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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다은 May 28. 2018

기술은 교육을 구원할 것인가

기술 중심의 교육혁신은 허구다?

교육 현장에서 기술 활용의 실제


“학생들은 학교에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올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그들은 스스로가 자신의 학습에 가장 도움이 될 도구와 전략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와 학교 관계자는 차별화된 교육을 시행하기 위한 역량을 향상시키고, 학생들에게 좋은 의사소통 기술을 가르치며, 교실의 벽을 넘어 학습을 확장하기 위해 협력한다”    

                  Williamson County Schools  


기술은 교육을 구원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교육계 안팎에서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이는 논제입니다. 학생들에게 학교에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고, 스스로가 자신의 학습에 가장 도움이 될 도구와 전략을 결정할 수 있는 BYOD (Bring Your Own Device), 계획대로 실행되기만 한다면 듣기만 해도 이상적으로 느껴지는 교육환경입니다. 디지털 기기가 정보검색 및 공유, 어플리케이션 활용은 물론, 교육 LMS 접속, 성적 및 과제 모니터링, 문서 작성, 전자 메모, e-book 접속, 온라인 평가, 연구 활동 등 다양한 목적으로 폭넓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건국대학교 교육공학과 임걸 교수의 스마트교육 확대를 위한 물리적 기반으로서의 BYOD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의 활용을 통해 학교, 학생, 학부모간 의사소통 증진, 학업성취도 향상,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증가에 기여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 : 디지털 사회에서 살아나가고, 학습하고, 일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
We define digital literacies as the capabilities which fit someone for living, learning and working in a digital society.

출처 : 영국의 교육정보화 (Education Technology) 전담 기관 JISC


유네스코 아태본부와 공동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연구하고 있는 이화여대 교육학과 정제영 교수에 따르면,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는 ‘디지털 소통능력과 시민의식’ 정도로 번역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디지털 매체가 워낙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윤리의식과 시민의식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의 디지털 교육은 단순한 컴퓨터 사용법 등 도구의 학습법이 아닌, 디지털 시민의식, 비판적 사고력까지 총체적 접근이 중시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편, 임걸 교수팀은 BYOD 운영시 보완해야 할 사항으로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꼽기도 했습니다.  


심리적 불평등 (MBTY: Mine is better than yours)

기능차이 및 파편화(fragmentation)

학습방해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

교사업무 증가

인프라 및 네트워크 구축비용

학교운영 부담


명문 사립초등학교 교사로 영어교과 전담, 커리큘럼 디자인 및 프로그램 운영 총괄을 담당하였을 때 미국 국방부, NASA, 학교 등에서 활용하는 어학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3학년 이상 학급당 주 1회 어학실에서 수업한 저의 경험은 이 주제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습니다.


각 학급별로 30명 내외의 다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함에도 체계적인 개별 맞춤형 학습지도와 영역별 성취도 확인에 맞춤형 조언, 가정연계 지도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었던 반면, 일종의 패턴화된 학습 유형이 반복되다보니 단순히 시스템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학습자 특성상 동기유발과 지속적인 학습을 이어가기 위한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였기에 보완해야 할 요소들이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가령, Color에 대한 주제로 한달간 수업이 진행될 경우, 유리병과 물감을 준비해 교사가 색의 마술사로 변신해 동기유발 활동을 진행하는가 하면, 각 주제에 따라 다양한 온오프라인 컨텐츠를 접목해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 등으로 수업을 보완하였습니다.

또한 리뷰 과정으로 주제, 학년에 따라 역할극, 문장 이어달리기, Jeopardy 퀴즈, Secret Code, 교육용 보드게임, 퍼즐, 카드놀이 등 다양한 영어놀이와 게임, 노래, 크래프트, 영화, Creative Project (온오프라인) 등을 경우에 따라서는 원어민 교사와의 협력 하에 접목하여야 했기에 교사의 입장에서는 몇 배의 수업 준비과정을 요하기도 했습니다.

