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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소시 Nov 25. 2022

대학입시 아니고 중학교 지원이지 말입니다.

며칠 전 싱가포르에선 올해 친 PSLE (Primary School Leaving Examination, 초등학교 졸업시험)의 성적 결과 발표가 있었다. 이 결과로 중학교를 지원하기에 6학년이 있는 가정에선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작년 이맘때 달라진 채점 방식으로는 처음  PSLE를 쳤던 막내..


작년 시험에는 달라진 채점 방식으로 동점자가 많아질 것을 염려한 탓인지 수학 문제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많이 어려운 시험이 되고 말았다. 1 반인 막내 반엔 성적에 욕심 많은 학생들이 많은 편이라 평소에도 시험 성적을 받고 아쉬움에 우는 친구들이 종종 있었는데, PSLE 수학 시험이 끝난 뒤 우는 아이들이 많았단다. 울다 토하는 친구도 있었다고 했다. 시간 안에  문제를 다 풀었다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왜 이리 어렵냐며 다들 충격받아서 교실을 떠나지 못했단다.


학 시험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막내 반 친구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나 보다. 다음 날 신문에도 온통 너무 어려운 수학 시험에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대체 얼마나 어려웠길래 신문에 날 정돈가 싶었다.

( 사진 출처 : straitstimes.com )


그렇게 어려운 PSLE를 치고 11월 말쯤 성적 받는 날이 다가왔다. 학교에선 부모가 함께 와서 성적을 받아 갈 수 있게 해 줬는데 가보니 많은 부모님들이 참석했다. 부모님들은 1층 교실에 각 반별로 모여 화면으로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이 그동안 공부하느라 노력한 걸 많이 칭찬하고 격려해달라고 하시면서 중학교 지원 절차를 설명해줬다. 성적을 받은 아이들이 차례로 1층으로 내려올 테니 아이와 함께 돌아가면 된다고 했다.


한 명씩 이름이 호명되고 앞으로 나가 성적을 받아 든 아이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우는 아이도 있었고 너무 좋아 소리 지르며 환호하는 아이도 있었다. 화면 속에 작게 보이는 막내를 지켜보면서 아이도 얼마나 떨리고 긴장될까 안쓰러웠다.


얼마 뒤 한 여학생이 교실 입구에서부터 소리를 질렀다.

'엄마~~ 나 몇 점이야~~" 하면서..

그 학생의 엄마도 역시 호하뛰어나갔다.

아주 좋은 점수라 교실에서 기다리던 다른 부모들도 같이 박수를 쳐줬다. 다들 너무 좋겠다고 부러워하면서..


이 과정이 대입을 위한 성적 발표일이 아니라 중학교 지원을 위한 초등학교 졸업시험 성적을 받는 날이라는 게 경험하면서도 참 안타깝고 마음이 복잡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인데.. 뭐 이런 나라가 다 있나 원망스러웠다.


잠시 후 조용히 교실 문 옆에 서있는 막내가 보였다. 마스크 속 숨은 표정을 살폈는데 표정 변화가 별로 없었다. 그다지 맘에 드는 점수가 아니었던 걸까..

교실을 나와 아이를 꼭 안아줬다. 어떤 점수를 받았더라도 그동안 노력한 거 엄마가 다 안다고.. 애써줘서 고맙다고 얘기해줬다.

아이는 어서 나가자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다른 친구들 엄마와 인사하가자 했더니 이번 시험이 많이 어려워서 대부분 기분이 별로일 거 같으니 그냥 가자고 했다.


그렇게 학교를 나와서야 조용히 내민 성적표..

이 나라에 와서 아이가 그동안 한 고생들이 한꺼번에 떠올라서 종이 한 장이 가벼이 넘겨지지가 않았다.

변화 없는 아이 표정이 더 떨리게 했다.

어렵게 넘겨본 시험 성적 결과..

어머나! 아까 교실 입구에서부터 소리 지르던 그 여학생과 같은 점수였다.

"우와 ~~ 축하해! 이렇게 잘했는데 왜 반응이 이래?"하고 물었더니 받은 성적에 충격받고 우는 친구들이 많아서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고 했다. 에구.. 이 녀석..


교실을 나설 때 중국어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이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꼭 안아 주셨다며 너무 감사했다고 했다.

아이의 노력이 어려운 시험에도 이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눈물 나게 고마웠다. 싱가포르에 와서 지금 이 시험 결과를 받기까지 아이가 한 노력의 순간들이 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영어도 중국어도 너무 못해서 큰일이라며 걱정을 들었고 중국어 수업은  포기하라고 했었는데.. 절로 눈물이 났다. 참 험하고 어려운 길이었는데.. 묵묵히 잘 견뎌준 아이가 많이 고맙고 대견했다. 아이도 그동안의 일들이 떠올라 벅차다고 했다.




마냥 좋아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중요한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받은 성적을 고려해서 PSLE 시험 결과를 받은 날로부터 1주일 내로 MOE(싱가포르 교육청) 홈페이지다니던 초등학교로 진학하고 싶은 중학교를 골라 지원해야 했다. 모두 6개의 학교에 지원 가능했다. 


지원 시 유의사항이 있었는데..

1. 동점일 경우 입학 우선순위는 시티즌이 순위고 그다음이 영주권자, 마지막이 외국인 순위였다.

2. 6개 학교를 지원하는 순서 역시 결과에 반영된다. 동점일 경우 지원 순위가 높은 학생이 우선순위라고 했다.

3. 6개의 학교를 골라 지원 가능하나 혹시 6개 학교 모두 탈락하면 집 근처 학교로 임의로 배정된다고 했다.


