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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an 09. 2023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

아이를 키우며, 예전에 난임 자조모임 오픈톡방에서 만난 한 언니의 말이 이따금씩 떠오른다. 그는 다짐하듯 말했다. “우리가 지금 아이를 가지려 하는 건 우리 부부가 행복해서이지, 아이가 생겨서 행복하려는 게 아니”라고,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이야기했다.


그당시 나는 전자와 후자가 과연 무엇이 다른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언니의 말이 그냥 좋았다. 정확히는 그 말을 하는 마음가짐이. 잇따른 실패로 자기연민에 빠진 나와는 다르게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이 한결같이 착한 사람이었다.


단톡방의 룰은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뜨면 구성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나오는 것이었다. 임신에 성공해서 단톡방을 퇴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잇따른 실패 이후 홀연히 사라지는 사람도 있었는데, 내가 참 좋아했던 그 언니는 후자였다.


그녀는 지금쯤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혹시나 아이 없는 삶을 살더라도, 언니라면 속 좁은 나와는 다르게 대인배라서 잘 살아가고 있을 테지만, 그래도 어딘가에서 예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었으면 좋겠다. 비록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지만, 과거의 나이기도 한 그를 종종 기도하는 마음으로 떠올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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