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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사무실은 그저, 사람들이 일하는 장소일까요?

by 지식노동자

사무실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13년 전 제가 처음 직장 생활을 했을 때 회사의 사무실은 대동소이했습니다. 네모난 사무실은 닭장과 유사했습니다. 칸막이 안에 직원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습니다. 업무 시간에는 자리를 지켜야 했고, 상사가 찾으면 신속히 대답해야 했습니다.


(부장님) 김대리, 오늘 일정은 뭐지?

(김대리) 오후 10시 팀미팅이 있고, 오후 2시 고객사와 미팅, 오후 5시 사장님 보고가 있습니다.

(부장님) 이과장, A프로젝트 어떻게 되고 있어?

(이과장) 이번 주 금요일에 고객사에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내일까지 보고서 초안 완료하여 부장님께 검토하겠습니다.


전형적인 기업 문화는 직원들이 항상 바쁘게 사무실에서 일하길 원했습니다. 바쁘지 않으면 바쁜 척이라도 해야 했습니다. 금융권과 같이 변화에 보수적인 회사들은 여전히 과거의 사무실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제가 일하고 있는 사무실도 10년 전에 쓰던 사무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네모난 사무실, 수많은 큐비클…


사무실은 그저, 사람들이 일하는 장소일까요?

사무실이 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무실은 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팬데믹은 많은 회사가 재택근무를 채택하게 만들었으며, 많은 직원은 재택근무가 더 좋다는 사실을 이미 깨달았습니다. Future Forum이 2022년 7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호주,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에서는 근로자의 18%가 사무실에 전혀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오피스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패턴은 점차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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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작업은 사무실의 목적 자체를 바꾸었습니다. 사무실이 근본적으로 재설계되고 있습니다. 획일적인 공간 구성에서 일과 쉼을 같이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으며, 사무실 칸막이, 큐비클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무실의 변화는 경영진의 결정에 따라 빠르게 일어납니다. 삼정회계법인에서 일할 때 저는 전통적인 사무실에서 일했습니다. 빼곡히 채워진 책상과 큐비클에서 수많은 직원이 앉아서 일했습니다. 회계법인을 처음 방문하는 클라이언트는 닭장과 같은 회계법인의 오피스 환경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사무실 환경의 변화는 급격히 찾아왔습니다.

2020년 5월경, 경영진은 새로운 오피스를 도입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공유 좌석의 도입이었습니다. 부장 이하 직원은 자신의 자리가 없어진 거죠. 2023년 현재 변화는 더 빨라져서 이제 파트너를 제외하고는 고정 좌석이 없다고 합니다. 매일 아침 좌석을 예약한 후 업무를 본 후, 퇴근할 때 노트북, 노트, 필기도구 등 개인 짐을 로커에 보관했습니다.

kr-people-3-2-1?scl=1 삼정회계법인 공유오피스

스위스 가구 브랜드 Vitra는 2021년 스위스 Birsfelden에 있는 본 사무실을 맞춤형 가구로 채워서 공간 유연성의 개념을 한 단계 진화시켰습니다. Club office라고 불리는 이 회사의 공간은 모듈식 소파 시스템, 언제든 제거 가능한 파티션, 퍼즐처럼 서로 맞출 수 있는 접이식 책상이 포함되어 있어 공간을 상황에 맞게 변형할 수 있습니다. Vitra CEO인 Nora Fehlbaum은 “환경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형성합니다. 직원들이 긴장을 풀고 유연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사무실 환경을 구성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2021년 2월 Spotify는 “A work from anywhere policy”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회사 경영진은 직원들이 여전히 런던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사무실의 다양한 공간은 직원의 집보다 훨씬 더 큰 유연성을 제공했기 때문에 직원들은 통근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 나왔던 것입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사무실은 직원들이 회사에 나올 수 있을 정도로 효용을 줘야 합니다. 커뮤니티와 시설을 중점에 두고 원격으로 참여할 때는 얻을 수 없는 진정한 협업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사무실 공간에 대해 고민하는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영감을 주는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변화하는 사무실은 상사가 직원을
관리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과거에는 팀장이 부르면 신속히 답변을 줬던 직원은 이제 다른 층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팀장과 팀원은 더 이상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 않습니다.


