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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소시 Jun 16. 2022

"닭 밥"의 위기..

《싱가포르 치킨 비상》

"엄마~~ 큰일이에요! 당장 싱가포르에서 치킨 사기 어려워질 거래요. 우리가 좋아하는 싱가포르 음식이 대부분 다 치킨이 들어가는데 어떡해요. 빨리 가서 하나라도 더 먹어야 할거 같아요."


학교에서 오자마자.. 먹는 것에 진심인 둘째가 선생님께 들은 소식을 전해줬다.

"치킨이 왜?"

"글쎄.. 싱가포르에서 먹는 치킨이 대부분 말레이시아에서 들여온 닭에 의존해 왔는데요..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치킨 수출을 금지한대요."

"수출 금지? 정말? 진짜?"


어머나 ~~

이건 또 무슨 일인가 하고 급히 뉴스를 찾아봤다.

이런이런~~ 사실이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6월 1일부터 싱가포르로 월 360만 마리에 이르는 양의 닭고기 수출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단다.

이 양은 싱가포르 닭고기 수요의 1/3에 해당하는 양으로 말레이시아에서 많은 양을 공급받아온 싱가포르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된다는 소식이었다.


대체 왜 갑자기 닭고기 수출을 중단한다는 건가 그 이유를 보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사료값 역시 급등해서 말레이시아 내부의 닭고기 가격이 폭등하자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했다. 수출 금지 품목에는 살아있는 가금류뿐만 아니라 냉장·냉동육, 치킨 소시지와 너겟, 패티까지 포함됐다고 한다.


문제는 말레이시아의 닭만이 아니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과 맞물려 세계 각국의 식량 보호주의가 고조되고 있단다. 

인도는 밀수출을 금지했고 인도네시아는 팜유 수출을 3주간 금지했으며, 아르헨티나는 일부 콩 제품의 수출을 금지해 식품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 차질이 일어나고 있다고 .


어머나.. 정말 도미노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갈수록 어려움이 커지는 모양새다.

바이러스 때문에 오랜 시간 고생했는데.. 이젠 먹거리까지 구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다니..


가까운 나라니 말레이시아에 의존하는 식량이 종류도, 양도 많을 거라 생각했지만.. 닭고기 수요의 1/3에 해당되는 양이 매달 360만 마리나 되었나 보다. 이렇게 많은 양의 닭을 이제 어디서 구하려나..


이번 일을 계기로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말레이시아와 다리로 국경이 이어져 있어서 싱가포르에서는 살아 있는 닭을  말레이시아에서 들여와 직접 도축해 사용했다고 한다. 어쩐지 닭이 신선하더라니..


둘째는 학교에서 만난 싱가포르 친구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소고기나 돼지고기 못 먹는다는 친구는 봤어도.. 닭고기 안 먹는다는 친구는 못 봤다고 했다. 그러니 싱가포르의 한 달 닭 수요량의 1/3 이 360만 마리라는 게..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거기에다 닭고기는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장점도 지 않은가..

그런 이유들 때문인지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많은 맛있는 음식에 닭이 들어간다.




둘째에게 물어봤다.

"무슨 닭요리를 먹고 싶은 거야?"

"음.. 일단 치킨라이스요."

"아 ~ 닭 밥!"

아이들이 처음 싱가포르에 왔을 땐 겨우 단어 몇 개 알던 수준이었다.

맛있는 거 으러 가자며 데려간 호커센터에서 메뉴를 고르다.. 누구였는지..

"닭 밥은 어떤 음식이에요?" 하고 물었다.

"응? 닭 밥? "

무슨 요리를 말하는 건가 하고 아이의 손짓을 따라가 보니.. 메뉴판엔 《치킨라이스》가 있었다.


아이구나.. 그지 그지 ~~ 맞지~~.

치킨은 '닭'이고..

이스는 '쌀'이나 '밥'이니..

닭 밥이지..

싶으면서도 닭 밥이라 하고 한참을 웃었다. 영어 단어를 우리말로 바꾼 것뿐인데 왜 다른 음식 같았는지..

