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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Dec 06. 2022

자존감, 높을 필요가 없다

남의 돈 200으로 내 공부하기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하는 세상이다. 


자꾸 듣다 보니 정말 자존감이 높아야 할 거 같다. 자존감이 낮으면 내가 무슨 하자 있는 사람이 된 거 같다. 


세상이 일관된 메시지를 보낼 때 한 번은 의심해봐야 한다. 그게 최선일까. 정말일까?


물론 아무 일 없는데 그냥 의심하기는 어렵다. 나도 의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 와디즈 펀딩을 도전하면서 의심하게 됐다. 


와디즈 펀딩은 상세페이지만 잘 만들면 되는 일인 줄 알았다. 수정사항이 뭐 그리 많겠나 싶어서 오픈 일주일 여유를 두고 신청했다. 그랬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고쳐도 고쳐도 반려 메일이 계속 왔다. 



내 펀딩은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정도면 훌륭한 거 아닌가, 하고 자뻑하고 있는데 와디즈에서 계속 반려 메일이 오니까 자존감이 계속 추락했다. 


에이 씨, 내가 드러워서 안 한다!


이런 마음이 들어서 반려 메일을 받고도 며칠은 방치했다. 내 자존감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어서다. 


그러다 외면했던 진실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내가 읽지 않은 펀딩 매뉴얼이 생각 나서다. 매뉴얼은 너무 길고 복잡했다. 반도 못 읽고 나는 자꾸 안드로메다로 갔다. 매뉴얼은 덮어버리고 내 마음대로 썼다. 그랬으니 반려 메일이 오는 건 당연했다. 


매뉴얼을 다시 읽...지는 못했고 반려 메일 사유를 다시 꼼꼼하게 읽었다. 내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더라. 담당자가 내 프로젝트를 보고 얼마나 기막혀했을지 상상이 됐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자존감이 그저 높기만 했다면 '아니, 이 좋은 프로젝트를 못 알아보는 니들 눈이 이상한 거야!' 라며 혼자 정신승리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수정 안 하는 며칠간은 혼자 정신승리 중이었다. 


누군가 나를 지적할 때 이게 합리적 팩트에 의한 지적인지, 그냥 감정싸움인지 구별하는 일은 높은 자존감보다 안정적인 자존감이 필요하다. 그래야 둘을 구분할 수 있다. 너무 낮은 자존감으로 자학할 정도만 아니면 그만이다. 


자존감이 수치로 정확하게 나타낼 수 없기에 내가 얼마나 높았고, 얼마나 안정감이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이번 와디즈 펀딩을 통해 높은 자존감 대신 안정적인 자존감이 있어야 다른 의견을 제대로 수용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자존감 어쩌고 하는 콘텐츠를 이제 가볍게 무시할 수 있을 거 같다. 필요 없는 콘텐츠를 거르는 기준이 이렇게 또 하나 생긴다. 안정된 자존감을 장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 


자존감은 높은 것 보다 안정적인 게 중요하다는 걸 알려준 와디즈 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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