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료칸처럼
집宇집宙 집짓기 이야기 - 2.야외와 시선이 연결된 반신욕탕(작은료칸처럼)
돌이 있지만 괜찮아 , 굴러들어온 돌 아니고 굴러들어온 건축가가 너를 해치진 않을거야
-대지, 조건, 그리고 x,y,z를 정해준 (박힌돌)
현장을 방문하니 단박에 마음에 들어서 샀다는 땅은 딱 좋았다.
마을 끝에 살짝 비껴간 길을 초입으로 호젓했고, 전망이 좋았으며 땅의 가로세로가 넉넉하고 평평해서 배치가 적당히 자유로울거 같았다.
하지만, 대지 안에 떠억하니 돌이 하나 있었다. 누가 가져다 놓은거같은 혹은 알박기한거같은 돌이 설명할수 없는 이상한 위치에 자리잡고있었다. 이걸 옮겨야하나? 싶은 생각이 잠시. 하지만 돌을 파내거나 옮기기 보다 왠지 모르게 저 돌을 잘 써서 멋진 조경으로 탄생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그 돌은 모든 배치의 키워드가 되었다.
반신욕 러버라는 건축주 부부는 일본료칸같은 세미 노천탕을 원했다. 몸이 아플때 치료의 목적으로도 사용했던 욕탕, 치유 이후에는 느긋하게 욕탕에 들어가 긴장을 푸는것이 큰 즐거움인듯했다.
‘작은 료칸'같은 말에 힌트를 얻어 집에 있는 욕실이지만 소소한 호사를 누릴수있는 공간이 되게 하고싶었다. 대지에 있는 돌을 잘 활용하면 욕탕에서 돌과 안 정원이 잘 보이는 꽤 괜찮은 공간이 될수있을것 같았다. 작은 노천탕처럼
그렇게 소망하는바대로 돌과 연계된 욕실을 만들기위해 욕실을 남향으로 펼쳐놓고, 외부에서 욕실이 안보이게 가벽으로 시선처리를 한것이 첫번째 계획안인데, 첫 미팅에서 제안한 이부분이 건축부부의 맘에 들어 두어차례 더 발전시켜 욕실은 현재의 모양새가 된다 가지게된다.
우선, 남쪽에 평행했던 욕실을 돌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90도 돌려 돌을 감싸고 사이의 공간은 일부러 길게 비워 복도로 남겼다.
그리하여 ‘목욕하러 가는길’ 이 생기고 그 복도에서 돌 정원을 바라보며 즐길수있게 되었다.
목욕하는 가는길을 지나 계단 세 단을 내려가면 작은 호사 스몰료칸이 나온다.
안에는 건식으로 쓰는 세면대 화장실과 습식으로 쓰는 몸을 씻는 좌식 세신공간과 몸을 담구는 욕탕으로 된 구성이다.
스몰료칸은 전체적으로 ‘외부같은, 동굴같은’ 느낌을 내고자 투톤의 무채색 타일로 만들었다. 건식화장실은 밝은 회색타일로, 습식 욕탕 구간은 검은색 타일인데 욕실이 검은색 타일이라 무거워 보일수도있으나 코너창으로 시선이 연결되어 갑갑하기보다 편안하게 긴장을 최대한 풀고 눈과 마음을 내려놓을수있는 공간이 되었다. 시선은 돌 정원을 향한다.
욕조 몸을뉘였을때 시선을 돌에 맞추는 것도 말처럼 수월하게 혹은 그냥 된 것은 아니다.
집안에서 보는 돌의 높이가 낮아지지 않도록 일반적인 방식인 성토를 전혀 하지 않았다. 집을 앉힐때도 돌이 틈새로 잘 들어오게 미세하게 집을 틀어서 앉히고 , 두번 세번 확인하고 조정해서 세심하게 돌이 집의 일부로 앉힌것이다. 말 그대로 돌이 집의 x,y,z 의 위치를 정해주었다.
욕실이 완성성될 즈음 건축주가 인터넷품 팔아서 산 일본식 욕탕에 들어가는 커텐과 히노끼 의자와 욕실용품을 소품으로 가져다놔서 꽤나 그럴싸한 스몰럭셔리 료칸으로 완성되었다.
집의 가장 좋은 남향에 돌 정원이 생겼다. 볕도 풍경도 참 좋다. 한낮에는 돌이 따뜻해져서 돌찜질해도 좋을거같던데, 돌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이 좋다는 말도 생각나고.. 집의 건강도 책임져줄 돌이다.
집이 완성되고 조경을 하고나서 얼굴을 내민 돌을 보니, 돌이 분명 만족하고있을거라 생각한다. 처음 계획안이 과감하여 건축주가 싫다고했으면 실현될수없었을덴테, 건축주의 지지와 실현 의지와 덕분에 세상에 하나뿐인 작은료칸과 돌정원이 만들어졌다. 땅에 잘 스며들었음은 물론이고
건축가 양반, 거봐 나 덕분에 집이 더 살았지?
후일담: 건축주와 건축가는 돌과 작은 료칸 그 자체에 만족을 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조경를 만들어준 눈썹조경 사장님이 “이런 돌 가져와서 조경하려면 2천만원은 더 들었을거에요" 하고 하셔서 만족도는 더더 올라갔다. 속세의 사람들이란 ㅎㅎ
이 모든게 돌 덕분이야. 이 모든게 돌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