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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지영님 Jan 16. 2018

내 분에 못이겨

갱년기의 엄마

아이의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막 수업을 끝낸 아이는 해맑았다.

“엄마, 내가 오늘 공을 2개 넣은 거 봤어? 잘했지?”

“그래, 그래.”

성의없이 대답했다.

아이는 성의없는 대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자신의 활약을 떠들어 댔다.

“내가 말이야. 이렇게 했거든. 한 명이 준 공을 빨리 받아서 넣고...”


슬슬 화가 치밀었다.

‘넌 지금 그걸 자랑이라고 하는 거야? 넌 지금 동생들하고 경기를 했다고.

수업 내내 장난치고 농땡이를 부렸고, 마지막 몇 분 동안만 집중했을 뿐이라고.’


울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참기로 한다.

지난번에도 수업 끝나고 혼을 냈기 때문이다.

매번 수업이 끝나고 혼을 내는 건 좋지 않을 거 같다.

그런데!

눈치없는 아이는 뭘 잘했다고 계속해서 수업 끝나기 몇 분전의 성과를 떠들어대며 칭찬을 요구했다.


“엄마, 잘했지. 그지. 그지?”


화를 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칭찬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공을 넣은 건 잘 했는데. 그래도 엄마는 네가 수업시간에 좀더 집중을 하면 좋을 거 같은데.”

“엄마, 그래도 잘하기는 했지?”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네 마음 알겠지만... 그런데말야.

점점 한계에 도달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너는 지금 네가 잘 했다고 생각하는거야? 수업시간에 그리 딴 짓을 해 놓고?”

문을 열고야 말았다. 폭발적인 화의 문을...


“내가 계속 지켜봤는데 말야. 너는 선생님이 얘기할 때 하나도 안 듣더라구. 넌 잘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제야 엄마의 마음을 알게된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 아니.”

그렇게 나는 집에 오는 내내 화를 냈다.

마음은 이제 그만 문을 닫아도 된다고 하는데, 일단 열린 문을 쉽게 닫히지 않았다.

나의 화가 닫힌 건 시동을 끄고 나서였다.

아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벗고는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몇 번의 잔소리 끝에 목욕을 했던 아이가 바로 화장실에 들어가니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잠시 쇼파에 앉아 마음을 진정시키니 목욕을 다한 아이가 물기에 젖은 채로 화장실 밖을 나왔다.

나는 타올로 물기를 가볍게 닦아준 후 오일과 로션을  최대한 부드럽고 꼼꼼하게 발라주었다.

로션을 다 발라주자 아이가 나를 꼬옥 안았다.


“엄마 사랑해.”

“그래, 엄마도 너를 정말 많이 사랑해. 준아, 엄마 마음 알지?”

“응”


갱년기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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