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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해빵이와 핸섬 가이즈

by 백수광부

[소설 : 핸섬 가이즈]


21. 해빵이와 핸섬 가이즈


“엄마, 제발.”


우빈은 곤드레밥을 정성껏 만드시는 어머니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안돼.”

“한 번만. 제발.”


“아버지가 허락하실까?”

“그러니까 엄마한테 먼저 말씀드리잖아요.”


우빈이 엄마 어깨를 주무르면서 애교를 피웠다.


“아줌마, 그릇 세팅만 해줘요. 나머지는 내가 할 테니까.”


우빈의 식구들이 오랜만에 모여 주말 점심을 함께하는 자리였다. 그런 날이면 우빈의 어머니는 직접 말린 곤드레나물로 정성껏 밥을 지었다. 아버지를 비롯한 다섯 식구가 모두 식탁에 모였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우빈이 아버지 눈치를 살피며 더욱 경쾌하고 씩씩하게 말했다.


“너 학교생활 잘하고 있지?”

“네, 아버지. 근데 제가.”


갑자기 우빈의 어머니가 끼어들었다.


“우빈이가 경제학 동아리를 하는데 봉사활동도 한다네요. 젊은 애들이 기특하기도 하지.”

“어이구, 우리 막내 이제 다 컸구나.”


“근데 차가 한 대 필요한 것 같다네요.”

“우빈이 차 있는데 또 무슨 차?”


“짐 실을 수 있는 트럭이 필요하지?”


우빈이 끼어들었다.


“이번에 아버지 회사에서 나온 Binti P-class 신형모델 하나 어떻게 안 될까요?”

“무슨 봉사하는데 차 한 대를 사 달래?”


아버지 말에 우빈이 어머니 쪽을 간절히 쳐다보았다.


“그래도 기특하잖아요. Benz G-class도 아니고, 겨우 Poter 한 대, 그냥 하나 해줍시다.”

“좋은 일에 쓴다니. 뭐 당신 알아서 해요.”


아버지는 곤드레밥이 마음에 드셨는지 흔쾌히 허락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이 은혜 All A+로 보답하겠습니다. 헤헷.”


우빈은 결국 현다이 자동차 임원으로 근무하시는 아버지께 할인받은 금액으로 1톤 트럭을 선물 받았다. 그건 원추(원지우, 추정우)와 술김에 한 약속이기도 했다.


부잣집 아들의 객기는 스케일이 남달랐다.

의리남 우빈이 트럭을 사야 하는 이유는 이랬다. 개강 후, 우빈은 핸섬 가이즈 호프집을 찾았다. 거기에 정우와 한 여자가 있었다.


“정우 형! 오랜만이야.”

“이게 누구야? 구 여친 아니야?”


“구 여친이라니? 군대 가 있는 동안 고무신 바꿔 신은 거야?”


둘은 만나기만 하면 커플 놀이였다.


“소개할게. 지우야!”


지우는 메뉴판을 들고나왔다. 호프집 서빙 알바생이었다.


“여긴 새 여친, 원지우.”

“말도 놓고, 까불어라.”


지우가 정우에게 꿀밤 제스처를 취했다.


“안녕하세요. 정우빈이라고 합니다.”


우빈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정우와 비교해 지우가 제법 많이 아깝단 생각이었다. 아무리 봐도 연인관계는 아닌 것 같았다.


“진짜 사귀는 사이예요?”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원하는 원추우~ 커플이지. 원지우, 추정우.”


정우가 물을 조금 머금은 생기 도는 시래기처럼 얘기했다.


“아, 장난하지 말고. 진짜야?”


지우가 답답해하는 우빈을 보며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정우의 새 여친 자리에는 관심 없으니 우빈 씨가 잘 챙겨줘요. 저는 개 여친이 되고픈 여자거든요.

“아, 뭐야? 이 형.”


“뭐야? 쫄았어? 너 내가 애인 생겼을까 봐 겁나지? 크크크.”

“순진한 애 가슴 철렁하게 장난치고 그래. 근데 개 여친은 뭔가요?”


지우는 우빈의 말에 신이 나서 개해빵 동아리와 봉사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그녀는 봉사하려면 돈이 필요해 정우네 호프집에서 일한다고 했다. 수의학과 술 모임도 정우네 호프집에서 하면서 서로 상부상조 하는 사이라 했다.


호프집에서 일한 지는 1년이 되었고, 1년 누나인 지우가 정우를 놀려먹는 게 취미가 되다 보니 친구처럼 친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얘기를 하다 보니 둘이 어릴 적 같은 동네 놀이터에서 놀던 사이였음도 알게 되었다.

우빈과 정우는 술이 제법 취했다. 술 취한 정우가 지우에 대해서 자랑을 시작했다.


“지우 누나, 칵테일 엄청나게 잘 만들어.”

“우와~”


“그것 뿐이게? 엄청난 보컬이야.”

“오호! 정말 멋지네요.”


술이 많이 취한 우빈이 엄지를 쌍으로 치켜세웠다.


“응, 이번 대국대 노래경연대회에 나갈 거야. 상금도 있거든. 상 타면 유기견들 더 데려오고 싶어 해. 개 욕심이 많거든.”

“누나 멋있다. 누나가 대상 타면 제가 쏠게요.”


“뭘?”

“차.”


정우가 깜짝 놀라 우빈을 쳐다보았다.


“진짜? 우빈이 너 진짜지? 지우 누나도 들었지?”

“차(car)야? 차(tea)야?”


“에이~ 우빈이 체면에 차car겠지. 오래 우린 것 말고 신상으로 부탁해.”

“정우 씨, 술 취한 사람 말은 믿는 게 아닙니다.”


지우가 정우에게 술 깨라는 신호를 보냈다.


“아니야, 누나. 얘네 집 부자야.”

“그래? 그럼 녹음이라도 할까? 히히히.”


지우와 정우는 아주 신이 났다.


“까짓것, 꺽! 형이랑 누나랑 좋은 일 한다는데, 나도 도움이 되고 싶네. 꺽.”

“너 진짜 배포가 남다르구나.”


“우리 집이 현다이 정씨 가문과 먼 친척이거든. 꺽! 할인이 많이 될 거야.”


그렇게 술자리에서 한 약속은 정우 휴대폰에 녹음되었다.




지우와 정우가 대회에서 받은 트로피를 들고 호프집으로 돌아왔다. 우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정우 형.”

“우빈아, 지우 누나가 대상 받았어! 대상!”


“진짜? 축하해!”

“너 약속 잊지 않았지?”


“무슨?”

“너 이럴 줄 알고 내가 녹음해놨지.”


전화를 끊고 정우는 우빈에게 녹음파일을 보냈다. 아무 답변이 없던 우빈이 다음 날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지우에게 전화했다.


“누나, 부모님이 차 사주신대요!”

“우와!”


“대신에 트럭에 꼭 ‘핸섬 가이즈’라고 새겨 주는 조건입니다.”

“그래그래. 이왕이면 ‘해빵이와 핸섬 가이즈’ 어때?”


“좋아요. 멋진 누님.”


지우와 정우는 우빈과 전화하며 해맑게 웃었다. 그때였다. 호프집 문을 벌컥 열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정우가 제일 먼저 그를 보았다.


“온세종?”


그 말에 지우도 문 쪽을 쳐다보았다. 둘은 동시에 세종을 쳐다보았고 그도 그 둘을 번갈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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