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타노, 아말피 -햇살이 머문 자리

by 고 온

포지타노로 가는 길.

미니버스로 바꿔 타고 좁은 길을 따라 곡예하듯 미끄러져 도착한 그곳엔 절벽을 따라 알록달록하게 지어진 집들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졌다. 바다보다 더 짙은 파란 하늘과 햇빛에 반짝이는 지붕들 그리고 골목사이로 흘러가는 사람들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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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진 골목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문득문득 바다를 향해 열려 있는 풍경이 등장한다. 좁은 골목 탓인지 보려 하지 않아도 창문을 통해 누군가의 삶의 일부를 슬쩍 엿보게 된다. 이곳 포지타노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지낼듯했다. 문득 나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면서 어릴 적 동네에서 어른들이 학교 가는 나에게 안부를 물어주던 그때가 떠올랐다. 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레몬 셔벗과 가볍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나는 그 안에서 나 자신이 이방인이 아닌 듯한 감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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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타노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바다를 보면 먹는 걸 잊을 만큼 황홀함에 빠지고 음식을 먹으면 접시에 빠질 지경이었다. 풍경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우리는 아말피로 출발했다. 배를 타고 나오면서 포지타노를 카메라에 담았다. 다시 오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쏜살같이 스쳤다. 나는 조용히 안녕이란 인사말을 건넸다.


KakaoTalk_20250526_230758635_03.jpg 포지타노를 떠나며 배에서 찍은 사진



아말피는 포지타노보다 조금 더 고요하고 단단한 느낌이었다. 거대한 바위산 아래 펼쳐진 아말피의 해안은 파도가 밀려오고 또 밀려가는 사이의 시간을 천천히 새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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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성당, 그 앞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 사진을 찍으며 웃음을 나누는 연인들. 모두가 느린 호흡으로 이 공간을 즐기고 있었다. 마침 성당에선 결혼식이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 아름다운 아말피에서 결혼서약을 나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인 듯 싶었고 그들의 행복한 웃음이 잠시 부러웠다.


아말피 한 골목길에서 새우와 오징어, 엔초비 튀김으로 유명한 가게를 만났다. 꽤 북적이는 길거리 튀김 전문점으로 신선한 해산물을 즉석에서 튀겨서 종이콘(cuoppo)에 담아준다. 특히 바삭한 오징어 튀김과 달콤한 새우튀김은 레몬즙을 살짝 뿌려 먹으니 최고의 맛을 냈다. 함께 곁들인 화이트 와인이 또한 일품이었는데 이곳엔 길거리 음식점에서도 아말피 와이너리의 화이트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이 작은 음식으로 아말피 사람들의 자부심이 보였다고 할까? '우린 이정도 먹는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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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피 골목 곳곳의 기념품 가게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레몬 제품을 만날 수 있었다. 아말피는 레몬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따사로운 햇살과 해풍 속에서 자란 아말피 레몬은 껍질이 두껍고 향이 진해 다양한 제품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기념품은 레몬 사탕과 레몬 비누다. 일행과 나는 한 가게에 들러 레몬 제품을 샀다. 향기로운 이 작은 기념품들이 여행의 기억을 오래도록 상큼하게 간직하게 해 줄거라 믿으며.


포지타노와 아말피의 햇살은 여행객인 나에게 말보다 먼저 다가와 등을 감싸주었다. 나는 얼굴에 따뜻하게 내려앉는 햇살을 받으며 냄새와 소리, 감촉까지 어우르는 선명한 기억을 가슴에 담았다.


여행이 끝나면 풍경은 희미해질지 몰라도 그때의 감정은 오래도록 나를 물들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계절 또 다른 빛으로 그곳을 다시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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