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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디자인 Mar 17. 2020

재택근무를 위하여

출퇴근하는 건 힘든 일이니까


코로나 19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바깥에 나갈 수 없는데 동시에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방법이지만, 의외로 괜찮다는 의견이 들린다. 출퇴근을 하기 위해 들였던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그리고 집은 언제나 좋은 곳이다. 물론 집이라서 일에 집중이 안 되는 단점은 있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굳이 사무실을 운영하지 않아도 일이 진행이 되니,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재택근무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지겠지 싶다. 전화, 문자, 메일, 영상 통화가 난무하는데 굳이 사무실에 모여서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각자 다른 생활을 하고 있으니 개인 일정은 마음껏 조정할 수 있는 근무 형태가 인기를 얻을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모여들어야 하는 곳, 예를 들면 관공서, 병원 같은 경우에는 필수로 출퇴근해야 하는 직원이 있어야 하는 구조다. 게다가 식당이나 카페는? 이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재택근무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회사'라 불리는 곳에서는 재택근무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스타트업들을 보면 회사보다는 재택근무가 자연스럽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몇 번 이들과 일해본 결과, 필요할 때만 공유 오피스나 카페를 이용해 회의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알아서 일을 해도 진행이 가능했다. 스타트업들이 이렇게 일을 진행하는 이유는 사무실 유지비가 만만치 않은 것도 한몫한다. 코 워킹 스페이스 같은 사무실, 스타벅스 같은 카페가 인기 있는 이유가 다 있다. 이렇게 뿔뿔이 흩어져서 일하면 친분을 위한 회식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업무를 위한 질서 체계나 출퇴근 관리는 무의미한 존재다. 순수하게 일만 하면 되는 관계, 매일 볼 필요 없이, 아이디어와 파일만 주고받으면 되는 수평적이고 단순한 관계를 유지하면 끝이다. 일의 효율은 높이고 감정싸움처럼 불필요한 것은 버린다. 메말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 간의 관계에 지쳐버린 이들에게 이런 구조는 무척 매력적으로 비친다.


8년 남짓 회사에 있었을 때 가장 큰 불만은, 매일매일 싫은 사람의 얼굴을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얼굴만 보나? 공손하게 그분들의 비위도 맞춰야 한다... 세상에,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회사 생활을 했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그때 피부병도 걸리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 회사에 가는 게 끔찍하게 싫어서 아침에 울면서 출근을 준비했던 기억도 있다. 최악이지. 거기에 더 최악은 좋아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하루에 몇 시간, 몇 십분 밖에 보지 못하면서 싫은 사람들은 하루 종일 봐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싫어하는 사람들과 하루 온종일 씨름을 하고 파김치가 된 상태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결국 내는 건 짜증이요, 나오는 건 악다구니와 눈물이었다. 왜 스트레스를 엉뚱한 사람에게 풀어야 하는가? 뺨은 다른 데서 맞고 와서 화풀이는 왜? 이건 좀 말이 안 되는 일이 아닌가? 이런 물음표가 항상 머릿속에 있었다.



회사를 퇴사하고 몇 년간 혼돈의 시기는 있었지만, 지금은 그 의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매일 충실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클라이언트가 있어도 예전보다는 스트레스가 많지 않다. 어차피 얼굴도 보지 않는 사이인데, 안 좋은 소리 몇 번 들었다고 감정 상할 일은 그다지 없다. 일을 하다 보면 퇴근해 돌아오는 남편과 사이좋게 시간을 보내면 그만이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좋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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