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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디자인 Apr 17. 2020

프리랜서의 출퇴근

집에서 집중하기 위해선 다 계획이 있다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자, 혼자 알아서 일해야 하는 프리랜서에게는 출퇴근의 개념이 모호하다. 다시 말해 일과 놀이의 경계, 사무실과 집의 경계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지만 오롯이 일에 집중하려면 힘이 든다. 그냥 무작정 쉬고 싶은데, 놀기만 하면 계획에 맞게 진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를 시작한 후, 몇 개월이 지났을 때였을까. 하루 종일 일에 빠져서 나오기 어려울 때도 있었고 아예 모든 것을 놓을 때도 있었다. (대부분은 일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스스로 헷갈리면 안 되겠다 싶었다. 이렇게 가다간 회사에서처럼 번 아웃되기 딱 좋겠다 싶어서, 나에게 맞는 출퇴근의 개념을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싶었고 여행을 가든 말든 간에 동일하게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어서 개념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재택근무하는 프리랜서가 어떻게 출근하냐고요? 사실 별것 없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출근' 스위치를 켜는 것으로 시작하죠. 자, 시작해볼까? 하고 생각한 후, 단숨에 일할 장비들과 커피 한 잔을 착착 세팅해놓는다. 이렇게 일할 준비가 끝난다. 일할 준비를 마친 공간이 바로 사무실이 된 것이고, 나는 출근을 완료한 것이다. 어디서나 장비들과 커피만 있으면 사무실이 완성되니까 꽤나 간편하게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완벽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일하면서 쓰는 스마트 기기의 배터리가 항상 100%가 되어야 하고 일주일 동안, 한 달 동안 해야 할 일들을 적어놓은 메모가 함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일을 바로 시작할 수 있고 일의 진도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공간이 아예 지정되어 있으면 출근 스위치가 켜지기 쉽다. 서재를 꾸미는 이유가 다 있다.



한 달에 써야 하는 기사의 수는 적으면 7개, 많으면 9~10개가 된다. 거기에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쓴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그림이 잘 그려질 때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니까... 그림 그리는 시간도 생각해 둬야 한다. 매주 아트 상품 제작 사이트, 패브릭 제작 사이트에 한두 개씩 이미지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런 사이트가 서너 군데가 되다 보니 사이트용 이미지 제작도 만만치 않다. 결국 이런 일들을 하고 있노라면 하루가 퍽 짧게 느껴진다. 스스로 일거리를 만드니 쉴 틈이 없다.



아주 가끔, 가뭄에 단비처럼 그래픽 관련 일거리가 들어올 때가 있는데, 그러면 신경 쓸 거리가 늘어나 더 바빠진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하는 활동이 재밌어서 적극적으로 일감을 받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소소하게 버는 프리랜서이긴 하지만.




출근뿐만 아니라 퇴근도 중요하다. 하루 종일 일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결국 일에서 벗어나는 퇴근이 필요하다. 사실 퇴근도 출근처럼 별다른 건 없다. 그냥 모든 일에 신경을 꺼버리면 퇴근이 된다. 스마트 기기를 모조리 정리한다. 마신 커피 잔은 씻어 둔다. 그리고 소파에 편하게 앉아서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며 낄낄거리기 시작하면 된다. 퇴근하고 나서는 절대 일에 대해 생각하면 안 된다. 생각하는 것조차 일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일을 습관처럼 만들기 위해 거의 6개월 정도 걸린 거 같다. 원래 모든 일에 적응이 느린 사람인 데다가 스스로 출퇴근한다는 것은 아예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의 일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출퇴근 개념이 몸에 배어드니 일이 한결 수월해졌다. 결국 편히 쉬고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 출퇴근 개념이 필요했다. 지금은 출근 모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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