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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길

그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13

by 어떤 생각




동네가 한눈에 들어오는 길모퉁이

오늘도 버스는 그 자리에 선다

무심천으로 흐르는 개울을 따라

바람은 둑길 위로 휭 지나가고

어디선가 날아와 쌓인

버드나무 마른잎 아래

가을 햇살만 부서져 남는 곳


거기 내 오래전에 다녔던

중학교 운동장과 교실이 있었더니

지금은 고층 아파트만 보일 뿐

간간히 수묵을 치는 구름 아래

등 굽은 노송만이 옛터를 지키며

사춘기와 함께 여길 거쳐간

소년들을 기다리고 있다


바람 같은 세상에 변치 않는

것이란 오직 흐르는 세월에 꿰어

희미하게 빛나는 그립고 아련한

날들의 기억이고 편린인 것을

다시 반백 후,

오래전 길을 지나며 나는 무엇으로

이 자리를 메우고 또 떠나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그리운 날들의 기억, 2023, Mixed media, 288mmX311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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