기술을 접목한 수업이다보니 예상보다 크게 다가왔던 문제점으로는 잦은 기계고장 및 녹음시 기계적 변수로 인해 매 시간마다 혼자 진땀을 뺀 것이었습니다. 이후 기술 지원팀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기기도난 및 손상, 서버 이상과 같은 기술적 문제 발생, 교내 데이터 및 자원활용, 개인정보보호 문제 등 신경써야 할 것들이 여간 많은 게 아니었습니다. 실제 많은 학교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비한 스마트 패드 및 디지털 기기의 관리가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각 가정과 학교에서 스마트폰, 컴퓨터 게임 등에 노출된 시간이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 것인가 또한 현실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기에 디지털 시민의 필수능력이라 불리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높이기 위한 디지털 기기의 교육적 활용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기술은 교육을 구원할 것인가?


기술과 교육의 상관관계에 대한 두 토론자의 열띤 온라인 공방이 눈에 띄어 두 입장을 각각 요약해보았습니다.


기술은 교육을 구원할 수 있다.

1.유튜브 채널과 웹사이트 “칸 아카데미”(Khan Academy)는 지금 최고의 교육 사이트가 되다.  

2. 인터넷으로 강의를 제공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무크 서비스에서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을 체크하거나, 동료(peer)를 평가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수강자는 챕터별로 원하는 강좌를 무제한으로 학습할 수 있고, 약 15분의 간략한 수업 뒤에는 퀴즈를 풀어 수강자 이해 정도를 파악한다.  

3. 수 많은 사람들이 제출한 오답을 기반으로, 각 답변자에게 맞춤형 조언을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과정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교육혁명’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다.챕터별로 원하는 강좌를 무제한으로 학습할 수 있고, 약 15분의 간략한 수업 뒤에는 퀴즈를 풀어 수강자의 이해 정도를 파악한다.  

4. 수 많은 사람들이 제출한 오답을 기반으로, 각 답변자에게 맞춤형 조언을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과정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교육혁명’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다.

 ‘무크(MOOC)와 공짜 대학: 기술이 교육을 구원하리라 (출처 : 슬로우뉴스, 왕기)


기술은 교육을 구원할 수 없다.

1. PC통신에서 월드와이드앱으로 :  많은 혁신가와 교육공학자들은 웹의 발달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속도로 공부할 수 있는 플랫폼의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 희망

2. “냉장고에 먹을 게 넘쳐나도 엄마가 없으면 먹을 게 없지?” 교육적 자원이 많아진다고 해서 학습이 저절로 일어나진 않는다. 물론, 검색결과를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세밀하게 분석하여 자신이 처한 맥락에 능수능란하게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에게만 주효

3. 교육과 테크놀로지의 관계를 생각할 때 가장 범하기 쉬운 오류는 ‘교육 혁신을 주도하는 테크놀로지’라는 개념으로 최신 기술에 맹목적인 찬사를 보내는 일

4. 무크가 교육을 대중의 품에 안겨주고 있다는 믿음은 환상에 가깝다.  웹 기반 교육이 새로운 교육기회를 창출했지만,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디지털 자원에 접근할 기회가 불균등하게 배분되는 현상)와 함께 디지털 문해(digital literacy;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의 불균등한 분배를 야기했듯이.

5.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은 권력이 아니다. (Knowledge Isn’t Power).”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는 결코 교육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권력의 실질적 재분배로만 가능하다는 주장. 같은 논리로 기존의 불평등한 사회경제적 구조, 그로 인해 야기되는 교육의 불평등이라는 문제에 천착하지 않는 혁신이라면 수십, 수백 개의 무크 플랫폼이 생긴다고 해도 교육이 개선될 리 없다.

6. 훌륭한 판서는 퇴출해야 할 구닥다리 매체가 아니라, 말(음성언어)과 글(문자언어)을 실시간으로 엮어 두 매체의 장점을 최대화하는 멀티미디어다.  

