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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가 경영학자 Mar 08. 2023

삶과 신앙

어느 가난한 유학생 이야기 1/5


Seoul Seoul Series no.30 Inchon International Airport A330 Takeoff



2021/04/28


지금부터 거의 40년 전 미국 유학생활을 시작할 무렵 저는 LA근교 글렌데일의 한인 성당에서 가톨릭 세례를 받았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무슨 생각이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으나 아마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걸어가는 듯한 가난한 유학생의 생활에서 의지할 데를 찾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랜 냉담 상태로 들어가게 됩니다.


기대했던 의지나 위로보다는 오히려 신앙이라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성서를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세례 받을 무렵 한 신앙 선배가 성서는 하느님의 말씀이라 조금의 잘못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기대를 가지고 읽으려고 했으나 어느 한 구절 마음 편하게 받이들일 수 있는 말씀이 없었습니다. 황당한 신화에 과격한 단어,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되는 말씀들.. 생활고와 학업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씀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어렵게 학위를 받고 귀국해서 교수직을 얻고 어려웠던 유학생활을 낭만적으로 되돌아볼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전혀 불평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삶이 쉬워지지는 않았습니다. 삶이 버거운 것은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몫만은 아닌가 봅니다. 감사의 마음은 사라지고 불만과 불평은 많아졌습니다. 정신이 피폐해지는 위기를 느끼면서 인도자의 도움을 받으며 성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의미를 찾아보려고 나름대로 집중해서 들여다보는데 일당을 계산하는 농장주의 비유에서 번쩍 성서의 문이 열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 이것이야 말로 진리의 말씀, 기쁨의 말씀, 위로의 말씀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삶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불평과 불만의 자리에 감사와 사랑의 마음이 들어섰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멀리서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권위 있는 성서학자인 저자가 성서는 하느님의 말씀이라 전혀 잘못될 수 없다는 생각에 대한 경고로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구전과 필사로 전해졌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많은 오류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작성하는 사람 본인의 필요와 생각을 집어넣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천 년이 지나서도 그 많은 오류와 수많은 사람의 의도적인 왜곡의 껍질을 벗기고 보여준 그 진리의 빛은 바로 그것이 하느님의 말씀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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