MOE에서 학교별 지원 가능한 점수와 그 학교의 특징, CCAs라는 특별활동 등을 소개하는 두꺼운 책자를 결과 발표 전에 나눠줬다. 이 나라 중학교를 잘 모르는 우린 외국인이기에 어떤 학교가 아이에게 좋을지 고민해야 했다.

싱가포르 중학교는 학교 이름도 다양하고 학교마다 상황이 다 달라어떻게 다른지 확인이 필요한 게 많았다. 그러니 학교마다 소개해주는 두꺼운 책자까지 나눠주는 거였다.

( 중학교 지원을 위한 절차와 학교 소개 책자 by 서소시 )


성적에 따라 지원이 가능하나 매일 이른 시간에 등교해야 하니 통학 거리도 중요했다.

 IP 코스로 지원할지, Express 코스로 지원할지..

IP 코스 중에서도 A레벨 학교를 지원할지, IB 학교를 지원할지..

또는 SAP School로 지원할지.. 

(지금은 알고 쓰지만 작년 이맘때 중학교 지원을 위해 알아보던 시기에는 이게 다 무슨 소린가 했었다. 정말 다 다르고 학교마다 확인이 필요했다.)

남학교나 여학교를 지원할지, 남녀공학 학교를 지원할지도 정해야 했다. 


간단하게 소개해보면..

1. Integrated Programme (IP) 코스PSLE 성적이 우수한 경우, 중학교 4학년 때 치는 O레벨 시험을 치지 않고 6년간 공부한 뒤 대학 입시를 위한 시험을 치는 과정이다. IP코스가 있는 학교는 16개 학교가 있는데, 이 중에도 대학 입시를 위해 치는 시험의 종류로 A레벨을 치는 학교가 있고, IB 시험을 치는 학교가 있어서 6년 뒤에 어떤 시험을 칠지를 염두에 두고 지원해야 한다. 학교 이름도 정말 다양하다. 4점이 최고점이다.

(싱가포르 IP Schools  사진 출처 ; Sunnycitykids.com)


2. Express (O-Level) Secondary School도 학교별로 Express 코스만 있는 학교도 있고, Normal (Academic) 코스와 Normal (Technical) 코스가 다 있는 학교가 있어 학교별 확인이 필요하다. 같은 과정도 학교별 지원 가능 점수가 다 다르다. 어떤 코스냐에 따라 4년 뒤 O레벨을 칠지, 5년 뒤 N레벨을 칠지 달라진다.

(과정별 지원 가능 점수. 4점이 최고점이다.                 사진 출처 : WordPress.com )


3. SAP School영어와 중국어, 개의 언어를 똑같이 모국어 수준으로 공부하는 학교라 중국어를 영어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교라고 한다.

지원 조건은

1. Distinction/Merit/Pass in HCL

2. PSLE score of 14 or better (eg. PSLE score ≤ 14)


SAP School은 지원 가능한 PSLE 점수와 함께 지원 가능한 하이어 차이니즈 점수를 괄호 안에 표시하는데 D, M, P 등으로 표시된다.

여기서 D = Distinction, M = Merit, P = Pass를 뜻한다.

SAP School 지원 시 동점일 경우 하이어 차이니즈 점수가 높을수록 우선순위를 준다. 11개의 학교가 있다.

( 싱가포르 SAP Schools . by 서소시 )


4. 학교마다 특색 있는 프로그램이나 교과 과정,  공동 교육과정활동에 해당하는 CCAs (Co-Curricular Activities)가 다 달라서 학생의 교육욕구와 흥미에 잘 맞는 학교인지 전체적인 요인을 고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외국인인 우리에겐 이게 다 뭔가 싶을 만큼 어렵고 복잡했다. 과정도 학교마다 다르고 어떤 코스가 우리 아이에게 맞는 코스인지 미리 결정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러웠다. O레벨 시험이 뭔지 A레벨 시험이 뭔지, 또 IB 시험은 어떤지 전혀 모르니 그저 답답했다. 외국인이라 동점 중에서도 제일 마지막 순위이니 지원 가능 점수에 +1점을 해야 할지 +2점을 해야 안전할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이 시스템으로는 첫해니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학교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자 막내가 처음 싱가포르에 와서 적응할 때 공부를 도와주셨, 너는 외국인이니 모르는 게 당연하다며 위로를 건네주셨던 S.T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 보기로 했다. 아이의 점수를 알려드리며 선생님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더니 정말 자기 일처럼 같이 기뻐해 주셨다. 많이 부족했던 아이의 처음을 잘 알고 계신 분이라 대견하다며 엄청 칭찬해주셨다. 오랜만에 연락드렸는데 같이 기뻐해 주셔서 오히려 우리가 더 감사했다.


바뀐 점수 시스템에 잠시 당황하셨지만 선생님의 남편분까지 같이 열심히 학교에 대한 의견을 보내주셨다. 외국인이라 불이익이 있겠지만 좋은 점수니 미리 기하지 말고 도전적으로 지원해 보라고 하셨다.


두 분의 조언을 바탕으로 6개 학교에 지원했고 한 달 뒤 크리스마스 직전에 학교 배정을 받았다.  외국인이라 역시나 동점인 친구가 합격한 학교는 떨어졌지만, 그래도 아이가 바라던 학교라 다행스러웠다.


싱가포르에 와서 영어도 중국어도 너무 몰랐기에 이 실력으로는 초등 2학년도 못 올라가고 유급될 수 있다며 많은 걱정을 던 막내는 당당히 싱가포르 엘리트 코스인 IP 학교에 합격했다. 외국인인 막내가 싱가포르 공립학교로 옮겨갈 수 있었던 것도, PSLE를 칠 기회도 아이가 열심히 노력해서 스스로 만든 길이었기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에..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학교 가기 참 어려운 나라 싱가포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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