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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생각 Jan 20. 2023

유한에서 무한으로

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92.



하루가 멀다 하고

친구들 결혼 청첩장을 받아 들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그들 자녀 혼인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자녀들 혼인 소식을 접할 때는

그래도 가슴 한구석에

나무새싹 같은 새순을 돋아나게도 하지만,

어쩌다 그것들에 섞여 날아드는

고령의 어르신들 부고(訃告)에는

호상(護喪)이다 하여 위안을 삼기도 하지만 

너무 일찍 떠나는 선배나 친구녀석들 부음(訃音)을 접하면

가슴속은 텅 비어 이내 마음까지 허탈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올려다보는 것은

빈 하늘뿐.


청첩장과 부고장.

그 종이 한장 차이의 실상과 허상은

강한 시냅스를 일으키며 그러잖아도 복잡한 내 머릿속을 

전기적 활성으로 자극하는 

어제와 오늘,


60~70년대 한국 영화사에 

여배우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유명배우 윤정희 씨가 

프랑스 파리에서 오늘 새벽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말년에 알츠하이머를 앓으면서 

가족 간 법정 분쟁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이제 무거운 짐 모두 내려놓으시고

편안한 영면하시길 바란다.


섣달그믐을 앞두고 

죽음을 얘기하는 것이 사실 유쾌하진 않다.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세상 그 누구도 경험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그것의 정체가 암흑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공자의 가르침 중에

"하늘이 이미 내 안에 덕을 부여하였다."(天生德於予, 논어 술이 23)

유한에서 무한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창조 때부터 이미 내 안에 심어 주셨다 라는 의미로 

현재까지 회자되고 있다.


어쩌면 은총이 아닐 수 없다.

죽음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손 치더라도 

우리는 그 은총 때문에 죽음이라는 막연한 공포심을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유한에서 무한으로 210mmX135mm, Woodcut Print on Paper(Croquis Book),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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