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무엇으로 사는가? 4/7
2024/9/5
글로벌화는 무역장벽이 낮아져 무역이 자유화되는 데서 출발하는데 그 결과 세계 경제의 생산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이전에는 R&D에서 부품 제조, 최종 조립에 이르는 생산 과정이 대체로 하나의 기업이 소유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생산이 이루어졌습니다. 글로벌 시대에는 가장 중요한 무형자산을 가진 기업을 중심으로 저마다의 역량을 가진 많은 수의 기업들이 각각의 생산과정을 맡아 사슬처럼 연결된 형태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글로벌 공급사슬(global supply chain)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생산 방식이 아니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제품이 글로벌 공급사슬을 통해 생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품의 브랜드는 인식할 수 있지만 어느 제품이 만들어진 특정 국가를 인식할 수는 없습니다. 복잡해진 세상입니다.
공급사슬이 경쟁력을 갖고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공급사슬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서로 긴밀히 제휴하여 협력해야 합니다. 공급사슬 전체에서 만들어지는 가치는 참여 기업 각각의 기여도와 협상력에 따라 가격 메커니즘에 따라 나뉘기 때문에 더 큰 몫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자와 협조하는 것, 그것은 글로벌 시대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경쟁자와의 제휴는 우정의 제휴가 아닙니다. 전략적 계산에 따른 제휴라는 의미에서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라고 하며 비유적으로 '적과의 동침'이라고 합니다. 전략적 제휴 관계는 공급자와 고객, 하청 기업, 라이선스, 프랜차이즈, 공동 연구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한 기업은 그 기업이 가진 전략적 제휴 관계를 통하여 알 수 있습니다.
전략적 제휴 관계는 전략적 계산에 따라서는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배신은 보복이 따릅니다. 보다 무서운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평판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략적 제휴가 기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좋은 평판을 잃어버리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는 자명한 일입니다. 신뢰와 좋은 평판이 중요한 것은 기업 관계에서나 인간관계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의 일대기입니다. 재미있는 속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삼성전자 역시 이 회사가 가진 전략적 제휴 관계를 통하여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제휴 파트너는 역시 안드로이드의 구글과 메모리 반도체의 최대 고객인 애플입니다. 그런데 삼성은 부품과 최종 제품 생산을 함께 하기 때문에 부품 고객 기업과 경쟁관계에 설 수 있으며 이는 삼성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애플은 아이폰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의 파운드리 제조를 처음에는 삼성에 맡겼습니다. 삼성으로서는 회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전략적 제휴 관계였습니다. 그런데 갤럭시 스마트폰의 성공이 아이폰의 입지를 위협하면서 분노한 Jobs 씨가 파운드리 제조 전량을 대만의 TSMC로 돌렸고 TSMC의 어마어마한 성공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전략적 제휴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가슴 아픈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