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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노동자 Sep 19. 2023

글로벌 시장에서 씨티은행이 점차 없어지는 이유는?

그 많던 씨티은행 어디로 갔나요?

미국 내 3대 은행인 씨티그룹은 현재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회사의 주가가 500달러에서 1달러로 자유낙하했습니다. 경제 위기 이후 S&P 500 지수는 빠르게 회복했으나 씨티그룹의 주가는 여전히 50달러 수준에서 10년 이상 횡보하고 있습니다.

씨티그룹의 낮은 주가의 가장 큰 원인은 낮은 수익성입니다. 씨티그룹은 오랫동안 Peer Group(비교 대상그룹) 대비 낮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자산 기준으로 금융위기 전 미국에서 가장 큰 은행이었던 씨티그룹은 현재 JP 모건, 뱅크오프아메리카에 뒤를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은행 순위를 보면 씨티그룹은 11위 은행으로 조사됩니다. 1위~5위까지는 모두 중국의 은행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부진한 실적을 턴어라운드 하고자 씨티그룹은 큰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2021년 4월, 씨티그룹의 CEO인 Jane Fraser는 미국 이외의 13개 소매 시장에서 철수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씨티그룹의 순수익 중 3분의 1 이상은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씨티그룹의 철수 계획은 다소 놀랍습니다. 한국씨티은행도 2021년 9월 소매금융 철수를 확정하고 공식화했습니다. 2021년 한국에서 철수한 씨티그룹은 2022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5개국에서 소매 금융 사업을 매각했으며 멕시코에서도 철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씨티그룹의 철수 결정 전부터 많은 애널리스트는 "씨티그룹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며 해외의 많은 사업 부문 간 시너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또한, 비공식적으로 인터뷰한 씨티그룹의 임원은 "씨티그룹의 해외 사업을 녹는 얼음조각과 같이 불안정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Jane Fraser는 씨티그룹이 30년 넘게 추구한 글로벌 확장 전략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소매 금융 시장에서 철수하는 동시에 도매 금융시장에 집중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씨티은행의 새로운 행보는 자산 관리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자산 관리 집중 전략은 사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다수의 글로벌 은행은 소매 금융보다 자산 관리 부문에 집중하여 좋은 성과를 창출했습니다. 


자산 관리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시장의 싸이클, 호황과 불황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산 관리 사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관리 중인 자산(AUM, Asset Under Management)의 1~2%를 운영 수수료로 은행이 가져갑니다. 투자와 대출은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을 기록할 수 있으나 자산 관리 사업에서부터 나오는 운영 수수료는 연금과 같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합니다. 또한, 자산 관리 사업은 은행의 자본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며 규제가 까다롭지 않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씨티그룹 전략의 핵심은 비즈니스를 단순화하고 리스크는 낮으나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전략은 씨티그룹이 합병 전이었을 때 모습과 유사합니다.


Citigroup의 기원은 1812년 최초의 National City Bank입니다. National City Bank는 1976년에 씨티은행으로 이름이 바뀔 때까지 수많은 인수합병을 거쳐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1990년대 씨티은행은 미국 최대의 신용카드 발행사가 되었으며 전 세계 90개 국가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1998년 씨티은행의 지주회사인 씨티코프와 금융 서비스 회사인 트래블러스 그룹의 합병으로 씨티그룹은 탄생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은행과 미국에서 가장 큰 보험 회사 및 자산 관리 조직이 합병하여 거대한 씨티그룹이 만들어졌습니다. 씨티그룹은 금융에 관련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은행이 되려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씨티그룹은 2007년 자산 규모가 2조 1천억 달러가 넘는 미국 내 자산 규모 1등 은행이었습니다. 그 당시 2위인 J.P. Morgan(1조 5천억 달러의 자산)과 3위인 Bank of America(1조 7천억 달러의 자산)보다 더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씨티그룹은 2008년 추락했습니다. 2006년 씨티그룹의 주가는 500달러에서 2009년 1달러로 폭락했습니다. 씨티그룹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및 위험 파생상품에 공격적으로 투자했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자 큰 손실이 났습니다. 


미국 정부는 당시 가장 큰 금융기관이었던 씨티그룹을 망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습니다. 씨티그룹은 미국 정부로부터 4,762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 겨우 살아났습니다.  


투자자의 미래 기대를 잘 나타내는 지표는 시가총액 대비 순자산의 가치 비율(Price to tangible book value ratio, PBR)입니다.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 높은 PBR은 투자자의 높은 미래 가치 기대를 나타내며 낮은 PBR은 투자자의 낮은 미래 가치 기대를 나타냅니다. 2008년 이후 씨티그룹의 PBR은 대부분 1미만을 기록했으며 안 좋을 때는 0.5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이에 반해 최근 JP 모건은 1.8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모건 스탠리는 2에 가까운 PBR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씨티그룹 매출의 54.7%는 기관 고객으로부터 발생했습니다. 기관 고객으로부터 발생한 매출은 거래, 합병, 자문, 글로벌 기업의 재무 서비스 등이 있습니다. 씨티그룹 매출의 32.1%는 개인 금융 및 자산 관리 사업에서 발생했습니다. 


씨티그룹은 2019년부터 소매 금융 부문을 줄이고 자산 관리 부문에 집중했지만 아직까지 큰 결실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2년 씨티그룹은 글로벌 자산관리 부문에서 10%의 매출 증가를 기대했지만 2023년 2분기의 매출은 전년 대비 5% 감소했습니다. 


2022년 기준 씨티그룹의 글로벌 자산 관리 부문은 7,460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메릴린치는 2조 8,000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씨티그룹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전 스미스 바니(Smith Barney)라는 좋은 자산 관리 사업 부문을 가지고 있었으나 아쉽게도 금융 위기 때 모건 스탠리에 매각했습니다. 씨티그룹의 숙제는 스미스 바니와 같은 자산 관리 부문을 재건하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결과만 보면 씨티그룹의 전략은 성공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씨티그룹은 주가 상승 잠재력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식 가격 상승은 반드시 높은 자기자본 이익률(ROE)에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역설적으로 현재 씨티그룹은 Peer Group(비교 대상) 대비 낮은 자기자본 이익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조금이라도 개선된 지표를 보인다면 주가 상승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씨티그룹과 씨티그룹의 주가가 어떻게 변하는지 앞으로 살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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