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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트리 Nov 15. 2022

아가야 안녕~

부르면 맨 먼저 뛰어나오던 아기가 갑자기 사라졌다. 너무 작고 너무나 약해서 유난히 안쓰러웠던 아기. 도태된 새끼려니 짐작하면서 눈맞춤 한 지 달 여. 아기는 아예 밥자리에서 웅크리고 앉아있는 날이 많았다. 비 맞으면서도 기다리는 모습이 안타까워 멀찍이 사람들 눈에 안 띄도록 작은 집도 만들어 주었더랬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 중 그토록 스스럼없이 가슴에 안긴 아기는 처음이었다. 아기가 서서히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게 되자, 겨울이 오기 전에 데려와야겠단 불안함이 생겨났다. 그런데 아기가 사라졌다. 동그랗게 꼬리를 말고 소슬소슬 떨던 자그만 몸, 가을바람이.      

깜쪽 같이 사라진 것은 아기만이 아니었다. 아기에게서 되레 위로받고 충만했던 가슴 켠도 휑하니 비었다. 며칠 째 빈자리가 스산해진 무렵이었다. 저무는 볕 아래 낯익은 몸집을 발견했다. 고작  달의 삶을 평화롭게 치환한 작은 마침표 하나.

밥자리 향해 고개를 떨군 채 다시는 깨어나지 않을 꿈을 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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