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 말도 없었다

by 필이

"아이고, 말도 마라. 니 다리 뿌라진 그거는 아무것도 아이다. 내 이 어깨는 얼마나 아픈지 모른다. 밤에 잘 때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이게 사람이 할짓이 못된다."


"어깨는 낫지. 내는 목을 이래 못 움직이는데. 사람 사는 게 아이다."



병원은 신기한 곳이다. 동병상련 덕분인지 빠르게 친해진다. 병원에 오게 된 이유부터 그동안 아팠던 이야기, 다친 이야기, 수술 이야기, 현재 상태까지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다.


재미난 것은 모두가 자신이 가장 아프다고 한다. 나이가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나름의 고충이 있다. 수술 부위가 어디가 되었든 모두 자신의 수술이 가장 힘들고 고통이다. "니는 낫다. 내는 얼마나 아픈데." 서로 아프다고 경쟁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병실에서 막내가 되었지만 수술 부위가 세 군데이니 한 군데 수술한 환자보다 더 아프다. 모두 언니들이라 말을 할 수 없다. "나도 많이 아파요." 의미 없이 속으로 외친다.


조금 친해지면 살아온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또한 서로 경쟁하듯 자신이 가장 힘든 삶을 산다. 인생책이 열두 권도 더 나온다. "니는 낫다. 내는 이래 고생했다." 위로를 받고 싶은 걸까. 모두 자신의 삶이 가장 힘들다. 나 또한 그리 쉬운 삶을 산 것이 아니기에 속으로 외친다. "저도 힘들어요. 이 나이에 수술만 얼마나 한 건가요? 저도 힘든 삶을 살아요." 속으로 외쳐본다.


어느 날 새터민 한 분이 입원한다. "탈북했어요. 7년 전에요." 새터민을 만난 게 처음이라 놀란다. 그것도 불과 7년 전이라니. 동시대를 산 것이 아닌가. 자신은 시골 쪽에 살고 있어 배급이 거의 없단다. 한 달에 한 번 사탕 하나 먹을 수 있단다.


다른 배급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단다. 배가 고파 탈출했단다. 맹장이 터졌을 때도 마취도 없이 그대로 꿰맸단다. 그러면서 한국 병원은 너무 좋다며 감탄이 연발이다. 살기 위해 목숨 걸고 탈출한 두 달간의 여정. 사선을 넘나든 죽음의 길. 이후, 병실에 그 누구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나 또한.





제시어: 비교

타자수: 995자


오필리아처럼~

필이~^^*

화, 수, 목,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