김대리, 오늘 일정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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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장, A프로젝트 어떻게 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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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대리도 없고, 이 과장도 없고...


공유 오피스가 도입되면서 팀장과 팀원의 관계가 변하고 있습니다. 수직적인 관계에서 협업을 하는 수평적인 관계가 되어야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또한, 팀장과 팀원의 역할도 새롭게 정립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팀장이 Micro Manager로서의 역할이 기대됐다면 변화하는 오피스 환경에서의 팀장은 방향을 알려줄 수 있는 Director가 되어야 합니다. 세부적인 사항을 하나씩 지적하는 micro-management를 할 수 있는 사무실 환경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큰 그림을 제시하고 직원들의 강점을 발견하여 키워줄 수 있는 팀장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직원에게 요구되는 사항은 높아진 자율성에 맞는 책임감과 능동성입니다. 직원에 대한 평가가 더 빨라지고 잔인하게 됐습니다. 회계법인에 공유 좌석이 도입되자 적극적이지 않고 태도가 좋지 않던 직원에게는 업무가 생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팀장은 일 못하고 적극적이지 않은 직원과 굳이 같은 프로젝트를 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1달 정도 월급 루팡을 하는 것이 즐거울 수 있는 있지만 회사는 냉정한 곳입니다. 월급 루팡이 길어지면 결국은 회사에 자리가 없어지게 됩니다.


사무실의 변화가 도시계획에 주는 영향

거점 오피스의 증가는 주거 지역에 사무실과 공유 오피스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직주 근접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사무실은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되었습니다. 사무실의 변화는 도시 계획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대부분의 도시는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도시 계획에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공장과 사무실은 가까이 위치했고 주거지는 별도로 존재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토지이용계획에 따라 주거, 상업, 공업, 녹지지역으로 용도가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 기준의 결정과 관리는 정부에서 하고 있습니다. 난개발을 막고 토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토지의 이용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획일화된 도시 계획은 현재 사회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고, 일하고, 놀고, 살길 원합니다.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부는 기존의 획일화된 토지이용계획이 아닌 새로운 콘셉트의 도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장 미래 지향적인 도시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는 싱가포르입니다. 싱가포르는 5분 안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도시, 일명 “Compact 도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5분 안에 직장을 갈 수도 있고, 쇼핑을 할 수도 있으며, 녹지에서 운동도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주거지, 상업지, 공업지, 녹지 등으로 획일적으로 관리 감독되면 5분 안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Compact City는 남의 나라 일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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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서울은 획일적인 도시계획으로 인해 아파텔이라는 기형적인 상품이 나왔습니다. 아파텔이란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합쳐 만든 신조어로 주거용 오피스텔의 별칭입니다. 아파텔은 주로 전용면적 60~85m2로 구성되며, 방 2~3개와 거실, 주방을 갖춰 아파트의 모습과 흡사한 것이 특징입니다. 토지이용계획에 따라 상업지에 아파트를 개발할 수 없기 때문에 업무 용도인 오피스텔이 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상업지에 살고 싶은 사람이 많아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유사한 형태로 변경되고, 실제 용도도 주거지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싱가포르와 같은 국가는 토지이용계획에 따라 용도가 구분된 것이 아니라 Mixed-use development 콘셉트를 바탕으로 주거와 업무, 상업, 문화 등 상호보완이 가능한 용도를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연계 및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사무실이 주거 공간과 분리되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업무, 상업 주거 공간이 복합되어 있는 Compact 도시는 환경적으로, 경제적으로도 윈윈입니다.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 모델은 런던, 도교, 뉴욕 등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16,364명/km2으로 도쿄와 뉴욕보다 높습니다. 서울과 같이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는 획일적인 토지이용계획에서 탈피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Mixed-use development를 검토해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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