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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디자인 Apr 21. 2020

계획표 세우기

일상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


우리 모두는 학교에서 계획표를 세우는 법을 배운다. 하루 일과를 효과적으로 보내기 위해서 스스로 생각해서 일과를 기획하도록 교육받는 것이다. 일과를 디자인하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동그라미와 직선만 긋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갈 내용이 나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계획표를 잘 세우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하는데, 아쉽게도 어린이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한다.



바르고 뛰어난 어린이가 되겠다는 의욕이 앞서서 계획표를 만들면 놀라운 결과가 나타난다. 잠은 하루에 3-4시간만 자야 하고, 공부와 운동으로 빼곡하게 계획표를 채워 넣기 때문이다. 잘해야겠다는 욕망에, 놀이 시간과 식사 시간도 터무니없이 짧다. 이런 계획표로 생활하게 되면 단박에 병원에 실려갈 것만 같은데, 계획표를 만든 바로 그때에는 무척이나 뿌듯해한다. 자랑스럽게 벽에 걸어놓고 실행하려 하지만, 하루도 못되어 실패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작심삼일이란 말도 길다. 작심삼분이란 말이 제일 어울릴까? 그렇게 짧게 바른생활을 경험하고 나서 계획표를 만드는 일은 그냥 그 시간을 때우는 용도였나, 싶어서 허무함에 빠진다.






스스로에게 충분히 실망했던 경험을 토대로, 대부분의 사람은 계획표를 세우는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쉽게도, 계획표가 없어도 점점 일과가 빡빡하게 채워진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교와 학원을 다니느라 바쁘고, 대학교에 와서는 취업을 위해 공부하고 필요한 자격증을 획득하기 바쁘다. 공모전이다 아르바이트다 하다 보면 짬을 낼 수 있는 시간은 밤이 된다. (그래서 밤마다 그렇게 술을 마셨나 봅니다.) 회사에서는 고정된 시간에 출퇴근만 해도 진이 빠지는 기분이다. 점점 일상을 계획하는 일은 어려워진다. 오히려 사회가 짜 놓은 계획에 내가 끼여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드는 것이 슬플 뿐이다. 어릴 땐 일상을 마음대로 기획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던 거 같은데, 점점 선택권을 가지려면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권을 손에 쥐고 있을 때에는 몰랐던 사실이다. 이제는 그 특권을 갖기 위해서는 결정이 필요하다. 결국 스스로 일상의 계획표를 짜려면 프리랜서가 되는 수밖에 없다.







프리랜서로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계획표가 필요하다. 하루에 해야 하는 일들, 일주일 안에 해야 하는 일들, 한 달에 완성할 수 있는 것들을 기획하려면 어릴 적 배웠던 지식이 슬며시 나오게 된다. 하지만 어릴 적에는 과대평가했던 자신을 이제는 정확하게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계획표를 채워 넣지 않는다. 적당히 게으른 시간을 보내고, 일의 우선순위를 세운다. 작심삼분,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계획을 세우는 대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이다. 내 의지대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이 보람차다. 오늘도 그 보람을 느끼기 위해 계획표를 본다. 잘 진행되고 있다. 그대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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