“사실 얼굴 보고 대화하는 게 최고의 멀티미디어야. 자유자재로 속도 조절 가능하지, 볼륨도 최적화할 수 있어. 때론 연설할 수도, 연기할 수도 있고. 문제는 최신 기술이 아니야. 학생을 사로잡는 교사의 능력이지. 교사가 곧 메시지고 미디어야. (김성우)”

7. 90년대 후반부터 웹과 교육의 유기적 관계에 대해 고민해 왔고, 수년간 이러닝 및 블렌디드 러닝 시스템의 개발을 책임지기도 했다. 학습과 기술발전의 관계를 탐구하지 않고 교육의 질을 향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믿었기에 이런 일들을 했었다. 그럼에도 테크놀로지와 교육의 관계에 대한 제 결론은 늘 ‘테크놀로지는 해결사가 아니다’ 였다.

무크(MOOC)와 거꾸로 교실: 기술은 교육을 구원할 수 없다 (출처 : 슬로우뉴스, 김성우)




학습자 맞춤형 학습 실현을 위한 지능정보기술 구현의 명암


EBS 초등 공채강사로 수학, 사회, 영어 과목의 다수 방송 강의를 진행하고 전국의 학생들과 온라인을 통해 만나고 커뮤니티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일반 교실, 어학용 랩실, 교과전용 교실 등 현장에서 수업은 물론 프로그램 총괄 및 커리큘럼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경험으로,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해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어 대학원에서도 이러닝 (e-learning;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학습) 및 블렌디드러닝(blended learning; 이러닝과 전통적 학습의 장점을 결합한 학습 모델)을 전공하였고, 최근 몇 년간의 에듀테크라 불리는 흐름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출발한 교육 실험의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화 교육과 교과목을 융합한 프로젝트 수업이 주를 이룹니다. 한 명의 낙오자도 없는 학교를 꿈꾸는 그들의 디지털 시도는 전통적인 학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말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을 모아왔습니다.


“2012년 아내와 함께
딸의 유치원 입학을 준비하며
교육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단지 자녀를 보내고 싶은
좋은 학교를 만드는 데 머물지 않고
확장되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 알트스쿨 설립자,데이터과학자이자

  구글의 수석 엔지니어 맥스 벤틸라 (MaxVentilla)



그 대표주자로 불렸던 알트스쿨(ALT School)은 '개인형 맞춤학습'을 표방하며, 국가에서 나이별로 정해놓은 커리큘럼이 아니라 각 학생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학생의 흥미와 특성에 따라 학습자 중심의 커리큘럼을 따로 만들어 관심사가 같은 만4~14세의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프로젝트 단위로 공부하는 무학년제 교실을 구현하였습니다. 플레이리스트라는 태블릿(BYOD)을 통해 학생과 교사가 의논하여 자신의 과제를 정한 뒤 개인 학습과 그룹 학습을 진행하며, 1년내내 시험이 없는 대신, 교사-학생 사이의 피드백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학교. 교육에 대한 새로운 상상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개인형 맞춤학습, #학생의 흥미와 특성에 따른 학습자 중심의 커리큘럼, # 무학년제, #시험없는 학교 #BYOD, 이 5가지 키워드를 모두 구현하였기에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를 비롯하여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들이 투자에 참여했고 국내외에 큰 화제를 모으기에도 충분했습니다.


[출처] (좌) businessinsider (우) starternoise

21세기 학습자들 모두에게 의미있는 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학생들이 마주할 미래사회 직업세계의 변화를 이해하고, 학습자의 다양한 학습활동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여 학습자 개인 수준에 맞는 교육서비스와 교육환경 제공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주장들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정책연구부 김진숙 본부장은 한 교육신문사에 기고한 글에서, 뉴미디엄컨소시엄(NMC)이 전 세계 전문가 50여명과 매년 발간해온 `호라이즌 리포트(NMC Horizon Report)와 칸랩스쿨, 알트스쿨 등 새로운 형태의 학교들의 운영 사례 를 분석해 우리 교육의 변화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여 공통적으로 예상되는 교육의 변화를 크게 네 가지로 꼽았습니다.


