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졌을 때 5일 정도는 2인실을 사용했다. 사실 3일쯤 됐을 때 병실 부족으로 다인실로 옮겨야 할 것 같다고 했지만 남편이 거동이 아예 안되니 조금만 더 있으면 안 되겠냐고 간곡히 요청해서 너무 감사히 배려해주신 덕에 며칠 더 있게 됐다.
계속 누워 있어야 했던 남편은 단 한 달만에 살이 20kg나 빠져서 보조기를 착용하고 조금씩 걷기 시작했을 땐 계단도 오르내리지 못했다.
병원에 입원한 첫 한 달간 제일 많은 일이 일어났는데 본인은 기억이 완전히 없다고 한다.
미음만 먹다가 일반식으로 넘어가고 잘 때보다 깨어 있을 때가 좀 더 많아졌을 때다. 점심시간까지 1시간 정도 남았는데 남편이 배가 고프다고 했다.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이라 밥이 나오니까 간단하게 요기라도 할 겸 햄버거를 사다 주겠다고 하니 남편이 갑자기 화를 버럭냈다.
내가 지금 배가 고프다는데 나더러 빵쪼가리나 먹으라고?
평소에 절대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는 충격을 받았다. 뇌출혈로 성격이 조금 변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아마 상처받았을지도 모른다. 웃으며 별 일 아닌 것처럼 남편을 달랬지만 속으로 내심 만약 평생 이러면 어떡하지? 하고 심란했다.
남편은 내가 이 얘기를 하면 기억에 없는 일이라며 내가 거짓말을 한다며 딱 잡아뗀다.
사고는 평범한 우리 가정에 큰 위기를 가져왔다.
긴 입원과 재활로 남편은 가게를 모두 정리했고, 그러는 동안 외벌이었던 우리 가정의 경제는 완전히 무너졌다. 퇴원 후 1여 년의 재활을 거쳤지만 후유증은 남았고 몸은 사고 전의 70% 정도밖에 회복이 안됐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 당시에 가장 큰 문제는 금전적인 것과 사고로 다친 남편의 몸 상태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나중에 나타났다.
바로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