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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애 Aug 12. 2020

배드민턴 꼰대 탈출

한선수: 그렇게 치면 안되지, 라켓이 돌아갔잖아.

초새싹: 네  

한선수: 상대방이 칠 때 가만히 서 있으니 못 받잖아. 계속 발을 움직여야지

초새싹: 네, 죄송해요.

한선수: 서브를 지금 몇 개나 실수하는 거야?

초새싹: 네, 죄송해요.

한선수: 미리 라켓 들고 나가야지    


초새싹 회원님의 마음이 짐작이 가시지요? 친절한 고수님께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알려주시려 합니다. 체육관에서 우리는 다양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초새싹 회원님들을 만납니다. 아이 셋을 태운 유모차를 끌고 오는 부부도 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운동이라는 것을 해 보는 어르신도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도 있습니다. 퇴근 후 허둥지둥 저녁밥을 차려 놓고 온 워킹맘도 있습니다. 일이 너무 바빠서 주말에만 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천차만별 실력만큼 각자 다른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초새싹 회원님들이 배드민턴을 치는 이유도 모두 다릅니다. 유모차 부대 부부는 잠깐이라도 둘이서 무엇을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난생 처음으로 라켓을 든 어르신은 체육관에 나와서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땀을 흘릴 수 있는 것에 만족합니다. 20대의 사회 초년생은 레슨을 열심히 받아 A조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늘 시계를 보며, 시간에 쫓기는 워킹맘은 자신에게 허락된 1시간 30분 동안 모든 스트레스를 코트에서 풀고 갑니다. 각자 다른 삶만큼 각자 배드민턴에 대한 기대 소망이 다릅니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배드민턴을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체육관에 갈 생각을 하면 즐거운 그 마음 때문에 이리저리 최선을 다해 시간을 쪼개서 오는 것입니다. 그런 각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면, 한선수 회원님처럼 모든 회원들에게 레슨 혹은 잔소리를 늘어놓는 오지랖퍼가 됩니다. 한선수 회원님의 마음은 고맙지만, 지식자랑 하듯이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주게 되면 듣는 사람은 질려버립니다. 잔소리에 질려 평소에 잘 하던 것도 안 됩니다.


듣는 사람은 원하지 않는 잔소리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진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차근히 하나씩 하나씩 배워가는 마음 자세가 필요한 것처럼 알려주는 것에도 우리는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자의 소망을 이해하면, 훈수가 필요 없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일방적인 전달은 무례한 일일 수 있습니다.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 된 사람들에게 나의 조언은 마이동풍입니다.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굳이 말하지 않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체계적으로 레슨을 받고 있다면 지적은 잔소리가 될 뿐입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고 요리사가 많으면 음식은 짜집니다.


꼰대가 되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조언을 늘어놓는 것이 꼰대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조언은 상대방이 원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친절하게 해주면 됩니다. 실력이 늘고 체력이 좋아지면 도움을 청합니다. 그때의 조언은 빛을 발하게 됩니다. 20대의 사회초년생으로 A조가 되는 것이 꿈인 회원님에게 한선수의 조언은 감사한 일이 되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처음으로 운동이라는 것을 해보는 회원님에게 조언보다는 칭찬이 필요합니다. 퇴직 후 배드민턴을 시작해보려고 체육관에 며칠 다니다 그만두는 분들은 한선수의 친절한 조언으로 좌절을 한 경우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에게는 흥미를 느낄 시간이 먼저 주어져야 합니다.


노래방에 가서 마이크를 놓지 않고 있는지 늘 살펴야 합니다. 자기 노래만 부르면 듣는 사람은 힘이 듭니다. ‘도와주려고 한 건데 뭐가 문제지?’라고 생각하면 시어머니가 되는 것입니다. 청하지도 않은 비판이 관계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바리바리 김치 담아서 싸왔지만 며느리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각자 나름의 스케쥴과 삶의 스타일을 이해해 줄 때, 비로소 환영받는 소통이 생깁니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이야기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참는 것도 배려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입바른 소리 잘하는 사람 주변에는 친구가 없습니다. 훈수 두고 싶을 때, 기억하세요.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내면 꼰대가 된다는 사실을요.  


굳이 한선수 회원님이 말하지 않아도 초새싹 회원님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못쳐서 죄송하고, 자세가 안 나와서 죄송하고, 실수를 많이 해서 ‘죄송’이 떠나지를 못 합니다. 미안함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훈수는 초새싹 회원님의 즐거움의 싹을 자르게 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합니다. 즐거움이 먼저입니다. 즐거운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꼰대탈출의 시작입니다. 배려는 선한 마음을 가진 진정한 실력자가 할 수 있는 일임을 기억하세요. 진정한 실력자인 한선수는 초새싹 회원님의 긍정적인 정서를 이끌어 냅니다. 긍정적인 정서는 전염성이 강합니다. 모두가 행복한 마음으로 즐겁게 다닐 수 있는 체육관이 좋은 체육관입니다. 초보자들도 눈치 보지 않고 즐겁게 배드민턴 생활을 할 수 있는 클럽이 명문클럽입니다.

행복한 가정도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비난과 조롱보다는 칭찬과 감사가 넘칩니다. 처음 그려온 동생의 가족 그림에 모두가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어설픈 태권도 동작에도 엄마는 감동합니다. 피아노 학원에 성실하게 다니는 것만으로도 참 예쁜 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저기 물을 튀며 설거지를 마친 아들의 엉덩이를 두드려줍니다. 조금 더 자라면, 조금 더 노력하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좋은 부모의 다른 이름은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행복한 직장도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체계적인 교육 후 신입사원의 깜냥에 맞는 업무를 할당합니다.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좋은 상사는 질책보다는 칭찬의 말을 먼저 건넵니다. 신입에게 자신의 실수담을 들려주며 어려운 업무에 대해서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합니다. 신입사원도 행복한 마음으로 일의 보람을 느끼는 회사가 좋은 회사입니다.

   

행복한 사회도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약자를 배려해 주고, 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지내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입니다. 꼰대가 많은 경직된 사회에서는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커밍아웃은 불이익만을 초래할 뿐입니다. 인권 취약층인 성소수자의 거주 비율이 높은 도시에서 첨단산업도 발전한다고 합니다. 그 사회는 포용성이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누구나 행복하게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예를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옆에서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동성애자 거주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입니다. 전 세계의 성소수자들이 샌프란시스코로 모여듭니다. 샌프란시스코의 포용성이 실리콘밸리의 신화창조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오늘 당신은 어떤 새싹 회원님을 만나게 될까요? 유모차 부대의 젊은 부부? 삶이 바쁜 워킹맘? 그들 각자의 삶과 스타일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으신가요? 원하지 않는 조언을 참는 것만으로도 새싹 회원님의 즐거움을 해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팩트폭력의 배드민턴 꼰대가 아닌 인내와 기다림의 가치를 아는 진정한 배드민턴 선배의 멋진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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