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0-014 공짜의 달콤한 함정

윤금주씨의 금주일기주일기

by 윤소장

오늘의 표지 술=서울브루어리와 서울숲 재즈페스티발이 콜라보해서 만든 맥주, jazzy한 향과 맛이 특징


어릴 적엔 ‘공짜’라는 말이 유난히 반가웠다. 아이는 스스로 선택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주도권이 거의 없다. 그래서 가게에서 덤으로 붙여주던 사탕 하나, 행사장에서 나눠주던 작은 기념품은 마치 세상이 나를 특별히 챙겨주는 듯 기분 좋은 선물이 되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 공짜는 여전히 반가워해야 하는 것일까?

“사람이 공짜라면 독약도 먹는다”는 말이 있듯, 달콤한 유혹은 여전히 우리를 흔든다. 금주를 결심했어도 누군가 “오늘은 내가 살게”라거나 “이건 행사에서 나온 무료 맥주야”라고 말하면,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괜히 놓치면 손해 보는 듯 마음이 흔들린다.

술만 그런 게 아니다. 마트의 1+1 행사, 주유소의 사은품, 행사장의 기념품, 리뷰 이벤트 음식들…. 잠깐은 ‘득템’ 같지만 결국 짐이 되고, 삶을 무겁게 만든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것이 공짜가 아니라면, 나는 기꺼이 돈을 내고 살 만큼 가치가 있는가?”

대부분의 대답은 ‘아니다’일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에겐 공짜가 작은 자유의 증거였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삶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함정이 되기 쉽다.


오늘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에서 마지막 공연자, 즉 하이라이트는 가수 이소라였다. 그녀는 앵콜을 부르지 않기로 유명하다. 공연시간과 분위기에 맞춰 열곡을 선곡했고 엔딩곡으로 가장 어울리는 곡을 불렀기에, 팬들이 아쉬움에 아무리 앵콜이 이어져도 정중히 인사하고 무대를 떠난다. 이미 최선을 다했고, 정당한 가치를 주었다면 굳이 사족을 붙일 필요가 없다는 태도다. 나는 그것이 프로의 정신이라고 본다.

프로는 공짜를 기대하지도 않고, 주지도 않는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결과물은 없고, 그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서 금주에도, 공짜 술 앞에서 웃으며 말할 수 있어야 한다.


“I’m fine, thank you.”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00-013 더하지 않아도 충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