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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r 30. 2024

달라진 명절

명절 연휴가 시작되었다. 부모님도 큰댁에 가지 않고 나도 시댁에 가지 않았다.

명절에 시댁에 안간건 또 처음이다. 시댁에 안가면 엄청 좋을것 같았다. 몸이 안좋아 가지 못하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명절인데 먹을게 없으면 안되니 엄마는 식구들 먹을 것만 간단하게 만들자고 했다.

전날 동생네 식구들이 왔다.

동생네 아이들은 우리 딸보다는 나이들이 어리다. 아들 둘이라 활동량이 아주 좋다.

"고모"하고 달려올까 무섭다. 올케가 몇 번씩 주의를 주지만 천방지축이다.

혹시나 오른쪽 팔이나 가슴을 건드릴까 봐 더욱 위축되어 있다.

올케가 식탁에 앉아 꼬지를 꽂고 있고 나는 멍하니 꼬지 꽂는 모습을 바라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친정이지만 어딘지 불편하다.


엄마가 다니는 절에 같이 가기로 해 기다리고 있었다.

신랑 차를 타고 엄마, 아버지, 나, 신랑만 이동한다. 연휴라 그런지 도로가 꽤 막혔다.

고요한 차 안에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도착해 부처님이 있는 법당으로 올라갔다.

'부처님 오신 날' 외엔 절에 잘 안 온다. 엄마만 열심히 기도하지 나는 그렇게 믿음이 강한 편은 아니다.

"부처님 얼굴이 어때? 미소 짓고 있어? 아니면 무표정이야?"라고 엄마가 늘 묻는다.

사실 불상에 부처님 얼굴은 무표정이다. 엄마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부처님이 방긋 웃고 계셔."

라고 한다. 부처님 오신 날은 날씨도 좋고 휴일이니 내 기분도 맑음이었을 것이다.

엄마가 묻지도 않았는데 불상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흘렀다. 부처님 얼굴이 슬퍼 보였기 때문이다.

아버지, 엄마, 신랑이 열심히 절 하고 있을 때 나는 방석에 가만히 앉아 훌쩍 훌쩍 눈물을 흘렸다.

간단한 절을 마치고 스님을 뵈러 간다.

일층에서 따뜻한 차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계셨다.

"미정이 얼마나 고생이 많았어. 수고했네."라고 하셨다.

갑자기 눈물이 댐둑 터지듯 흘러나왔다.

고해성사하듯 스님에게 펑펑 울면서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께 너무 불효를 한 것 같아요. 흑흑... 몸 하나 간수 하지 못해서 가슴 아프게 해 드린 것 같아 죄송해요.

신랑에게도 미안하고요. 회사 일도 해야 하는데 제가 아파서 집안일까지 많은 짐을 주는 것 같아서요.

아이에겐 이런 추억 같은 건 주고 싶지 않은데. 흑흑... 엄마가 아프니 내가 알아서 해야지 라는 마음을 주고 싶지 않아요. 빨리 철들게 하고 싶지 않은데...

앞으로 치료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어요. 선생님이 항암 이야기 하셨는데 항암치료 하게 된다면 흑흑...

저는 어떻게 될지... 무너지지 않고 잘 이겨내야 하는데 흑흑... 잘하고 싶은데 마음이 약해져요."

이렇게 말하는 내손을 잡으며 "괜찮을거야. 기도 열심히 해줄께. "하며 스님도 눈물을 흘리셨다.

엄마, 아버지도 같이 눈물을 흘렸다. 뒤로 넘어 갈듯 우니 신랑이 "이렇게 많이 울면 힘들어." 하며 등을 쓸어주었다. 다 큰 어른이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내 앞날이 무섭고 두렵고 주위사람들에게 이런 모습 보여 미안한 마음이 터져버린것 같다.

절에서 실컷 울고 나오니 속이 좀 후련한것 같기도 하고 너무 많이 울어 쑥스러운 마음도 같이 들었다.

힘내라는 스님의 응원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명절 내내 엄마가 차려주는 밥 먹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됐었다.

그런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저녁 먹고 얼른 일어나 우리집으로 온다.


설날 당일

세배는 생략하고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용돈을 나눠준다.

동생은 올케 집으로 가고 우리만 남았다. 동생네 식구들이 빠지는 썰렁하다.

기다리고 있을 시댁 부모님께도 안부 전화 드린다.

"어머니 못 가 봬서 죄송해요. 고생 많으시죠?"

"그 몸을 해서 어떻게 오니. 여긴 걱정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어."

"네, 어머니 형님 좀 바꿔주세요. 형님, 혼자 준비하시느라 고생 많으시죠. 죄송해요."

"죄송하긴... 동서 회복에만 신경 써, 지금은 어때?"

"팔이 아직도 많이 아파서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

"내가 주위에 물어봐도 팔이 많이 아프다고 하더라고. 조금씩 좋아질 거야."

"형님... 저 명절 끝나자마자 첫 외래 보러 가는데 항암치료 하자고 할까 봐 걱정돼 죽겠어요. 흑흑..."

"동서는 항암 같은 거 안 할 것 같아. 신경 쓰지 마. 울지 말고..."

"무서워요. 항암 할까 봐... 흑흑..."


집으로 돌아와 신발장을 정리한다.

많이 더럽고 안 신는 신발이 있으면 집에 안 좋다고 들었다. 나에게 복이 잔뜩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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