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민 May 29. 2023

겨울산

아버지의 흰머리는

겨울 산 눈 속에 보이고

힘들었던 삶의 무게만큼

앙상하게 볼이 패인 모습은 

이파리 다 떨어지고 바닥 보이는

황량한 산 골짜기에서 비친다


자식들 챙기느라 못 편 허리는

산등성이 되어 굽어 굽어 누웠고

추위에 떨어진 나무 이파리처럼

수북하던 머리카락도 온데간데없는데

빨간 잇몸 위에 남은 이도 겨우 몇 개

깡마르고 외로운 나무 되어 홀로 섰다


쪼글쪼글 넓은 이마에는 

벌써 진한 주름이 고랑이 되었고

걸어오신 세월만큼이나

젊은 시절 힘자랑하시던 모습은

시간 속에 까맣게 묻혀있고 

가는 세월에 맡긴 지 오래다


어떻게 사셨는지 묻지 않아도

주름선에 깨알같이 쓰여 있고

겨울산도 외로운 빈손이고 

아버지도 빈손이라 가볍다는데

내 마음은 왜 이리 무거운지

겨울산애는 늘 아버지가 비친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