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맛, 깊은 위로

이탈리아 음식

by 고 온

여행자의 미각은 늘 호기심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단순히 식사를 한다는 것 이상으로 그 나라의 영혼을 입 안에 담아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그런 면에서 내 입과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은 나라였다.


이탈리아는 음식에 진심인 나라였다. 화려한 조미료 대신, 재료 자체의 맛을 있는 그대로 살려낸다. 소금, 올리브오일, 발사믹 식초, 그리고 후추. 단 네 가지로도 충분했다. 신선한 채소와 해산물, 잘 익힌 고기, 정성스레 구워낸 빵과 치즈는 입 안에서 자연 그 자체로 피어났다.


로마에서 저녁으로 생선요리를 먹었다. 통째로 구운 생선과 함께 토마토, 감자, 올리브, 파슬리가 어우러진 화려한 음식이었다. 그 안에는 바다의 향기와 토양의 풍요로움 그리고 요리사의 손맛이 담겨 있었다. 생선을 그릴에 구워낼 시간이 필요해 조금 기다렸다. 드디어 요리가 나오고 서버는 우리에게 요리를 보여준 뒤 그 자리에서 바로 생선을 해체해 주었다. 그는 단지 한 손에 숟가락 하나와 포크 하나를 모아 쥐고서 흰 속살만 골라 따로 접시에 올려냈다. 다년간의 기술이 빛을 발하는 짧은 순간이었다. 원접시에 있던 토마토와 올리브 위에 레몬을 첨가하여 긴 접시에서 소스를 섞은 뒤 생선살 위에 듬뿍 뿌려주었다. 생선은 촉촉했으며 감자 하나하나에도 깊은 풍미가 배어 있었다. 올리브는 짙은 맛의 포인트였고 레몬 한 조각이 모든 맛을 한층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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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에서는 마르게리따 피자를 만났다. 마르게리따 피자는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이다. 1889년, 이탈리아 왕비 마르게리따를 위해 만든 이 피자는 토마토, 모차렐라 치즈, 바질을 사용해 이탈리아 국기의 색을 형상화했다. 나폴리 현지에서는 이 피자가 국민적 자긍심의 상징처럼 여겨진다고 한다.

Pizzeria Vincenzo Capuano에서 맛본 마르게리따 피자는 나오자마자 입으로 들어가느라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 가장 안타까운 일이다. 한 조각을 눈 깜짝할 사이 먹어치우고선 알아차렸지만 먹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메뉴를 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이나 구글에서 검색을 추천한다.

Fontana del Carciofo 분수를 보며 나폴리 거리에서 먹는 피자와 맥주는 여행자의 감성을 한껏 끌어올리는데 충분했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이 피자를 맛보기 위해 나폴리를 찾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한 끼를 위해 정성을 들이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삶의 태도가 접시 위에 고스란히 놓여 있는 듯했다. 귀국 후 마르게리따가 그리워 나폴리광화문 본점에 가 보았으나 실망이 컸다. 같은 재료로 만든 피자이지만 한국에서는 이맛을 느낄 수 없었다. 음식은 재료가 다이니 그 나라에서 먹어야 진리인 것을 새삼 느꼈다.


피렌체에서는 소금과 올리브오일만으로 구운 티본스테이크를 맛보았다. 군더더기 없는 조리법이 오히려 고기의 깊은 향과 식감을 더 또렷하게 보여주었다. 고기 옆에 놓인 감자구이도 그 자체로 하나의 요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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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작을 피스타치오 크림이 듬뿍 올라간 크루아상으로 여는 날도 있었다. 겹겹이 결을 이룬 빵 사이로 고소하고 달콤한 피스타치오가 입 안에 퍼질 때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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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이탈리아의 식탁은 정직하고 담백했다. 오랜 전통과 정성, 자연에 대한 존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음식이 이렇게 정직하고도 풍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 끼니마다 감사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감각을 일깨우고 순간을 음미하는 일이었다.

"Tutto il cibo è buono." 모든 음식이 다 좋았다. 이탈리아를 더 사랑하게 만든 건 그들의 음식이었고 그 음식을 통해 들여다본 삶의 방식이었다.


오늘 한 접시의 피자나 파스타에 담긴 마음을 느끼고 싶은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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