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를 결정하는 8인의 경제학자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0.25% 금리를 상승시켜 기준 금리는 4.75%가 되었습니다. "경기 침체가 우려되니 기준 금리 상승을 멈춰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상태에서는 연방준비위원회도 더 이상 금리를 올릴 수 없을 것입니다.
경기 침체는 누가 결정하나요?
대부분의 국가는 경기 침체에 대한 판단을 전문가 집단(주로 경제학자)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통계청의 국가통계위원회가 담당하고 있으며, 미국은 비영리 민간 연구소인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 침체를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미국의 경우 경기 침체를 결정하는 사람은 8명입니다. 경제학자 8인은 NBER 산하 경기판단위원회(Business Cycle Dating Committee)에서 논의를 통해 경기 침체를 판단합니다.
현재 경기판단위원회의 멤버는 아래와 같습니다.
Robert Hall, Stanford University, Chair, 1978-
Robert J. Gordon, Northwestern University, 1978-
James Poterba, MIT, 2008-
Valerie Ramey,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2017-
Christina Romer,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2003-2008, 2010-
David Romer,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2003-2009, 2010-
James Stock, Harvard University, 2009-2012, 2016-
Mark W. Watson, Princeton University, 2009-
경제에 매우 중요한 판단을 하는 위원회인 만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들이 위원회 멤버로 선정되겠죠?
과거 멤버를 보면 전 연준 위원장인 벤 버냉키와, 경제학 수업을 들은 사람이면 한 번씩은 들어봤던 맨큐 교수님도 있네요.
Ben Bernanke, Princeton University, 2000-2002
N. Gregory Mankiw, Harvard University, 1991-2000
경기 침체는 어떻게 결정되나요?
전미경제연구소는 경기 침체를 '경기 전반에 걸쳐 퍼져 있고 몇 달 이상 지속되는 경제 활동의 현저한 감소'라고 정의합니다.
Recession
A decline in economic activity that has spread across the economy and lasts more than a few months.
일반적인 경기 침체의 기준은 ‘실질 GDP의 2분기 연속 하락’입니다. 그러나, 전미경제 연구소는 이 기준으로 경기 침체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GDP는 국가 내 일정 기간 동안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GDP로 경제의 모든 부분을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전미경제연구소는 주로 아래 6개의 지표를 검토하여 경기 침체를 판단합니다.
실질 개인소득(Real personal income)
비농업 급여(All employees, total nonfarm)
고용률(Employment level)
실질 제조 및 무역 판매(Real manufacturing and trade industries sales)
실질 개인소비 지출(Real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산업생산지수(Industrial production: total index)
경기 침체를 판단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경기는 전반적인 경제활동의 상태를 뜻합니다. 경기에는 가장 높은 지점인 Peak와 가장 낮은 지점인 Trough가 있습니다. Trough에서 Peak 올라가는 상태를 '경기 확장'이라고 하며, Peak에서 Trough로 내려가는 상태를 '경기 침체'라고 합니다.
현실에서는 위와 같은 1개의 그래프로 경기를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경제는 복잡하고 상호 연결성이 높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2008년에 일어난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사후적으로 봤을 때는 분명히 경기 침체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나, 실질 데이터를 보면 위에서 말한 6개의 지표가 모두 경기 침체를 나타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8인도 데이터와 지표가 없으면 어떤 결정을 할 수도 없습니다. 위의 6개의 지표를 정리하고 통계화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따라서, 경기 판단은 일반적으로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경기 침체가 시작되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경기 침체를 판단하는 소위 뒷북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
이번 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빅 스텝(0.5%)이 아닌 베이비스텝(0.25%)을 올리면서 미국 주식시장은 열광했습니다. 연방준비위원회가 1~2회 정도 금리를 올리고 금리를 안정화시키겠다는 기대로 주식은 크게 상승했습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에 더 이상 급격한 금리 상승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고용지표가 발표되자 주식 시장은 다시 크게 하락했습니다. 고용 상황이 기대보다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고용 상황이 기대보다 좋은데 주식이 왜 떨어질까요?
앞서 주가가 상승한 이유가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는 기대'때문이라고 설명드렸습니다. 고용 지표가 좋게 나오면서 시장은 연방준비위원회가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 것입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경기 침체를 결정하기 전까지 연방준비위원회는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인 제롬 파월은 "인플레이션을 2%가 될 때까지 금리를 조정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 경제는 이미 경기 침체로 들어선 것으로 판단됩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뒷북을 치지 않고 적기에 경기 침체에 대한 적정한 판단 하여 금리가 안정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