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나의 이야기
타인의 어떤 말과 행동에 당신이 상처받는지를 잘 들여다봐라. 그것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줄 것이다. -카를 구스타프 융-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오카다 다카시 발췌
내 마음을 해체하고 싶던 30대 후반과 40대에는 책을 참 많이 읽었습니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던 내 마음이 오히려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이해되는 경험이 참 신기했거든요.
아름답고 화려한 이야기도 좋았지만 슬픔의 이야기가 저에게 힘을 주었어요. 나라면 결코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는 어떤 상처들에 대해서도 용기 있게 고백하고 치유의 과정, 받아들임의 과정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나를 일으켰습니다. 괜찮다고, 아파도 괜찮다고, 토닥토닥.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를 나를 가둔 벽, ’ 선생님‘, ’ 성인‘, ’ 엄마‘. 그 벽 앞에 서서 자신을 완전하게 세워가려는 노력과 결코 넘지 못할 것 같은 좌절감. 그 앞에서 진물 날 때가 종종 있었어요.
바깥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에는 늘 ’ 괜찮은 척‘해야 했어요. 나는 엄마이고, 성인이고, 선생님이니까. 그렇지 못한 아픈 나, 힘든 나, 무너질 것 같은 나는 늘 감춰둬야 했으니까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나의 속마음들이 파도치고 요동치는 날에는 책을 폈습니다.
책 속에 있는 친구들이
’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래?‘
라고 말을 건네는 순간에 전율했지요.
나 스스로에게도 내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더딘 나에게, 내 속도 그대로 괜찮다며 매일매일 책은 조금씩 다가와 주었습니다.
그렇게 책과 말을 하다 보니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조개껍질처럼 꽉 다물어졌던 제 마음이 열리더라고요.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책 속 친구들처럼 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래?‘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서 대화하는 그 순간이 저에게 가져온 변화는 놀라웠지요. 좋은 것들만 칭찬하며 말하던 사이의 우리도 좋았지만, 아픔과 허물을 말할 수 있는 우리는 더더욱 좋아졌습니다.
여전히 거부회피형 애착 유형을 가진 저인지라, 어떤 일이 닥쳐오면 혼자 괜찮은 척하며 해결하기에 바쁘지요. 그런 날이면 책을 폅니다.
’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래?‘
라고 말해주는 그 한 사람을 만나서 마음을 엽니다.
속상하다고 느껴도 괜찮다고, 무력하다고 느껴도 괜찮다고, 자책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런 한 사람, 용기 있게 글을 써 내려간 한 사람이 책을 통해 제 마음을 엽니다.
그때, 비로소 들리는 옆 사람의 이야기.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그리고 넌지시 건네는 내 마음.
’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래!‘
책은 나를 세상과 친구로 연결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