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ish

5부

by 꺼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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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은 핸드폰을 없앤 뒤,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다. 핸드폰없이 일할 수 있는 근로자가 요즘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는 건축사무소에 입사하지 않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가족에게 선언한 뒤, 공시생의 삶을 살았다. 외삼촌은 성준이 졸업하고 3달만에 임종을 맞았다. 가벼운 감기가 폐렴이 되어 그를 사지로 몰고갔다. 외삼촌의 건축 사무소는 혼란을 겪게 되었고, 성준은 무거운 마음으로 권력의 축이 변화하는 것을 들어야만 했다. 핸드폰을 보고싶지 않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한 거였지만, 건축사무소에 끄나풀이 없어지니, 어차피 이렇게 될 거였구나 싶은 마음으로 성준은 시험 공부를 했다. 가족과는 집에서 얼굴을 볼 수 있었고, 가족 이외의 모두와는 연락을 끊었다. 그의 지인들 사이에서 그는 자꾸만 지워져갔고, 멀어져갔다. 그게 성준이 원하던 바이기도 했다.

독서실에서 음악을 들으며 되지도 않는 공부를 끙끙대며 하고있을 때, 미양이가 성준의 어깨를 쳤다. 미양은 성준의 졸업 작품을 도와준 1년 후배다.


-오빠. 진짜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어...미양아 오랜만이다.

-그러니까요. 뒷모습보고 긴가민가했는데, 오빠맞네요!

-어....그, 네가 졸업작품 도와줬는데 내가 밥 한번 못사줬네. 그게 참 미안했어.

-아니에요. 오빠 가족분 중에 위독하신 분 있다는 소식 들었어요. 어우, 그런 거 신경 진짜 안쓰셔도 돼요.

-아..응 그렇게 됐네. 잠깐 커피라도 마실까?


이제 세번째 불행의 시간이다. 핸드폰을 없앤 그는, 갖은 애를 써서라도 평생 세번째 불행을 피하고 싶었겠지만, 거래는 거래다. 이래서 어른들이 거래를 조심하라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미양은 카페에 앉자마자, 오빠가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하지 않아도 오빠를 데리고 나와 얘기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성준은 그 말을 듣고 모든 걸 눈치챘다. 그는 자신이 아무리 애를 써도 세번째 불행을 결국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불행은 성준과 학교다닐때 가장 친했던 우형이와 관련된 얘기였다.

우형은 성준의 자신감있는 모습을 좋아했고, 키크고 맵시있는 그의 스타일을 동경했고, 언제나 옳고 그름이 뚜렷한 그의 가치관을 찬양했다. 성준 또한 항상 자신을 좋아해주고 맞춰주던 그가 좋았다. 그런 우형이 지금 감옥에 가있다는 얘기였다.


우형은 가진 것에 비해 가지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옆을 보면 위가 보고싶었고, 위를 보면 아래가 그리운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대학생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하며 종잣돈을 벌게 되었고, 그 종잣돈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성준 또한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지긴 했으나, 그 때는 그렇게 흥했던 시장도 아니었고 보이지 않는 돈에 흥미가 있을 때도 아니었다. 우형은 2년 뒤 투자한 돈의 2배가 넘는 돈을 거둬들이게 되었고 그 때부터 그는 좀 더 공격적인 방향으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우형이 자신감넘치게 암호화폐 시장에서 활보하고 있을 때가 성준이 그에게 찾아온 두번째 불행으로 모두와 인연을 끊을 때였으니, 우형과 성준의 인생 그래프는 서로 기울기가 달랐고, 그렇게 성준은 그 이후의 얘기를 알 리가 없었다.


