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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걸로 할지 선택하세요

에세이

by 문이 Mar 21. 2025


"기온이 같은 영상 십 도라 해도 가을의 십 도와 봄의 십 도가 그렇게 다를 수가 없다. 가을에 살갗에 와닿는 바람은 소슬하고 봄바람은 훈훈하다. 창밖으로 햇볕을 바라보고 있어도 가을에는 그 엷어짐이 보이는 듯하여 옷이라도 한 겹 더 껴 입고 싶지만, 봄에는 도타워지는 게 보이는 듯하여 문득 내복을 벗고 싶어진다. 가을에는 마음이 움츠러들다가도 봄에는 활달해진다. 가을에는 추억 속으로 침잠하게 되고, 봄에는 희망을 위해, 미지未知를 향해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다. 달력이 그렇게 시키는 게 아니라 바람이 햇볕에게 그렇게 하라 부추긴다." (박완서, 노란집 194쪽, 우리의 저력)


봄과 가을은 같은 온도인데도 우리의 느낌은 왜 이렇게 다른 것일까? 그것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알고 있기에 그에 대비하는 마음 때문인 듯하다. 봄이 오면 곧이어 꽂이 필 테고 열매가 맺히고 우리의 옷차림은 반팔로 바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쌀쌀한 봄바람이지만 왠지 훈훈함도 같이 있는 듯하다. 그와 다르게 가을이 되면 그다음은 몸을 움츠리게 할 겨울이 온다는 것을 알기에 같은 가을바람이지만 더 시립고 쓸쓸하게 느껴진다.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상상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온몸은 그에 맞춰 반응하게 되고 생각과 행동도 그 상상한 방향으로 이끌려 간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브런치 글 이미지 2



전에 아는 사람이 노을이 찍힌 사진 하나를 올리고 노을 사진인지 해돋이 사진인지 맞춰보라고 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사진 속 정보만으로는 아침 시간과 저녁시간을 구분해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찍은 사진들도 살펴보았는데 말해주지 않으면 해가 뜨고 있는 것인지 지고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음에 신기했다. 그리고 드는 생각이 사람의 관점에 대한 것이다. '관점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사고하는 것도 달라져 결국 인생도 달라지는 거구나!'



브런치 글 이미지 3




고등학교 때 한 친구가 "나는 하루 24시간을 지내며 매일 죽어 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니 그 친구는 그때가 정말 힘들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인생에 대해 너무 깊은 생각들을 하느라 그랬을 수도 있다. 그 친구는 원하는 철학과를 갔고 윤리 선생님이 되었으니까. 그래도 하루 24시간을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간다'든지 '익어간다'든지 하는 관점으로 생각했다면 목표에 이르는 과정이 좀 덜 힘들었을 것 같다.


늙어가는 것인지 알아가는 것인지,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인지 살아가는 것인지

 

개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관점만 바꾸면 행복해질 수 있다.


지금이 내 인생의 봄인지 가을인지 선택하라.


선택에 따라 내일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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