첫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학습경험 융합(Blended Learning), 교과·학문 간 융합(STEAM Learning), 형식·비형식 교육의 융합(Crossover Learning)이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암기하기를 권했던 개념과 원리는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정보로 존재한다. 이를 토대로 실생활에서의 적용 사례를 스스로 찾아보고, 이를 넘어 자신만의 발명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독려하고, 공유할 수 있는 학습경험이 제공돼야 한다.

둘째, 시공간을 넘나드는 협력 활동과 민간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일상화된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방향에서도 언급됐듯 프로젝트 기반 협력·토의토론 학습이 일상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다만 협력의 범위가 한 교실의 교사와 학생이 아니라 지역과 국가를 넘어서는 경험으로 확대되고, 다양한 경험이 온전히 한 학교의 책임이 아니라 민간과 지역사회 자원과의 연결을 통해 이뤄질 것이다

셋째, 아이들의 학습활동은 체계적으로 수집·관리되고 분석돼 학습 개선 정보로서 교사와 학생에게 제시된다. 일상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나 과제 기반 학습이 일상화되면 결과뿐 아니라 학습과정에서 이뤄진 학생들의 활동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최근 우리 교육당국이 확대를 권장하고 있는 수행평가의 경우, 결과 판단을 교사의 관찰이나 직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기계가 잘 할 수 있는 학습활동 분석(Learning Analytics) 기능을 활용한 객관적인 정보 확보가 같이 어우러져야 한다.

넷째, 제도권을 벗어난 사회적 요구와 학생 수요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나타나게 된다. 칸 아카데미의 설립자인 살만 칸이 세운 칸랩스쿨은 일반적인 지식 습득은 칸 아카데미(온라인수업)에서 무학년제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와 수준에 맞는 프로젝트 기반 오프라인 학습 활동을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알트스쿨 역시 학년 개념이 아닌 학습자에 의해 교육 프로그램이 선택되고 운영되는 학교 형태다.

출처 : 4차 산업혁명과 교육 트렌드 (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정책연구부 본부장)


하지만 이 모든 기대를 담아 마치 공교육의 실패에 대한 대안처럼 떠올랐던 알트 스쿨, 미래교육을 대변하는 상징처럼 불리던 이 곳에서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기니피그'였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일반학교로 다시 전학가는사례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6개의 알트 스쿨 중 2곳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 학교도 점차 폐교를 하고 시스템을 공급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하니, 사실상 종료 수순을 밟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야심차게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대체 왜 실패했을까요? 그 원인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알트스쿨의 교실에는 수많은 카메라들이 있어서 학생들의 학습 형태와 태도가 모두 녹화됩니다. 교사는 수업이 끝난 후 이 영상을 보면서 다음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얻습니다. 또 이 영상은 중앙 관리실로 보내져 교사들과 프로그래머들이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개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자료로 쓰이게 됩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로 학습플랫폼을 만들고 다른 학교에 보급하는 것이 알트스쿨의 목표였습니다.


수많은 카메라들이 학생들의 학습 형태와 태도를 모두 녹화해 다음 수업 커리큘럼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수집된 데이터로 만들어진 플랫폼을 또 다른 학교에 보급한다, 이건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이들에게 알트스쿨은 교육이였을까요, 비즈니스였을까요? 


공립학교와 알트스쿨에서 모두 근무한 경력이 있는 교사 폴 프랑스는 "처음 알트스쿨에 왔을 당시 개인 맞춤형 학습 방식에 흥미를 느꼈지만, 지금은 해당 교육법에 의문이 든다"며 "알트스쿨에서 진행되던 기술 기반의 동영상 및 기타 콘텐츠 수업이 교육자들의 좋은 교육방식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전문 교육자들은 "영리를 추구하는 알트스쿨이 아이들의 미래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알트스쿨의 교육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알트스쿨은 학생의 교육을 책임지는 학교가 아닌 수익을 창출하려는 기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알트스쿨의 학부모들은 "학교가 수업의 질보다 교육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해 수익을 창출하려 했다"며 "아이의 학습 과정이 교육소프트웨어의 데이터로 쓰이며 마치 실험실의 기니피그 취급을 받은 것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biztribune 부실한 학사 과정 논란 …잘 나가던 실리콘밸리형 학교 알트스쿨 '위기' 중 발췌)


그간 기술로 교육을 바꿔보겠다는 다수의 시도들이 실패로 끝난 경우가 많았습니다. 디지털 격차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던 MIT 공과대학 미디어 연구소 교수진이 세운 비영리단체의 OLPC(One laptop per child)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프로젝트명이 설명하듯, 모든 아이들이 각각 노트북 한 대씩을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으로, 친구들과 협업할 수 있고 즐겁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자료들을 노트북에 제공하여 빈곤 지역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그 취지였습니다.