미양은 그 이후의 얘기를 성준에게 해주었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우형은 공격적인 투자를 위해 대학교에서 소모임을 만들어 암호화폐에 관한 얘기들을 활발하게 공유했다. 우형이 만든 소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암호화폐에서 돈 깨나 벌어본 사람들이었고 우형은 그런 모임을 만든 자기 자신이 뿌듯했다. 그곳에서 교류가 되는 정보들의 40%는 거짓이었고, 20%는 해석하기에 따라 꽤나 유익했고, 40%는 아주 치명적이고 확실한 비밀정보였다. 우형은 그걸 너무나 잘 알고있는 동아리 창립자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돈과 열정과 에너지가 암호화폐 시장에 적셔 들어가다보니 이성을 잃어갔다.

모두들 반팔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초여름날, 한 회원은 여느때처럼 00코인이 유명해질거라는 한마디를 내놓았다. 그냥 그런 헛소문일지 노다지가 될 정보인지 모르는 그런 말들은 그 날의 모임에서 빈번하게 공유되어졌다. 하지만 우형은 하필 00코인에 꽂혔다. 꽂혀버린 이유에는, 아무래도 우형이 그 회원을 가장 믿을만한 회원으로 철썩같이 믿고있던 것도 한 몫 할 것이다. 한 회원이 내뱉은 그 말에 우형은 본인이 가진 종잣돈 모두를 투자했다. 부모님 몰래 휴학한 뒤 받아낸 2학기치 등록금이었다. 그렇게 그 코인은 3주 정도 상승세를 보이는 듯 하다가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채 ‘떡락’했다. 우형은 어쩔 줄을 몰라했고, 00코인을 추천해준 회원에게 찾아가 이게 무슨일이냐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그 회원은 00코인이 유명해질 거라는 말을 백프로 믿으면 어떡하냐며, 자신도 아직 00코인이 위험한 것 같아 하나도 사지 않았다고 말을 했다. 우형은 그 자리에서 그 회원을 때렸다. 처음엔 주먹질을 했다. 그 회원도 어이가 없었는지 같이 투닥거렸다. 차이가 있다면 우형은 정말로 그 회원을 죽여버리고 싶었다는 거다. 살의를 품은 주먹질에 회원은 결국 쓰러졌고, 우형은 자신의 분노와 상실감과 자책감과 자괴감을 있는 힘껏 주먹에 담았다. 그렇게 때리다보니 어느순간 경찰차랑 구급차가 그 장소에 와있었고, 그 회원은 초주검상태가 되어있었다.

우형은 하필이면 초범에게 관대한 구형에 독기를 품고 있던 시대 분위기에 휩쓸려 초범임에도 불구하고 폭행죄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학교에서 퇴학당했다. 우형은 그렇게 우리 주변에서 사라졌다. 미양은 성준과 우형이 너무나 돈독했던 것을 알았기에 말해주고싶었으나 성준 또한 심리적으로 불안정해보여 말해줄 수 없었다고 했다. 지금에라도 우형 얘기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성준은 독서실에 다시 앉아 곰곰히 생각했다. 세번째 불행은 끝이 났고 성준은 이제 지리한 거래의 늪에서 벗어났다. 그는 세번째 불행이 왠지 께름칙했다. 성준은 이미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심신이 지친 상태였고 그 상태에서 우형의 존재는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너무나 뜬금없이 등장한 우형이라는 존재에 대해 성준은 살짝 당황했고, 우형의 폭행죄로 개같던 불행의 거래가 마무리됐다는 것이 약간 의아했다. 도둑질을 해서 엄마에게 혼이 날 줄 알았는데 꿀밤만 콩 맞고 만 느낌이랄까...? 이래나저래나 독서실에서 잡생각을 하면서 유야무야 시간이 흐르다보니 밤 10시가 되었고 그는 짐을 챙기며 완전히 편안해졌다. 독서실을 나서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는 훤칠한 본인 모습을 보며 거래 초반에 느꼈던 만족감을 다시 느꼈다. 그는 외삼촌이라든가, 전여자친구라든가, 우형이라든가 뭐 그런 것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성준은 거래를 무르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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