 고등학교 생활의 연장선 같았다.

어릴 적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것을 잊지 않고 작곡과 작사에 도전해 본 것, 온라인 카페에서 우연히 공고를 보고 처음으로 써 본 연극 시놉시스가 대학로 극단 공모에 입선한 일, 비록 최종 합격은 하지 못했지만 타 대학 친구들과 글로벌 탐방 대원이 되기 위한 공모전을 준비했던 일, 유럽 15개국 배낭여행 등 다양한 경험 등 신기하게도 서로 관련이 없을 것 같던 일들조차 연결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국어, 음악, 사회, 영어 등 전 교과를 지도하고, EBS 공채 강사가 되어 방송, 온라인을 통해 전국의 학생들과 만나고, 출판사에서 육아서부터 다양한 책을 출간하고, 아이들에게 사회 시간에 가르쳐준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직접 도전해 최우수상인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하였고, 남편과 함께 대기업에서 주최하는 IT 기반의 사회 문제 해결 공모전에 참가해 1,865개 팀 중 최종 결승에 진출해 다양한 분야의 사회 혁신가들과 만날 수 있었다.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스스로 모든 것이 되는 법을 익혀 풍성하고 깊이있는 진로 교육과 미래교육에도 관심을 갖게 된 데에도 이러한 배경이 있었다.

스무살의 봄에 꿈꾸었던 것처럼, 초등학교 교사라는 본업을 두고 어린이책 작가, MC 방송 진행자, 강연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경험들은 자연스럽게 교육과 또 다시 연결되어 수업 속에 녹아들었다. ‘선생님의 세상이 넓으면 아이들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것, 보여줄 수 있는 것, 데려다줄 수 있는 곳이 많아진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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