많은 프로젝트가 그렇듯 OLPC 또한 이상과 현실, 이론과 현장 사이의 장애물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은 금방 아실겁니다. 실제 해본 사람들만 알 수 있죠. 학생 수에 맞춰 보급된 OLPC는 어른들이 고장과 도난을 걱정하여 학교 서랍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았으며, 막상 활용하려해도 인터넷의 접근은 확보되지 못했고, 학생들의 활동은 OLPC가 지급될 때부터 어른들이 판단하여 설정한, 저장되어 있던 프로그램과 자료만을 탐색하는 데 그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는 어떤 교육적 활동을 할 수 있는지 사전에 충분히 고민하지 않으면 엄청난 비용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해도 정작 잘 활용되기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알트스쿨, OLPC 뿐만이 아닙니다. 혁신적인 테크놀로지라 불리는 시도들도 단순히 새롭다고만 해서, 많은 컨텐츠나 도구를 손에 쥐어주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의 양적 확대나 기기 자체의 발전에 대한 관심 이상으로 아이들이 이를 실제로 활용하는 현장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캐나다의 비즈니스 및 문화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데이비드 색스 David Sax는 자신의 책 『아날로그의 반격』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교육 테크놀로지가 지속적인 교육 혁신을 가져오지 못하는 큰 이유는 실제 사용자인 교사와 학생의 조언을 거의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는 아날로그 교육의 과거, 현재, 미래의 열쇠다. 어떤 테크놀로지도 교사를 대신할 수 없고, 대신해서도 안 된다. 그들이 가장 많은 지식을 가져서가 아니라 그들이 없는 교육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실을 알고 싶다면 책을 읽으면 된다. 하지만 배우고 싶다면 교사를 찾아야 한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해야할 것인가, 미래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라는 물음에 ‘기술’은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입니다. 하지만 정작 교육은 빠지고 기술이라는 껍데기만 남아, 가치지향이 아닌 자본지향으로 흐르게 되는 현상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앞서 소개한 알트스쿨과 같은 시도가 기술의 활용을 통해 새로운 미래교육을 구현하고자 노력한 것에는 큰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도구화된다거나, 교육주체들 간의 관계를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제 아무리 뛰어난 기능의 태블릿이 있다 해도, 아날로그 종이와 펜만큼 필요할 때 바로 사용 가능하고,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촉감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것처럼.. 제 아무리 최고의 화상 채팅 기술이 발달된다 할지라도, 직접 만나 대화하며 자유자재로 말의 속도, 볼륨을 조절하며 서로의 감정을 나누는 것만큼 훌륭하진 못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제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존재하고 막대한 비용이 지원된다 할지라도, 교육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은 채로 기술만 쫓아간다면 앞선 사례들처럼 실패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 학생과 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아날로그 교육은 단순히 데이터 이전 그 이상이다. 가르침과 배움은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다. 관계는 아날로그다. 테크놀로지를 밀어붙이는 사람들은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가 아니라 지식의 전수로 여긴다. 교육을 관계라는 측면에서 보지 않는다. 그저 정보에 더 많이 접근하고 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으로 여긴다. 그런 건 관계가 아니다. 혁신에 접근하는 기술의 기저에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 깔려있다. 바로 교사라는 존재는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라는 생각이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출간될 책(백다은의 교육상상 Reimagine Education)과
원격연수 티쳐빌 www.teacherville.co.kr 에서 추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해볼 수 있는 활동자료도 함께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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