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을인지
어깨 짐은 무겁게 오르고
멋진 풍광에 허기도 잊고
억새와 함께 춤을 추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마음이 흉년인지
어깨 짐은 가벼워지고
바람 따라 춤을 추는 억새에게는
가볍게 인사하고 허기를 채우고 싶은가 보다
뱃속의 꼬르륵 소리는 들리는 듯하고
휴게소 앞의 행렬은 억새보다도
더 길고 길게 늘어져 끊길 줄 모르고
손가락 깨무는 아이들에 마음이 허우룩하다
라면처럼 행렬도 꼬불꼬불 길게 말렸고
언제 내 순서가 될지 모르는 행렬에
마음도 퍼진 라면처럼 퉁퉁 불었는데
말라가는 억새의 애처로움이 나를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