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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디자인 Mar 23. 2020

혼자 일한다는 것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회사를 다니는 것과 홀로 일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대하는 사람 자체가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 일하면 사람 간의 스트레스는 큰 폭으로 줄어든다. 그렇지만 클라이언트와 미팅에서부터 기획하기, 시안 작업, 견적 내기, 세금 계산서 발행하기 등, 전반적인 일을 혼자서 해야 한다. 사람과의 스트레스는 줄었지만 일의 스트레스는 더 높아진다. 회사에서는 일의 한 부분만 맡아서 해도 버겁다는 말이 절로 나왔지만, 혼자서 일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고 느껴진다. 규모만 작아졌을 뿐, 양과 질의 차이일까.






오히려 사람을 적게 대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나를 대표하기에 모든 분야의 사람들과의 대응은 오롯이 나 혼자의 몫이다. 피할 수가 없다. 받기 싫은 담당자의 메일을 읽어서 대답해야 하고, 전화도 친절하게 받아야 한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도 척척 대답해야 하고 전문가처럼 보여야 한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오히려 먼저 물어보면 식은땀이 절로 난다. 그렇다고 모르겠는데요...라고 우물쭈물하면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니까. 적당히 말을 만들어 대응한다.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의욕에 넘치던 프리랜서 초반에는 모든 일에 서툴 수밖에 없는데도 여러 가지 일들에 도전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했었다. 당연히 실수투성이였고 고난도 여러 번 겪었다. 이런 일을 겪어가면서, 프리랜서는 소위 말하는 '인싸'들이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활달하고 밝은 성격,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대화를 재미나게 나눌 수 있으며 모든 일에 의욕 넘치는 그런 사람이 적격이다. 그런 사람들은 어딜 가나 잘하겠지만, 특히 프리랜서에 참 잘 어울린다. 넘치는 매력과 자신감으로 일도 척척해내고 그 규모도 크게 불려낸다. 사장님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멋진 사람들과 비교하면 저란 사람은요...? 일단 성격이 그리 밝지 않습니다. 일을 불리는 것보다는 그냥 유지하는 것도 어렵죠. 그냥 음, 동네 구멍가게 정도의 규모로 운영하는데도 힘겨운 소시민일 뿐입니다. 그래도 오래오래 버틸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내가 아는 프리랜서들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왜 프리랜서가 되었냐고 물어보면 나처럼 회사라는 시스템에 질렸거나, 사람 관계에서 힘든 것이 싫어서라고 답하는 편이 많다. 소소한 일거리를 하며 지내는 우리는 성공을 꿈꾸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로 커다란 성공을 바라는 건 아닌 것 같다. 드라마에서 보듯이, 차가운 도시남녀처럼 클라이언트와 세련된 사무실에서 우아한 회의를 마치고 번쩍이는 맥북 앞에서 작업을 휘리릭 마치는? 그런 일상보다 그냥 그렇고 그런 소소한 일상이 계속되어도 괜찮다 싶다. 이렇게 보면 내성적인 사람들이 프리랜서를 택하는 비율은 높지만 프리랜서에서 이름을 알리는 것은 외향적인 사람들이다? 달라 보이지만, 결국 회사나 프리랜서나 결국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

회사를 퇴사한 후, 한동안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그리고 혼자 일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가장 큰 고민은 다시 직장인이 되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였다. 그 고민을 할 때가 프리랜서 생활에서 가장 위기였다고 생각한다. 잘하지도 못하는데, 왜 직장을 그만둬서 방황하는 것일까, 거의 매일 울었다. 이렇게 방황하다가, 문득 깨달음이 왔다. 회사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인정받지 못했던 순간이 떠올랐던 것이다. 나와 맞지 않는 곳에서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괴로워했는데 왜 다시 돌아가려고 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회사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 그리고 프리랜서로서 매력을 돋보이게 하려 애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과는? 많이 벌진 못해도 마음은 편하다. 아직도 내 것을 보여주는 것이 어렵고 두렵다. 하지만 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내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이렇게 해내는 것만으로도 지난 시간 동안 허송세월을 보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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