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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희 Apr 18. 2023

당당하게 맞서는 엄마가 되기로 했다

흑인 딸의 백인 엄마 빅토리아(Victoria) 이야기

의 첫 번째 결혼은 실패였다.

 의사에다 잘생기기까지 한  전남편은  조건과 모습은 완벽했지만  결혼 생활 내내 차갑고 냉정해서  다가가기가 어려운 남자였다. 결국 그는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워 나를 떠났고 버림받은 나는 아들과 함께 비참하고 괴로운 삶을 견뎌야 했다.

아들을  잘 키우기 위해 제대로 된 직업과 환경이 필요했다. 간호사가 되어  미국에서 아들을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당분간 아들을  가족에게  맡기고 콜롬비아에서 미국 시카고로 유학을 왔다.


혼자 새로운 환경에서 낯선 언어로 공부한다는 것은 힘겨운 일이었다.

 삶에 지치고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전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엉망이 되어 쓰러져버린  어느 그는 소방관인 그의 직업처럼 구원자가 되어 나타났고 나는 그와 사랑에 빠졌다.

 스페인 혈통의  보수적이고 완고한 집안 출신인  내가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자와 재혼을 한다고 선언했을 때  가족들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콜롬비아는  아직 색의 분류가 존재하고 상류의 지위와 계급에 피부색의 구별남아 있기 때문에 딸이 흑인 남자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평생 교육계에 종사한 원칙주의자 부모님의 충격은 정말 컸을 것이다.

가족들의 우려와 반대 속에서도 우리는 진실한 사랑의 힘을 믿고 용기를 내서 결혼을 했고 별문제 없이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그는 결혼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처음처럼 변함없이  다정하고 믿음직스럽다. 속 깊은 그의 제안으로 전남편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들데리고 와서 함께  잘 지내고 있다.

우리 가정을 축복하듯 사랑의 결실인 딸이 태어났고  요즘 우리 가족 모두  딸이 주는 행복에 푹 빠졌있다. 


딸이 태어난 후 어느 날인가부터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시선에 붙잡힐 때가 많아졌다.

금발에 흰 피부를 가진 나와 곱슬머리에 흑진주처럼 까맣게 반짝이는 피부를 가진 딸이 함께 외출을 하면 우리 모녀를 슬금슬금 쳐다보는 것이 불편했다.

'나의 삶이 중요하고 남에게 신경  쓰는 것이 장점인 개인주의자들의 미국에서 이런 눈빛은 뭐지?' 하는 의구심과 불쾌감에 딸아이가 자라면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지 른다는 미묘한 불안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출처:지니와 조지아 (넷플릭스)

  '지니와 조지아'란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를 보면서 내 딸이 자라면서 느낄 감정들을 지니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드라마 내용 중 와닿은 부분 친아빠가 흑인이고 엄마는 백인인 흑인의 피부색을 지닌 혼혈인 소녀 지니가 백인 마을에 이사 와서 인종에 대한 갈등과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었다.

 '21세기 평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 미국에서에 인종차별이라니,....'생각하겠지만 아직  색으로 구별하고 차별하는 편견은 콜롬비아나 미국 또 다른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니가 파티에서 엄마가 노예 해방 시대가 배경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 코스프레를 하자 백인인 엄마가 자신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생각해서 상처를 받는 모습을 보고

' 내 딸이 자라면서 무심코 하는 내 행동에 상처받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딸이 인종 차별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마음의 상처는  받지는 않을지,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입양되었냐고 묻거나 엄마는 왜 백인이냐고 질문할 때  딸아이 마음이 어떨지  려웠다

무리 딸아이를 사랑해도 백인인 내가 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고민이 늘었다.


잠든  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쓸데없는 기우로  고민하고 남의 시선에 움츠리고 있는 것이 딸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내 딸은 두 인종의 장점을 다 가진 특별한 아이이니 , 12명의 흑인 아이를 자신의 철학으로  훌륭하게 키운'컬러 오브 워터' 책의 어머니 루스가 백인인지 흑인인지 묻는  아이에게 한 말처럼 백인도 흑인도 아닌 '인간'으로 키우기로 했다.

 '만약 차별이 있으면 이겨낼 수 있는  더욱 강한 아이로 키울 것이고 편견 어린 시선을 받고 자란다면 자신감을 갖고 이겨내는 법을 함께 연습하고 가르칠 거야.'하고 다짐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세상의 편견에 당당하게 맞서는 엄마가 되기로 했다.

 움츠리지 않고 틀린 삶이 아닌 다른 삶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딸아이의 성장 과정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사랑과 축복으로 호응했고 그들의  관심에 편견은 없어 보였다.


무엇이든 그 일이 내 일이 되었을 때 와닿는  느낌이나 생각이 달라지는 것 같다.

보수적이었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고 자란 덕에 나 역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흑인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나와 피부색이 다른 아이를 낳게 되면서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특별하거나 다르다는 것이 귀한  시대가 아닐까?'하고 생각이 바뀌게  것처럼.

반적이고 보편적인 것이  꼭 옳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데 용기가 필요했지만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 온 세상 일들이  그렇게  작은 용기들이 모여 조금씩 달라졌을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별한 아이로 인해 나 자신도 특별한 엄마가 되고 나서 세상의 특별한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것처럼 말이다.

딸 덕분에 나도 조금씩 성장해 가는 것 같다.


*시카고에서 만난 콜롬비아 사람 빅토리아 이야기를 글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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