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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노동자 Aug 16. 2023

영업이익이 97% 감소에도 주가 상승?

삼성전자 주가 이야기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가 불황에 빠지면서 2021년 4분기 약 9조의 이익을 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2022년 4분기 97% 감소했습니다. 국내 수입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시장이 어려워지자 대한민국의 경제에도 활력을 잃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위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의 저장이 주된 기능으로 품종이 많지 않고 대량으로 생산을 합니다. 이에 반해 시스템 반도체는 정보의 처리 및 연산 등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합니다. 시스템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와 다르게 다양한 회사가 분업을 통해 대품종 소량 제조됩니다. 시스템 반도체는 디자인 → 전공정 → 후공정를 거칩니다.


디자인 단계에서는 엔디비아, 퀄컴과 같은 기업(Fabless, 팹리스)이 반도체 설계 도면을 제작합니다. 독자적으로 칩을 설계하는 애플, 구글 같은 업체도 팹리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공정 단계에서는 TSMC와 UMC와 같은 기업(Foundry, 파운드리)이 웨이퍼(Wafer)를 제조합니다.

후공정 단계에서는 ASE 같은 기업이 제조된 반도체 칩에 대한 품질 검사와 패키징을 합니다.


그럼 삼성전자는 어떤 공정을 담당할까요?�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회사로서 디자인 → 전공정 → 후공정을 모두 합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직접적 원인은 반도체 시장의 변화입니다. Chat GPT가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시스템 반도체의 수요는 증가한 반면 경기 침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입니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삼성전자 시장점유율이 50% 가까이 됩니다.


D랩: 데이터를 읽는 속도는 빠르지만 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삭제

낸드플래시: 데이터를 읽는 속도는 느리지만 전원을 꺼도 데이터를 유지


삼성전자 매출의 56%는 메모리 반도칩에서 나옵니다. 아래 그래프와 같이 2022년 1분기를 기준으로 D랩과 낸드플래시의 평균 가격은 크게 하락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도 급감했습니다.


더 암울한 상황은 2023년 후반기로 갈수록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10~2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2022년 말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결정했으나 삼성전자는 감산을 결정하지 않고 버티다가 2023년 4월에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결정했습니다. 감산 결정이 투자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부분에서 투자와 생산을 줄이고, 시스템 반도체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은 ‘인간 수준에 가까운’ 기능의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표명하면서 시스템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공표했습니다.


경기도 평택 캠퍼스 내 5개 신규 공장으로 구성된 2280억 달러 규모의 클러스터와 미국 텍사스 테일러에 170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포함한 반도체 제조 시설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신규 공장을 통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가 발생하면 곧장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규 공장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에 필수적인 ‘클린 룸’을 조성하여 주문이 들어오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져 있습니다. 텍사스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의 반도체 공장은 2024년 말에 가동될 예정이며 삼성이 미국에서 제조하는 가장 우수한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텍사스 테일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부지


삼성전자는 시스템 메모리에서도 강할까요?�

높은 기술력의 시스템 메모리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TSMC, 삼성전자, 인텔입니다. 삼성전자는 3개 업체 중 현재 2위로 평가됩니다. 현재 시스템 메모리의 강자는 대만의 TSMC입니다. 2022년 3분기부터 매출액 기준으로 TSMC는 삼성전자 반도체를 제치고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이 되었습니다. 2022년 4분기 기준 TSMC 매출액은 26.5조 원으로 20.7조를 기록한 삼성전자보다 28% 높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TSMC의 영업이익률은 50%였으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TSMC의 절반인 25% 수준이었습니다.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파운드리는 대품종 소량 생산하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높습니다.


메모리 시스템 시장 전망은 부정적이고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투자는 많이 하고 있지만 사업이익은 TSMC가 벌어가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97%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왜 올라간 것일까요?�


2023년 초 삼성전자의 주가는 55,000원 수준이었으나 2023년 6월 말 가격은 72,500원으로 32% 상승했습니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배경은 미국과 중국과의 반도체 전쟁입니다. 2022년 10월 미국은 반도체 회사가 중국에 반도체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제한했습니다.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고, 갈등 중인 중국 산업을 제재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반도체 장비, 설계 소프트웨어, 메모리 등이 중국에 유입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대만, 일본과 반도체 연합 ‘칩 4 동맹’을 맺고, 네덜란드 정부에는 장비 제조업체 ASML이 중국에 제품을 납품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으나 1년 동안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유예 기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 향후 반도체 공장을 개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BCG의 분석에 따르면, 낮은 인건비와 엄청난 규모의 정부 보조금으로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증가할 것이고 한국, 타이완,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2022년 Chips and Science Act를 공표하며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미국 반도체법이라 불리는 Chips Act는 한화 360조원에 달하는 지원 규모를 담은 법안입니다. 현금으로 주는 보조금만 50조원이고 나머지는 설비투자 세액 공제 등의 혜택을 줄 예정입니다.


2023년 6월 보조금 지급에 대한 주요 조건이 발표되어 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특히, 초과이익공유는 미국 내에서도 사회주의적 산업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반도체법은 삼성전자에 위기 요인이기도 하지만 기회요인이기도 합니다.


크리스티 사이먼스 딜로이트 글로벌 반도체 리더는 “현시점에서 반도체 기업이 글로벌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중국이나 대만에서 생산하던 만큼 미국에서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그럼에도 이 조건을 만족하면 해당 기업은 칩스법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 개발 제한에 대한 대응으로 2023년 5월 중국은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이 중국 회사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제재했습니다. 모건 스탠리는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제재가 삼성전자에 큰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과 중국과의 전쟁에서 삼성전자가 틈새를 찾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를 기원합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수도 있지만 상황을 잘 이용하면 어부지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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