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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디자인 Mar 03. 2020

집중하기 위하여

재택근무, 집중이 필요할 때


집에서나, 아니면 사무실에서나 혼자서 일해야 하는 프리랜서들에게 필요한 것은 '집중'이다. 혼자 있으니 회사에서처럼 체면 차리며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딱히 일이 없는 경우에는 그저 놀아도 된다! 하지만 그저 놀아버릴 수는 없다... 노는 것은 무척이나 좋은 일이지만 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아하지만 커피를 사려면 돈이 필요하다.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아하지만 여행에는 꼭 경비가 필요하다. 결국은 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이 있으려면 일을 해야 한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집중을 해야 한다. 머리로는 이렇게나 명확한데, 컴퓨터를 켜고 멍하게 있거나 쓸데없이 유튜브를 뒤지고 있다? 아차, 이러다간 원하는 일을 제시간에 끝내지 못한다. 집중을 해야 한다, 집중을 해야 한다... 아, 제발.






집중을 해야 하는데 정말 정말 집중이 안 될 경우에는 노트북과 태블릿을 바리바리 싸 들고 가서 주변 카페에 간다. 누군가 옆에 있어야 집중이 되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제격이다. 나와 같은 동지들이 많기 때문이다. 동지들과 함께 앉아 사람들의 열띤 수다 소리를 배경 삼으며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목표량 달성. 글을 쓰는 일이 몰릴 때는 역시 스타벅스가 제격이라 한 달에 두세 번 마음먹고 들른다.



하지만 스타벅스에 나갈 수 없을 때, 예를 들면 씻어야 하는데 무척이나 귀찮아서 집에 있는 편이 좋을 때나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이면 (그림 그리는 것도 스타벅스에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혼자는 왠지 부끄러워진다... 남편이 앞에서 커피를 홀짝이고 있으면 그나마 안심이지만 혼자서는? 아아, 안될 일이다. 그냥 그렇다고요.) 꼼짝없이 집에 있어야 한다. 마음은 답답하지만 집에서라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집에서 한숨을 푹푹 쉬다가 내린 결론은, 그래도 집에서 집중이 잘 되는 곳을 찾아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곳을 더듬더듬 찾아내듯, 작은 집에서 집중이 되는 곳을 찾으려 집안 탐구를 했다. 그 결과, 집에서 가장 불편한 자리에서 일하는 것이 은근 집중이 잘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TV 소리가 카페의 화이트 노이즈를 대신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만 TV를 켜놓으면 거기에 빠져들 수 있으니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 같은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편이다. 아니면 여러 번이나 봐서 이미 내용을 외울 정도가 되어버린 맛있는 녀석들을 틀어놓는다.



이런 노하우를 종합하면, TV를 켜놓고 불편한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 된다. 보기에는 뭐 하는 거지 싶겠지만, 혼자 일하는 사람의 처절한 노력이다. 이래도 집중이 안 되면 그냥 내일의 나에게 맡기고 그냥 논다. 잠을 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TV를 틀어놓고 멍하게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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