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꽁치찌개

by 트와일라잇

엄마가 맞벌이하는 동생 부부를 위해 서울로 조카를 돌보러 가셨다. 스튜어디스인 올케가 한 달이면 15일 정도를 비행하는데, 해외노선을 타고 있다. 올케가 비행을 간 며칠 사이에 3살 조카를 돌보기 위해 친히 아들의 집으로 가신 것이다.

서귀포 아파트에는 아빠만 남으셨다. 평생 엄마가 해주는 밥을 드시며 살아오셨는데, 아빠가 혼자 잘 계실는지, 적적하지 않을는지 여러 생각이 들어, 주말에 들렸다. 생각보다 깨끗한 집과 혈색이 좋은 아빠의 모습에 안심이 되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비린내 나는 무언가의 냄비 하나와 배추 된장국을 끓여둔 냄비 하나가 있었다.

‘ 으, 냄새…. 아빠가 냉장고 정리까지는 차마 못하셨나 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냉장고 문을 닫았다. 손녀들이 좋아하는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고 어제저녁은 마무리가 되었다.

다음 날 아침, 아빠는 새벽 운동을 다녀오셨다. 나는 간밤에 뒤척이며 못 잔 잠을 소파에서 다시 청했다. 아빠가 돌아오시자 나는 천천히 상을 차린다. 아빠가 말씀하신다.


“냉장고에 있는 찌개 데워서 먹자.”


나는 된장국이 든 냄비를 꺼내서 두부를 가득 썰어 넣고 다시 국을 끓였다. 그러면서도

‘아빠는 왜 국을 찌개라고 생각하시지?’

라고 생각했다.


급하지만 엄마가 해 두신 배추김치와 새콤한 열무김치, 갓 구운 스팸, 양념한 꼴뚜기 젓갈, 만송이 버섯볶음을 찬으로 내어왔다.

아빠가 다시 말씀하신다.


“이것 말고, 냄비 하나 더 있을 텐데…”


‘앗, 그 상한 거 같은 냄새의 냄비를 말하는 건가?’

다시 열어보니, 그것은 꽁치찌개였다. 상한 듯하다는 것은 아주 진한 바다 비린 내였나 보다. 아빠가 드시고 싶었던 것은 꽁치찌개였던 것이다.

맞다. 생각해 보니, 아빠는 꽁치찌개, 동태찌개, 그리고 고등어조림을 좋아하셨다.


“아빠, 이거 말하는 거 맞죠? 내가 깜빡했네, 아빠는 꽁치찌개를 좋아했었는데….”


서둘러 꽁치찌개를 끓여낸다. 김치와 시래기, 두부를 가득 넣어 끓인 꽁치찌개.


어린 시절, 아빠는 주말이면 맛있는 음식을 해주겠다면서 카레라이스, 꽁치찌개, 그리고 닭볶음탕을 만들어주셨다. 꽤나 요리를 맛있게 해 주시던 아빠였는데, 우리 삼 남매가 잘 먹지 못하던 것은 꽁치찌개였다. 그 등 푸른 생선 특유의 비린내를 견디지 못했던 것은 특히 나였다. 그 냄새와 비린내가 참 싫어서, 삐죽거리면서 밥을 먹곤 했다.

30년이 지나서야 알게 된다. 아빠가 해주시던 꽁치찌개, 울릉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바다 소년 아빠가 참 좋아하던, 그리워하던 음식이란 것을.

가족이란 참 묘한 것이다. 그토록 가까운 사이 같으면서도 어쩔 때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관계. 여전히 꽁치찌개를 좋아하시는 아빠를 보며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바다 냄새 그리워하던 아빠의 휴일 요리를 비린내 싫다고 코를 막으며 밥을 먹던 아이가, 이렇게 커서 아빠의 취향을 알기까지 30년이나 걸렸다는 것. 가족이란 묘함 덕분이다. 그래도, 아빠의 취향을 하나 더 알게 돼서 고맙고 고맙다.

아빠가 혼자 있는 시간 덕분에, 조금 더 아빠랑 가까워질 수 있었던 2주였다.

다음번 서귀포 방문 때는 아빠가 좋아하는 고등어를 맛나게 조리는 방법을 연구해봐야겠다.

좋아하며 맛있게 드실 아빠의 얼굴을 그려본다. 이번만큼은 비린내를 이겨낼 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