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불편한 것이 불행한 것은 아니다

by 마이분더





IMG_1315.JPG




성공의 기준을 정확히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자신이 원하고 바라던 일을 끝까지 이뤄낸 사람이다.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하자면, 결혼 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대학원에 진학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직장 생활 5년 차쯤 번 아웃이 왔고,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머릿속을 환기하고 싶었었다. 그리고 기왕이면 대학원 졸업 이후 한 단계 점프하여 이직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대학원 동기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큰 회사의 부회장님, 대기업 임원, 고위공직자 등 평소에 쉽게 만날 수 없던 분들이 많았다. 이분들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사석에서 사담을 나누는 시간은 평소 나와는 다른 생각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다양한 경험은 삶에 활력소를 더해주었다.


하지만 대학원까지 가서 추억만 쌓고 졸업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던가. 마지막 학기에는 졸업논문을 써야 했었는데 그 순간부터 즐겁기만 했던 대학원 생활이 한순간에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목표한 주제로 논문까지 통과해야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이직이 가능하고 한 단계 점프할 기회가 주어지는데 직장 생활과 병행하며 퇴근 후에 밀려오는 잠을 이기며 써야 했던 그 시간들이 생각보다 버겁게 느껴졌다. 아니 그러기엔 내 자신이 너무 게을렀고 불굴의 의지가 부족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아무튼 그 순간 나는 쓸데없이 과감한 실행력으로 논문을 단번에 포기했다. 번 아웃으로 힘겨웠던 괴로움에서 벗어나려고 선택한 결정인데 여기서까지 마음 졸이고 밤까지 지새워야 하냐며 어떻게든 그럴싸한 이유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저 그냥 내 몸 편하고 마음 편히 살기를 선택해 버렸다. 다행히 졸업장은 졸업논문 대신 겨우 시험을 통과해 손에 쥐었다. 어쨌든 몸과 마음은 편해졌지만 결국 나는 목표한 연구를 끝까지 수행하지 못한 채 의미 없는 대학원 졸업장만 기념품 자석처럼 남아있다. 그저 2년간 재미없는 해외여행을 마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 만 같았다.


돌이켜 보니 나는 늘 목표를 향한 여정이 버거워지기 시작하면, 그 순간을 불행으로 착각했었다.

" 하지만 그것은 불행이 아니라 불편함일 뿐이다. "


편히 누워 보고 싶은 TV를 못 보고, 졸릴 때 바로 눕지 못하며 나가서 놀고 싶을 때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하는, 그저 편하게 놀고먹던 내 신체가 불편해지는 것 뿐이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에는 누구라도 턱 끝까지 차 오르는 숨을 참아내야 하는 힘겨운 시간들을 마주한다. 고속도로 위를 신나게 달리던 자동차도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는 속도를 줄이고 차선을 변경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터널을 무사히 통과하면 곧이어 밝고 환한 길이 열리고 원하는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한다.


나는 지금 전공과 무관한 무직의 만년 주부로 10년째 살아가고 있으며 만년주부의 삶에서 또 한 번의 번 아웃과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열심히 글을 쓰고 내 이름으로 책을 출판하고 싶다. 하지만 목표한 꿈을 이루려면 밤잠을 설치는 것은 물론이고 솔로였던 그때 보다 더 많은 인내와 노력으로 버거운 환경들을 이겨 내야만 할 것이다.


나는 매일 밤 다짐한다. 과거의 나처럼 그저 잠시 불편해지는 일상을 불행으로 착각하지 말자고, 어두운 터널 뒤에는 반드시 환하게 펼쳐진 목적지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이다.







keyword
이전 05화엄마와의 시간에 남은 유통기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