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지님은 비판받아 마땅한가?
최근에 끝난 쇼미더머니 11에서 이영지님이 우승했습니다. 다른 시즌과 달리 우승자에 대한 축하보다 비난이 많았습니다. 특히 이영지님의 무대 영상에는 '좋아요' 보다 '싫어요'가 많이 달려 논란이 되었습니다.
특히 힙합 음악에 진심인 팬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힙합 관련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영지님이 우승한 결과에 납득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영지님에게 투표한 것은 힙합에 대한 모독이라는 의견까지 있었습니다.
이영지님이 처음 쇼미더머니에 나올 때부터 논란이 있었습니다. "근데 영지는 진짜 왜 나왔을까", "'래퍼가 아니라 예능인이다'라는 비판이 되게 많았던 것 같다", "밥그릇을 빼앗으러 오지 않았나" 등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습니다.
가끔 쇼미를 보는 방구석 래퍼인 저는 이영지님이 쇼미에 출연하는 것이 마뜩잖았습니다. 특히, 시즌에서 가장 논란이 된 3차 예선인 게릴라 사이퍼 미션을 보고 저도 분노했습니다. 게임에는 규칙이 있어야 하고 그 규칙은 모두에게 공평해야 됩니다. 그러나, 총 22번의 라운드에서 끝까지 마이크를 잡지 못한 이영지님에게 단독 무대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영지님은 단독 무대에서 좋은 무대를 해서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습니다.
이영지님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었고, 제가 응원하던 랩퍼(허성현님)는 따로 있었기 때문에 이영지님을 응원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허성현님의 가장 큰 경쟁자였던 이영지님이 빨리 떨어지길 원했습니다.)
이영지님이 비난받아 마땅한가?
제작진이 임의로 규칙을 변경하고 이영지님에게 기회를 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참가자로서 제작진이 규칙을 임의로 변경해서 기회를 주겠다는데 거절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참가자는 경쟁에 이기기 위해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참가자가 최선을 다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난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영지님을 별로 안 좋아했었는데 Hug 무대를 보고 이영지님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무대를 보는데 가사가 너무 좋았고 진정성 있게 느껴졌어요.
사실 난 lonely
모두가 날 다 좋아한대도 의심하곤 해
이걸 듣는 너는 날 안 싫어해도 돼
어차피 내가 날 제일 싫어하니까
이영지, Hug
'재능 넘치는 천재적 가수'가 아닌 '열등감을 가지고 있지만 노력하는 가수'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랩하는 모습에서 큰 감동을 얻었습니다. 노래 제목처럼 큰 Hug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영지님을 왜 안 좋아했었는지 생각했습니다....
이영지님을 왜 안 좋아했을까요?
제가 이영지님을 안 좋아한 이유는 '쇼미 특혜'도 아니었고 '앨범'을 안 내서도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방송'에 많이 나와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영지님을 별로 안 좋아한 것은 이영지님이 고딩랩퍼에서 랩을 한지 얼마 안 돼서 우승을 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모차르트'보다 독하게 노력하는 '살리에리'를 좋아했었습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든'보다 '스카티 피펜'을 좋아했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천재적인 재능이 없기 때문에 '재능파'보다 '노력파'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자신보다 더 노력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도 더 뛰어난 결과를 쉽게 이뤄내는 사람을 지켜볼 때의 열등감은 사람의 본능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것을 '타고난 재능'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최근까지 '재능파'는 큰 노력 없이도 큰 성취를 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재능파'도 자세히 살펴보면 노력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Talent is overated'라는 책을 보고 모차르트도 노력파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차르트는 21세 때 이미 18년 동안 입주 전문 과외교사의 지도 아래 엄격한 음악교육을 받으면서 노력했기에 협주곡 9번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마이클 조든은 고등학교 때 키가 178cm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기술은 뛰어났지만 고등학교 시절 작은 키 때문에 큰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 했습니다. 고교 농구팀에서 조던은 손윗형 래리 조던의 반만큼만 농구를 잘하고 싶어서 등번호를 래리 조던의 등번호 45번의 절반인 23번으로 한 사실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그 후, 조던은 폭풍 성장을 해서 198cm가 되었습니다. 노력으로 만들어진 슛, 패스, 드리블, 수비 능력과 피지컬이 합쳐지면서 역사상 최고의 농구 황제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모차르트'와 '마이클 조든'이 재능파가 아닌 노력파라고 생각하고 모차르트와 마이클 조든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영지님도 좋아합니다.
이영지님이 어떤 사람이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영지님은 모차르트와 마이클 조든처럼 완성된 전설이 아닌 성장 중인 가수입니다. 이제 겨우 20살입니다. (제 아들보다 이영지님이 9살 많네요... 제가 늙은 걸까요? 이영지님이 어린 건가요?)
20살인 이영지님은 굳이 쇼미에 도전할 필요가 없었는데 용감하게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쇼미에서도 여러 논란을 겪으며 마음고생도 많이 했지만 결국 Hug와 같은 멋진 가사를 만들어 내며 성장한 모습을 리스펙트합니다. (저는 20살 때 하루 종일 축구 게임만 했습니다...)
쇼미에서 보인 태도와 Hug 무대를 보고 저는 감동했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고 다양한 의견이 있기 때문에 비난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비난에 흔들리지 않고 전설적인 가수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20살 이영지님의 도전과 노력을 응원합니다. 논란을 이겨내고 전설적인 가수가 되길 기원하고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