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흰머리는
겨울 산 눈 속에 보이고
힘들었던 삶의 무게만큼
앙상하게 볼이 패인 모습은
이파리 다 떨어지고 바닥 보이는
황량한 산 골짜기에서 비친다
자식들 챙기느라 못 편 허리는
산등성이 되어 굽어 굽어 누웠고
추위에 떨어진 나무 이파리처럼
수북하던 머리카락도 온데간데없는데
빨간 잇몸 위에 남은 이도 겨우 몇 개
깡마르고 외로운 나무 되어 홀로 섰다
쪼글쪼글 넓은 이마에는
벌써 진한 주름이 고랑이 되었고
걸어오신 세월만큼이나
젊은 시절 힘자랑하시던 모습은
시간 속에 까맣게 묻혀있고
가는 세월에 맡긴 지 오래다
어떻게 사셨는지 묻지 않아도
주름선에 깨알같이 쓰여 있고
겨울산도 외로운 빈손이고
아버지도 빈손이라 가볍다는데
내 마음은 왜 이리 무거운지
겨울산애는 늘 아버지가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