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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디자인 Mar 10. 2020

재택근무에 대한 고찰

다 알고는 있지만 가끔은 김 빠진다



집에서 일하다 보면 문득 현타가 온다. 프리랜서란 건 뭘까? 아니, 그것보다 재택근무란 뭘까? 싶은 것이다. 재택근무를 한없이 좋게 보면 일과 여유를 알아서 조절할 수 있는 꿈의 직업이지만 나쁘게 보자면 집에서 그냥저냥 놀다가 쬐금 일하다마는, 반백수 또는 주부일 뿐이다. 좋은 점만 생각하면 이만한 직업이 있을까 싶지만... 늘 좋을 순 없는 법이다. 빛과 그림자처럼, 어느 순간에는 나쁜 쪽으로 집중해 빠져드는 상황이 생긴다. 슬프게도, '난 아무것도 못하겠어'라던가 '이렇게 열심히 해봤자 누가 알아주나...'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때가 있다.






부정적이고, 생각만 해도 기운이 쪽 빠지는 김 빠진 생각은 일 할 때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작업 자체가 안된다. 그래서 김 빠지는 순간이 되면 일을 거의 하지 않고 소파에 길게 누워있는다. 아니면 할 일 없이 왔다 갔다 몸만 바쁘게 놀린다. 그래도 양심상, 선 한번 긋는다거나 글 한 줄을 써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억지로 작업을 한들, 결과물은 꼭 휴지통으로 들어가기 좋게 엉망진창이 되어있다. 참담한 결과물에 다시 절망적인 상태에 빠진다. 눈물이 그렁한 상태로 '난 절대 발전할 수 없어'라던가 '재능이 없는데 시작한 건 아닐까?'란 두려움에 빠진다. 이런 상태에 빠지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안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내 지인의 대부분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고민이 터무니없어 보이는 하소연에 불과한 것을 다 안다. 누구는 힘들게 출퇴근하면서 전전긍긍하는데, 그저 집에서 놀고먹는 사람이 고민을 가진다고?라고 생각할까 봐 입을 다문다. 팔자 좋은 타령, 행복이 철철 넘쳐나서 하게 되는 푸념을 들어줄 사람은 없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아도 문제 해결은 내가 알아서 정리해야 한다.

며칠 동안 프리랜서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끝내 지쳐버리고 말았다. 재능도, 끈기도 턱없이 부족한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눈앞에 캄캄해졌다. 그렇게 고민은 부정적인 생각을 이끌어내고, 며칠간 소리 소문 없이 끙끙 앓게 만들었다. 이런 순간에 사람들은 대부분 '힘내' 또는 '너는 잘하고 있어'라는 위로를 건네지만, 아쉽게도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애써 위로를 건네는 사람들이 무안해질 정도로 짜증을 냈다. 하지만 나 역시 짜증을 낼 이유는 있다... 열심히 힘을 냈는데도 앞이 캄캄해서 고민하는 거고, 냉정히 봤을 때 잘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서 고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로를 하는 사람도 딱히 할 말이 없을 때 그런 말을 건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안 되는 위로를 건넨 적이 많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위로받으려 프리랜서라는 직업을 고민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벽에 부딪혔으니, 이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묵묵히 혼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분명 열심히 무언가를 했는데,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막다른 골목에 서 있으면 암담해진다. 하지만, 늘 그렇듯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해결되는 일들이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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