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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디자인 Mar 31. 2020

영감이 필요한 때

디자이너에게 꼭 필요한 그것



일을 할 때 꼭 필요한 건 '영감'이다. 패션 디자이너들이 '뮤즈'라고 부르는 인물을 통해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처럼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도 그런 뮤즈가 필요하다. 뮤즈가 꼭 인물이 아니어도 된다. 보거나 상상할 때, 아이디어에서부터 그림, 글이 절로 술술 나오는 그런 무언가가 있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 무언가 덕분에 작업이 진행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감은 공기 같은 존재가 아니다. 알라딘의 지니처럼 원한다고 불쑥 나타나지도 않으며 돈으로도 살 수 없다. 생각은 늘 하고 있지만 영감이 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답답하기 그지없다. 영감이 스르륵 와서 작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은 기다려야 한다. 지루할 정도로 끈질기게 기다리다 보면, 어느 순간 하늘에서 툭, 떨어지듯 그것이 온다. 접신이라는 말이 맞을까? 일단 영감이 오면 그 이후에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휘파람을 불면서 여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심지어 손이 머리보다 앞서서 슥슥 그리는데도 결과물이 흡족하게 나올 때도 있다. 글을 쓰면서도 이렇게 진행이 빠를까 감탄할 때도 있다. 그런데도 막힘없이 줄줄 쓸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만족스럽다. 와, 이런 순간에는 세상의 모든 신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을 정도다. 아니, 큰 절을 드려도 모자랄 만큼 감사함이 줄줄 넘쳐흐른다. 영감이 오면 모든 것이 만사 오케이다.




⁣자주 오진 않지만, 오기만 하면 신바람이 나게 만드는 영감을 얻기 위해 내가 하는 일은 먼저 다른 이들의 작품을 많이 보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작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단박에 깨닫게 된다. 내가 생각지 못한 것들을 다른 사람들은 어찌나 흥미롭게 잘 표현하는지, 부러울 뿐이다. 겸손한 마음가짐과 더불어 그림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이런 표현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되니까.



또 다른 방법으로는 여행이 있다. 원래 호기심이 많아서, 낯선 곳에 가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성격을 가진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여행에서는 모든 것이 낯설지만 그래서 한편으로는 자극이 된다. 그래서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눈과 귀가 활짝 개방되고, 일상과 다른 것이 무엇이 있는지 찾고 또 찾는다. 일상에서는 접하기 힘든 것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톡톡 터지는 것을 즐기는 것이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더, 자주, 새로운 여행을 떠나려고 노력한다.



영감은 외부에도 있지만, 가끔 내부에서도 얻을 수 있다.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 아래에서 보이는 생경한 풍경, 노을이 지는 풍경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아련한 분위기, 평온하고 조용한 일상 속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그 무언가. 평범했던 일상의 모습이 갑자기 새롭고 특별해 보일 때,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영감으로 이끌어 본다. 결국 영감을 얻는 것은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일깨우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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