지금도 이 음식을 보면 그때 생각이 나서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 유명한 요리에 쓰이는 닭은 생닭이라고 한다. (이 역시 이번에 이 일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닭고기 수출 중단 소식에.. 유명한 식당 중 일부에선 치킨라이스 가격을 올리는 게 불가피하다거나, 맛과 가격을 유지하지 못할 바에는 당분간 가게 문을 닫겠다는 분들도 있다고 다.

냉동닭을 쓰면 우리가 알고 있는 치킨라이스의 맛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치킨라이스는 싱가포르 국민 음식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동네 호커센터부터 고급 레스토랑까지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음식이다.

집 앞 호커센터의 풍경은 이렇다.


(호커센터 풍경)
(치킨라이스 파는 가게)

호커센터 치킨라이스 가격은 SGD $3.50 ( 율 900원으로 계산하면 3,150원 ) 정도다.

치킨라이스와 로스트 치킨라이스 두 종류가 있다.

열린 가게를 보니 가격이 더 오르진 않았다.

먹음직한 닭이 가득 진열되어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치킨라이스 가게임을 알리는 이 익숙한 풍경이 늘 같은 모습일 수 있길 바라게 될 줄이야..


치킨라이스는 중국 하이난 지방 사람들이 이주해와서 전한 음식인데 싱가포르 방식이 약간 가미되었다고 한다.

조리법을 찾아보니.. 완전히 조리될 때까지 닭고기를 끓는 물에 삶거나 데친 다음 냉수에 담가 육질을 부드럽게 만든다고 한다. 다양한 맛을 위해 닭을 굽거나 간장 양념에 조린 것도 있다고..

요리에 아주 중요한 한 부분은 쌀과 칠리소스로.. 쌀은 치킨 스톡에 생강과 판단 잎을 넣고 적절한 양의 기름과 함께 조리한단다. 그리고 칠리소스는 매운맛과 새콤한 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긍금해서 동네 슈퍼에 닭을 사러 나가봤다.

(브라질 산 닭)
( 태국 산 닭. 도축일이 표기되어 있다.)

말레이시아 산 의 자리를 브라질 산과 태국 산 닭이 대체하고 있었다.

닭고기 세계 최대 수출국이 브라질이라더니.. 진짜 브라질 산 닭을 가포르에서 볼 줄이야..

모든 물가가 다 오르고 있는데.. 자주 먹는 식자재까지 맘 편히 먹을 수 없다니 안타까웠다.




속상한 마음에 혹시 어떤 변화가 있나 궁금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단골 치킨라이스 집으로 달려갔다. 언제나처럼 줄이 길게 서 있는 모습이었다.

이곳은 우리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치킨라이스 집이다.

(로스트 치킨)
(사진 출처; Flo Yeow in Google Map)

이 집닭도 부드럽지만 닭 육수로 만든 밥이 정말 맛있는 집이다. 뼈없는 부드러운 닭고기를 맛보려면 가슴 부위만 달라고 주문하면 된다.

세트 메뉴가 있는데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굴소스를 넣은 야채 요리나 만두가 들어간 국 중 선택이 가능하고 세트에 포함된 음료로 barley( 보리가 들어간 식혜 비슷한 음료)와 아이스 레몬티 중에 선택할 수 있다. SGD $ 10.50인데 세금이 붙어 $11.80 ( 율 900으로 계산시 10,620원)이다.

(세트 메뉴 )
(덤플링 수프 세트 ; 만두에 새우가 들어가 있다)
(사진 출처; Flo Yeow in Google Map)

닭고기를 찍어 먹는 소스로 레드 칠리소스와 생강, 간장 소스가 있다. 입맛에 맞게 골라 찍어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린 칠리는 달라고 해야 준다)

맛있게 먹는 또 다른 팁은 그린 칠리와 함께 먹는 것이다. 그린 칠리는 달라고 해야 갖다 주니 꼭 달라고 해서 같이 드시길 권한다. 맵지 않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치킨라이스다.

맛은 늘 먹던 맛이었고 닭은 부드럽고 맛있었다. 괜히 먹으면서 같은 맛이라 울컥했다. 이 맛은 지켜져야 하는데.. 신선한 닭이 잘 공급돼야 이 맛이 유지될텐데..


먹을 때 건드리면 제일 서럽다는데..

이 상황이 하루빨리 안정되어 위기를 잘 넘길 수 있길.. 신선한 먹거리를 걱정 없이 맘 편히 먹고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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